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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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대추 한알

2019.10.11 14:34

조형숙 조회 수:102

 

 

                대추 한 알

 

                                                                         조형숙

 

   선생님 댁에 소쿠리를 주시며 마당에 열린 대추를 마음껏 따라고 하신다. 먹어 보기는 했어도 나무에서 직접 보기는 처음이다. 달걀형의 아주 작고 부드러운 잎사귀가 없이 많이 달려있다. 사이로 조롱조롱 모여 매달려 있는 대추의 매끈한 껍질이 붉은 아래 곱게 반짝이고 있었다. 아직 파르스름한 것도 있고 제법 익어 붉은 색깔로 변해 가고 있는 것도 있다. 베어 무니 아삭하게 터지면서 가득 맛이 퍼졌다. 조심스럽게 따서 소쿠리에 가득 담았다. 그런데 손가락을 찌르는 것이 있다. 가시였다. 가느다란 줄기에 가시가 돋아 있었다. 이제껏 대추에 가시가 있는 줄 몰랐다. 대추나무 아래 잎은 아카시아처럼 가시로 변한다고 한다. "대추를 보고도 먹지 않으면 늙는다." 라는 말과 함께 대추는 우리 몸에 두루두루 좋다고 한다. 대추의 붉은 색은 임금의 용포를 상징하고 과일 왕이라 불린다. 대추는 통씨이며 열매에 비해 씨가 것이 특징이다. 나무에서 수없이 많은 열매가 열리니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를 갖는다. 폐백 드리던 절을 받으신 시댁 어른들이 가득 대추를 집어 치마폭에 던져 주시며 "아들 많이 낳고 살아라." 하시던 일이 올랐다. 

   

   대추 알에 담긴 우주를 주제로 장석주 시인의 소중한 시가 생각나서 적어본다.

 

   대추        

                     - 장 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리는 없다 

 

안에 태풍

안에 천둥  

안에 벼락  

 

저게 혼자 둥글어질리는 없다

 

안에 무서리 내리는

안에 땡볕 두어

안에 초승달

 

   대추 알이 있기 까지 사랑도 있고 고통도 있다는 것을 있다. 태풍과 천둥 벼락을 견디며 힘들어 몸을 움추리는 동안 몸이 둥글게 되었을 게다. 서리와 땡볕을 만나고 초승달과 친구하며 얼굴이 붉어졌을 것이다. 여름날 더위가 가시면 어느 손을 통해서든 대추를 만나고, 대수롭지 않게 먹었는데 대추 이야기를 읽으며 대추와 인생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대추 알이 꽃이 피고, 열매 맺고, 붉게 익기까지 삶을 살아내면서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겪었을까 생각한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연 순환의 경이로움과 과정을 이겨낸 알의 대추가 귀하게 보인다. 나와 가족 그리고 이웃의 사람 사람이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우리의 삶을 닮아 있다. 이제 대추나무는 서리를 견디고 내년 다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것이다. 태풍과 천둥, 벼락을 이겨내고 아삭하고 맛의 대추를 따게 것이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땅은 풀과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가진 열매 맺는 나무를 내라 하시니 그대로 되어, 땅이 풀과 각기 종류대로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가진 열매 맺는 나무를 내니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창세기 1 11-12)

 

 * 글은 2021 미주문학 겨울호에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