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향 젖은 봄날

2009.07.08 04:13

장태숙 조회 수:1254 추천:116

커피 향 젖은 봄날  
                        

분쇄기에 갈린 일상이 커피메이커를 통과한다
좀 더 진하게 우려내기 위해
허물어지는 오후 붙잡아 앉히고
한 움큼의 나른함을 시럽처럼 섞는다

속살 향기 마른 혀끝 한 겹 한 겹 감싸 안는 봄날

투명 커피 잔 속 거품의 흔들림은
남태평양 블루마운틴 섬 헤매 도는 파도의 손짓이거나  
내 젊음이 한 때 휩쓸고 간 바람의 눈빛이 아닐까
추억은 꿈꾸는 것으로 전이되어
혼탁한 시절 이전의 화사함으로 돌아 갈 수 있기를

커피 한 모금 어두운 생에 닿을 때마다
내 의식 흔들어 환생의 무늬 일으키는 앳된 공명
멀고 먼 회귀의 푸른 날개 짓으로 날아올라
형상 없는 형상으로 다녀오는 흔적 더듬으며

세차게 돌아가는 한 세계의 시간 잠시 끊고
이 틈과 저 틈새 슬쩍 기웃거리면
까무룩 가라앉던 오후가 반짝 제 정신 차리는  
커피 향 젖은 봄날 한 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6 새해에는 장태숙 2011.01.20 935
125 영정사진 장태숙 2011.01.20 761
124 미주문단, 큰 별이 지다 (조사) 장태숙 2010.02.14 1225
123 물 위에 뜬 도시 장태숙 2010.01.29 1158
122 전화 장태숙 2009.10.16 1017
» 커피 향 젖은 봄날 장태숙 2009.07.08 1254
120 먼 길 떠나는 김수환 추기경 장태숙 2009.02.20 1106
119 자목련, 자목련 장태숙 2009.02.11 948
118 빈 집 장태숙 2008.10.20 981
117 피아노 장태숙 2008.10.20 985
116 걸레 장태숙 2008.10.20 846
115 사막은 가시를 키운다 장태숙 2008.03.17 928
114 이른 봄, 포도밭에서 장태숙 2008.03.17 956
113 늙은 어머니를 씻기며 장태숙 2008.02.06 900
112 돌 속에 깃든 자연의 세계 -가주수석전시회- 장태숙 2008.01.24 1520
111 우회(迂廻) 장태숙 2007.10.28 919
110 너의 장례를 준비한다 장태숙 2007.10.13 881
109 진주 장태숙 2007.10.13 928
108 올챙이 피는 연못 장태숙 2007.08.27 818
107 꿈의 주소로 가는 지하철 장태숙 2007.08.14 1047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2
어제:
5
전체:
51,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