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어머니를 씻기며
2008.02.06 20:24
늙은 어머니를 씻기며
장태숙
오랜만에 찾은 고국에서의 여행길
숙소 욕실에서 늙은 어머니를 씻긴다
내 무심의 죄, 사함을 바라듯 목욕수건에 듬뿍
비누거품 일궈 병든 어머니를 씻긴다
텅 빈 눈동자 속 다 타버린 심지
흰 소금가루 내려앉아
한 웅쿰도 안 되는 쓸쓸한 머리카락
가느다란 뼈 위로 쓸려가는 살가죽이
시든 수선화 노란 꽃잎 같다
태평양 거리만큼의 삶은
주름진 세월의 구비마다 엉겅퀴 같은 자생을 키웠지만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없는 침식된 시간들이
내 안에 서러운 지층을 쌓는데
파도처럼 들락거리는 기억
애써 솎아내는 어머니의 투명한 눈빛
바라보는 마음에 무성한 서리가 내린다
어머니
한 시절, 쌀 한 가마라고 놀려대던 아버지 가신 후
그 젊은 몸무게 삶에 던져주고
자식들에 넘겨주고
마론 인형처럼 훌쩍 가벼워졌다
이제 다이어트 걱정 안 하셔도 되겠다
장태숙
오랜만에 찾은 고국에서의 여행길
숙소 욕실에서 늙은 어머니를 씻긴다
내 무심의 죄, 사함을 바라듯 목욕수건에 듬뿍
비누거품 일궈 병든 어머니를 씻긴다
텅 빈 눈동자 속 다 타버린 심지
흰 소금가루 내려앉아
한 웅쿰도 안 되는 쓸쓸한 머리카락
가느다란 뼈 위로 쓸려가는 살가죽이
시든 수선화 노란 꽃잎 같다
태평양 거리만큼의 삶은
주름진 세월의 구비마다 엉겅퀴 같은 자생을 키웠지만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없는 침식된 시간들이
내 안에 서러운 지층을 쌓는데
파도처럼 들락거리는 기억
애써 솎아내는 어머니의 투명한 눈빛
바라보는 마음에 무성한 서리가 내린다
어머니
한 시절, 쌀 한 가마라고 놀려대던 아버지 가신 후
그 젊은 몸무게 삶에 던져주고
자식들에 넘겨주고
마론 인형처럼 훌쩍 가벼워졌다
이제 다이어트 걱정 안 하셔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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