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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고양이

2012.04.12 23:51

홍병관 조회 수:219 추천:15

                         우리집 고양이 가족


어느 따스한 봄날
우리집 지하실 한쪽 모퉁이
노란 아기 고양이 두 마리

복숭아처럼 송송둘린 곱다란 털
토끼눈처럼 그윽한 맑은 눈망울
생전 처음의 사람모습에 놀라 울음을 터트린다. ‘야옹’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에
갑작스레 나타난 날렵한 자태의 점박이 고양이
키약~크! 소리내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다.

그날 이후 한 가족이 되어
이름을 지어 부른다
엄마 역할을 잘하는 ‘엄마고양이’
‘밀림의 왕자 레오’를 닮아 ‘레오’
‘한쪽 눈이 애꾸라서’ ‘후크’

레오, 후크가 지하실에서 처음 밖으로 나오던 날
오랜시간 감옥생활을 마친 죄수가 광명을 보듯
세상을 향해 긁어보고, 뒹굴어 보고, 폴착폴착 온 동네를 빙빙 돌았다.

그날 이후 저들의 숙소가 어딘지는 알수 없었고,
저들 또한 알려주고 싶은 마음은 없는 것 같았으나
아침과 저녁, 하루에 두 번은 꼭 집으로 놀러왔다.

장마철 비에 젖어 떨면서도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폭설로 길이 막혀 사흘간 소식 두절 되었으나, 길이 열리던 나흘째 새벽
꼬리를 세우며 반가움에 어쩔줄 모르던 고양이 가족.


우리집 마당이 고양이 가족의 놀이터가 되면서
우리는 고양이 가족에게 집을 만들어 주었다.
고양이들은 아주 만족해 하였고, 자주 그곳에서 밤을 지새곤 하였다.

퇴근시는 달려와 몸을 비벼되며 응석을 떤다.
그리고는 주변에 둘러 앉아 지긋히 눈망울을 깜빡인다.

하지만 모두가 잠든 늦은 밤이 되면 고양이들의 알지못할 전투가 시작된다.
먹이다툼, 영역다툼, 암컷을 향한 수컷다툼.
숱한 울음 소리에 남모를 애환이 깊게 물들어 있는 듯 하다.
때로 우리 고양이 가족에게 유리하도록 상황을 이끌어 주려고 애도 써보지만
이 전쟁의 포화는 쉽게 막을수가 없었다.
오로지 자신들이 지고가야 할 십자가와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고양이 배가 다시 불러오더니
어느날 집에 누워 있던 엄마고양이 품에
점박이 아기 고양이 네 마리가 열심히 엄마 젖을 빤다
엄마 고양이는 수줍고 부끄러운 듯 얼굴에 홍조 빛을 띠었고
연속 아기 고양이의 머리와 온 몸을 핥아 준다.
레오와 후크는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집 앞에서 흥얼거리며 동생들을 지키는 초병이 되어 준다.

이제는 제법 레오와 후크도 총각티가 난다. 후우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