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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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삶을 튜닝하다

2019.05.12 06:19

조형숙 조회 수:66

   음악 협주에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연주하기 위해 개별 악기의 음을 표준음에 맞추어 조절, 조율하는 것을 튜닝이라고 하고 원래 피아노를 조율한다는 의미였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시작하기에 앞서 오보에가 (라)음을 불어주고  바이올린을 든 악장이 일어나 A(라)음을 들려주면 모든 연주자가 그 음을 듣고 각각 자신의 악기에 소리를 맞춘다. 악기들의 음이 맞지 않으면 불협화음이 되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 수 없다. 가장 심각한 것은 틀린 음정을 내는 악기로 계속 연습하다 보면 틀린 음정을 맞는 음정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튜닝은 연주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모든 악기의 튜닝은 각각의 악기의 특성에 따라 맟추어야 한다. 튜닝은 연주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늘 푸른 대학이 개교 처음으로 우쿠렐레 클래스를 열어 나도 입학생이 되었다. 우쿠렐레는 제일 밑에 있는 줄(첫줄)이 A(라)음이다. 튜너를 악기 머리에 달아 놓고 줄을 퉁겨 A가 보이고 초록색이 배경에 나오면 맞는 음이다. 둘째줄이 E(미), 셋째줄이 C(도), 마지막 줄이 G(솔)이 되면 튜닝이 완성된다. 바이올린도 줄은 같이 4줄이지만 음은 각각 다르다. 이제 시작한 우쿠렐레 클래스에는 튜닝을 잘 하는 사람도 있고 조금 늦게 하기도 하고 옆 사람이나 강사에게 부탁하기도 한다. 지금은 조금 답답한 생각도 들지만 곧 나아져서 함께 좋은 연주가 될 것을 기대하며 왼 손으로 배운 코드를 누른다. 오른 손 검지로 줄을 내리쳤다가 올려 치며 노래를 부른다. 아직은 많은 코드를 누를 수 없지만 점차 세밀하고 다양한 코드로 우쿠렐레의 깊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찾아 갈 수 있을 것이다.
 
    우쿠렐레와 노래가 끝나면 부지런히 탁구대를 찾아간다. 탁구 클래스의 동료들이 모여 두 명이 치기도 하고 혹은 4명이 복식으로 재미있는 탁구를 연주한다. 튜닝이 비슷한 사람끼리의 탁구는 아주 편안하고 재미있다. 얼마나 여러 번 공을 떨어트리지 않고 잘 쳐 낼 수 있는지 기대하며 마음으로 하나 둘을 세는 사람도 있다. 공격하기 좋은 공이 들어올 때 멋지게 스매싱을 날려 상대방의 탁구대 끝을 살짝 치고 날아가는 공을 보며 짜릿한 쾌감을 느끼는 순간도 있다. 처음 배우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이 젊은 시절 탁구의 맛을 알던 사람들이 모여 수십년 전의 낭만을 추억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모두 즐겁게 몸을 튜닝 하는 재미에 빠져 있다. 금요일이 몹시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삶에 불협화음이 없게 하려면 나 자신을 정상화음에 맞도록 튜닝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몸과 마음의 줄이 끊기고 망가져서 축 늘어진 마리오네트처럼 사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튜닝을 하므로 늘어진 삶의 마리오네트에 생명을 불어 넣고 다시 태어난 느낌으로 살아야 한다. 좋은 음악을 들으며 좋은 영양소가 담긴 음식을 먹으며, 적당한 운동, 좋은 책을 읽으며 좋은 설교 말씀을 듣는 일 들이 우리 몸을 (A)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온전하게 건강한 삶을 위한 몸과 마음의 조율작업이 잘 이루어진 사람의 삶은 늘 새로울 것이다. 가끔은 일상을 떠나 여행을 하면서 같은 하늘 아래 다른 향기를 느껴 보고, 다른 꽃 색깔과 다른 길, 다른 표지판을 보며 계속 느슨해지는 삶을 A로 조이기 위한 튜닝이 필요하다.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이 도리에 맞는 것을 뜻하는 기본음(라)이 되기 위해 옳은 생각과 행동으로 반복하여 튜닝을 해야 한다. 내 삶에 필요한 모든 악기들을 튜닝하여 생명력의 조율이 깨어지지 않도록 자연스러운 노력이 필요하다. 내 삶의 튜닝이 잘되어 기쁘고 만족할 수 있다면 그 무엇 보다 가치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은 미주문협 2022년 봄호에 실린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