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시인 별세와 그의 시읽기

2004.11.29 15:35

강학희 조회 수:864 추천:20




김춘수 시인(1922.11.25-2004.11.29.-82세) 오늘 별세, 대표작 2편 소개합니다.

1.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 김 춘 수 -



샤갈의 마을에는 3월의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靜脈)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3월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 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핵심정리

* 표현상의 특징: 현재형 시제 사용(생동감 있는 생명의식 표현에 적합)
* 주제: 맑고 순수한 생명감



감상포인트

▶ 봄의 생명감을 이미지로 포착하는 데 성공한 작품
▶ 이미지즘 시
▶ 이미지의 연결
눈 : 생동감 있게 온 천지를 덮는 주(主) 제재
새로 돋은 정맥(靜脈) : 퍼져 나가는 봄의 생명감
올리브빛 : 메마른 겨울 열매들에게 생명을 부여함
불 : 아낙의 맑은 마음

김춘수

1922.11.25-2004.11.29. 시인. 경남 충무시 동호동 출생.
경지중학을 졸업하고 니혼대한 예술과 3학년 중퇴. 통영중학교.
마산고등학교 교사. 마산대학 교수. 부산대학 연세대학(부산분교) 강사를
거쳐 경북대학 문리대 교수. 현재 한국시인협회 회장.
1946년 해방 1주년기념 시화집 <날개>에 시 '애가'를 발표하면서 시작을
시작했으며, 대구지방에 발행된 동인지 <죽순>에 시 '온실'외 1편을 발표.
첫 시집 <구름과 장미>가 발행됨으로써 문단에 등단, 이어 시 <산악>, <사>,
<기(旗)>, <모나리자에게>를 발표, 문단의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주로
<문학예술>, <현대문학>, <사상계>, <현대시학> 등에서 창작활동과 평론활동
을 전개했다. 시집으로는 첫 시집 외에 <늪>,<기>, <인연(隣人),<제일시집>,
<꽃의 소묘>, <부타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타령조 기타>, <처용>,
<김춘수시선>, <남천(南天)>, <근역서제>, <비에 젖은 달>, <김춘수전집>,
<처용이후>, <김춘수> 등과 시론집으로는 <세계현대시감상>, <한국현대시
형태론>, <시론> 등을 간행, 그의 초기의 경향은 릴케의 영향을 받았으며,
시가 아니고서는 표현할 수 없는 사물의 정확성과 치밀성 , 진실성을 추구
하였으나, 50년대에 들어서면서 릴케의 형행에서 벗어나, 이른바 의미의
시를 쓰게 되었으며 사실을 분명히 지시하는 산문적인 성격의 문장을 시의
형식으로 도입하였는데 <현대시학>연재 장시 '처용단장'에서 부터는 설명적
요소를 거세해버린 이미지 작품으로 변모하였다.

해설

단연 형태로 씌어진 이 작품은 순수한 생명 의식을 잘 포착했다.
이 작품 속 공간인 '샤갈의 마을'은 가공의 세계이다. 화가인 샤갈의 그림인
<눈 내리는 마을>이 연상이 되기도 하지만, 샤갈의 화풍인 초현실주의 경향
의 작품 세계와도연결이 된다. 시적 의미를 형상화한다기보다 그저 마음 속
에 떠오르는 '순수한' 심상들을 엮어놓았는데, 이는 순수한 마음 상태를 표
현하는 절대시(혹은 무의미시)추구의 경향을 보인 김춘수 시인의 60년대 작
품 경향을 잘 드러내 준다.
(50년대의 관념적인 시인 <꽃> 시리즈 작품과는 구별된다.)


2. 꽃을 위한 서시 - 김 춘 수 -


나는 시방 위험(危險)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未知)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無名)의 어둠에
추억(追憶)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塔)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金)이 될 것이다.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新婦)여.

핵심정리

* 성격: 관념적, 주지적, 상징적
* 어조: 사색적, 열정적 어조
* 특징: 단순한 산문체의 시 같으면서도 깊은 의미를 지닌 난해다.
꽃으로 대표되는 사물 속에 담고 있는 본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자세 그 자체
에 그친다.
*주제:꽃의 참모습을 인식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존재의 본질 인식에의 염원)
*의의:이 시는 초현실주의적 경향과 존재론적 내면 추구의 시로 릴케의 영
향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

감상포인트

▶ '나'와 '너'의 관계: 인식 주체와 인식의 대상이다.
시적 대상인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내가 알 수 없는 존재)이며, 얼굴
을 가린 나의 신부(다가가고 싶으나 쉽사리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존재)인
것이다. 즉 '나'는 '너'의 실체를 알려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너'는 드러
내지를 않는다.

▶ 말하고자 하는 것: 사물의 본질은 영원히 우리의 인식 저편에 불가지
(不可知)의 상태로 남아 있다.끈질긴 의식 주체의 인식 노력.

▶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 =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 = 무명의 어둠 = 얼굴
을 가리운 나의 신부

해설 1

릴케(R. M. Rilke)의 영향을 받아 존재론의 입장에서 사물의 내면적 깊이
를 추구한 김춘수의 초기시에 해당한다. 그의 시 『꽃』이 인식의 대상으
로서의 존재가 남에게 바르게 인식되고 싶어하는 소망을 노래한 것이라면,
이 시는 반대로 인식의 주체로서의 화자가 존재의 본질을 인식하고자 하는
욕망을 읊은 것이다

사물의 본질적 의미를 파악할 능력이 없는 '나'(위험한 짐승)가 '너'(꽃)
를 인식하려고 시도하면 '너'는 더욱 미지의 세계로 숨어 버린다.
그리하여 꽃은 아무런 의미도 부여받지 못한 채,불안정한 상태에서 무의미
하게 존재하고 있다.


제3연의 '무명(無名)의 어둠'이란 존재의 의미, 본질이 드러나지 않은 상
황을 말한다. 이 무명(無名)의 상태를 보다 못한 '나'는 의식을 일깨우는
불을 밝히고 인식을 위하여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다.

'나'의 이 노력이 돌개바람처럼 문득 큰 힘으로 변하여 사물의 본질을
꿰뚫기만 한다면 '나'는 드디어 꽃을 똑바로 인식하고 알맞은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꽃은 수줍은 신부(新婦)처럼 너울을 드리
운 채 그 정체를 끝내 드러내지 않는 것을......


1950년대 김춘수는 '꽃'을 제재로 한 일련의 시로 우리 시에 존재론의 문
제를 끌어들임으로써 한국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는데, 이 시는 그 서시
(序詩)에 해당하는 의의를 지닌다.


해설 2

존재론적 입장에서 사물에 내재하는 본질적 의미를 추구하는 이 시는 앞
에서 설명한 시 <꽃>에 대한 '서시(序詩)'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꽃>이
인식의 대상으로서의 화자가 남에게 바르게 인식되고 싶어하는 소망을 노
래한 것이라면, 이 시는 그와 반대로 인식의 주체로서의 화자가 존재의 본
질을 인식하고자 하는 소망을 읊은 작품이다.

이 시에서 '꽃'이 사물의 본질을 상징한다면, '미지''어둠''무명' 등은 사
물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뜻하며, 화자는 그 무명의 세계에
서 벗어나 사물의 본질, 즉 꽃의 의미를 파악하려고 몸부림치는 존재이다.

1연에서 화자는 사물의 본질을 모르는 자신을 '위험한 짐승'이라 하여 무
지에 대한 자각을 보여 주고 있으며, 2연에서는 자신의 자각 없이는 '꽃'
역시 불완전한 상태임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3연에서는 '추억의 한 접
시 불'이라는 모든 지적 능력과 체험을 다하여 존재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한 화자의 몸부림과 절망을 '나는 한밤내 운다'로 표현하고 있으며, 4연
에서는 비록 존재의 본질을 깨닫지는 못했어도 그것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
'나의 울음'그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라는 역설적 깨달음을 보여 주는 한편,
마지막 연에 서는 결국 존재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만 자신의 안타까
움을 '얼굴을 가리운 신부' 꽃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해설 3

'꽃'은 사물에 내재해 있는 본질, 혹은 본질적 의미이며, '나'는 그것에
접근하여 본질을 해명하고자 노력하는 인식의 주체이다. 그러나 '나'의 간
절한 노력과 욕구에도 불구하고 불안정한 삶의 상태에서 꽃은 '이름도 없이'
머무르다가 사라지는 무의미한 존재가 되고 만다. 때문에, 어두운 삶의 상
태를 밝히기 위해 모든 경험과 감성의 빛을 모두어 의식을 일깨우고 밤을 지
새며 사물의 본질에 해당하는 것(꽃)을 포착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것은 이
미 사라져 버리고 없다. 사물의 본질은 마치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처럼
영원히 그 존재의 본질을 드러내지 않고 베일 너머에 숨어 있기만 하다.

-소스 제공: 인터넷-

"(김춘수의 `꽃' 전문)"



꽃-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로 가서

나는 너에게로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김춘수 시는 자신이 독창적으로 고안한 서술적 이미지와 비유적 이미지의
두유형으로 명확하게 나누어진다. 이미지 그 자체가 목적인 서술적 이미지
와 이미지가 어떤 관념을 전달하려는 목적인 비유적 이미지가 그것이다.

그가 현대시의 계보를 작성한 이 두 유형은 관념과 감각을 어떻게 결합하거
나 또는 분리할 것인가 하는 시의 근원적 문제로서 시 연구가 이전에 시인으
로 고민한 결과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비유적 이미지와 서술적 이미지는 그의 시적이력과 일치한다.그런데
이 과제는 개인적 고민이 아니라 동굴 시대부터 후기 모더니즘시대 오늘날까
지 계속 되풀이되는 물음이고 앞으로도 그치지 않을 물음이기도 하다.

감각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변하는 헤겔의 관념적 사유의 반대편에 이미 감각
적 사유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춘수의 이러한 관심과 시적
실험이 수사적 차원이기도 하지만 그 바탕은 담론의 문제에 있다는 것이다.
비유적 이미지는 근원적 의미를 실천하는 동일화이다.

이에 비하여 서술적 이미지는 동일화를 역구성하여 근원자체를 전도하는 반
동일화이다. 비유적 이미지가 극단적으로 나가게 되면 시 자체가 관념과 다
를 바 없게 될 것이고 그에 반하여 서술적 이미지가 극단으로 나가게 되면
시 자체가 관념과 다를 바 없게 될 것이고 그에 반하여 서술적 이미지가 극
단으로 나간다면 언어자체도 저항의 대상이 된다. 여기서 비유적 이미지와
서술적 이미지가 단순히 수사가 아니라 관념을 분절하는 담론구성체가 될
수 있게 된다.

담론구성체는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을 분절하여 일정한 방향
으로 의미를 생산하는 체계이다. 비유적 이미지와 서술적 이미지는 관념을
어떻게 배제하고 구성하느냐 하는 담론구성의 문제이다.

이러한 점을 단적으로 드러내어 보여주는 점이 비유적 이미지와 서술적 이
미지를 경계로 하여 현대시 계보를 작성한 것이다. 어떠한 계보이든 푸코가
그러했듯이 담론 개입을 떠나서 작성할 수 없는 것이다. 그 계보는 관념을
한가운데 두고,그것에 동일화하거나 반동일화하는 구성적 이미지로 경계지
우는 것이다.여기서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드러나는데. 그것은 비유적 이미
지와 서술적 이미지가 일정한 방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그 방향은 존
재를 구성하고 타자에 대응하는 방식에 의하여 결정된다.

즉 비유적 이미지와 서술적 이미지가 타자에 존재를 구성하는 기제라는 것
이다. 이러한 점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위하여 먼저 동일화의 비유적 이미지
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동일화는 외적 실재에 내적 정신이 완전하게 일치할
수있다는 근원에 대한 믿음에서 탄생한다.

작품 꽃을 구성하는 원리는 존재에 이름붙이기다. 이름 붙이기는 주체가 타
자를 동일자로 호출하는 것이다. 어떤 대상에 이름 붙이기는 단순한 명명이
아니라 어떤 것을 말할 수있고 말할 수 없게 하는 담론구성체로 타자를 규
정하는 것이다. 즉 대상에 이름을 붙이기는 기표에 기의가 갖고 있는 의미를
일정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다른 의미를 배제하고 분절하는 담론의 개입이다.
꽃은 이러한 이름 붙이기의 담론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1연에서 그는 특정한 방식으로 의미를 재단하고 구성하는 이름 붙이기이며,
어떤한 담론도 개입하지 않은 순수한 존재이다. 때문에 ‘그’는 ‘나’와
마주하고 있지만 존재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단지 하나의 몸
짓에 불과했다.

그런데 2연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자 그는 나에게 와서 의미있는 꽃
으로 내게 다가온다. 여기서 그를 꽃이 되게 하는 것은 그를 꽃이라고 말할
수 있도록 꽃의 의미를 생산하는 담론 개입이다.

이 담론이 그를 꽃이라고 규정하고 다른 이미지를 배제함으로서 그는 나에
게로 와서 꽃이 되는 것이다. 즉 그를 꽃이 되게 하는 것은 그의존재가 아
니라 나의 담론이다. 이처럼 그의 의미가 나에 의하여 꽃이 되듯이 모든존
재의 의미도 자체가 생산한 의미가 아니라 타자가 구성한 의미를 재생산한
것에 불과하다.



수사학적으로 그가 꽃으로 명명되는 것은 은유인데. 이것은 탈관념적 이미
지라기보다는 관념에 봉사하는 도구적 은유이다. 그것은 내가 그를 꽃이라
명명하는 자체가 타자를 분할하는 담론 개입이다.

그리고 그에게 이름 붙여진 꽃이 감각적 이미지라기보다는 담론이 규정한
하나의 관념이라 할 수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꽃은 수사학적 은유가
담론차원에 있음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므로 내가 그를 꽃으로 명명
하였지만 꽃 또한 다른 이름으로 붙여질 수 있다. 그렇다면 도구적 은유는
담론구성체의 기능을 수사적으로 실현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내가 너를 꽃으로 명명하는 담론구성체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김춘수의 대부분 초기시가 은유에 의존하는 것도 은유가 동일화의 재현적 미
학이라는 데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이다. 이것으로 본다면 꽃은 존재 자
체의 감각적 이미지가 아니라 타자의 관념을 재현하는 이미지가 된다.


이러한 은유의 담론 층위는 3,4연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그것은 2연과
3연이 대응되는 구조처럼 완전히 포개지는 은유에서 찾아진다.나는 나로서
의미 있는 존재가 아니라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줌으로서 나는 그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내가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는 고백은 타자에 동일화의
기원이다. 이렇게 대응되는 네 연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5연이다. 그런데
5연이 은유적 수사법을 사용하면서도 앞에서의 연들과 구분된다. 앞에서의
연에서는 내가 너를 환원하고 너가 나를 환원함으로써 각기 꽃으로 피어나
게 된다.

그런데 5연이 은유적 수사법을 사용하면서도 앞에서의 연들과 구분된다.
앞에서의 연에서는 내가 너를 환원하고 너가 나를 환원함으로써 각기 꽃을
피어나게 된다. 5연은 나와 너는 각기 일방적으로 타자를 구성하는 것이 아
니라 우리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고 희원하는 바처럼 상호 구성적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라고 하는데서 나는 결
코 나의 존재가 아니라 우리라는 내부의 타자가 구성한 나일 뿐이다.
그래서 5연의 나도 앞의 연들과 다를 바 없이 하나의 의미 라는 타자의 관념
이 이름을 붙여준 나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결국,지금까지 분석을 통하여 작품 꽃이 타자에 일치를 갈망하는 동일화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 믿음에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라는 강한 희원이
있으며. 이 갈구에 ‘나’는 세계와 조화로운 일치를 이루는 존재이게 된다.

이러한 근원과 존재의 일치를 꿈꾸는, 마침내 정서적 회감하는 동일화는 서
정시의 세계관이다. 그런데 동일화는 모든 존재를 하나의 의미로 환원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동일화는 존재의 순수화를 지키려는 비본질적인 것의 도전
에 저항이기도 하지만 그 반대로 개별 존재의 고유한 의미까지 지워버리거나
근원에 환원하고 억압하는 기제이다. 여기서 새로운 시적 방법은 예견된다.

쏘스제공: 인터넷



"한국시단의 원로 대여(大餘) 김춘수(金春洙) 시인이 `꽃'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 다.

그의 대표시로 꼽히는 `꽃'은 시전문지 `시인세계'가 최근 실시한 `시인들
이 좋 아하는 애송시' 설문조사에서 1위에 오른 바 있다.

1946년 광복 1주년 기념시화집 `날개'에 `애가'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 시인은

1948년 첫 시집 `구름과 장미'에 이어 `꽃의 소묘' `부다페스트에서의 소
녀의 죽음' `처용단장' `쉰한 편의 비가' 등 시선집을 포함해 모두 25권의
시집을 발표했다. 릴케와 실존주의 철학의 영향을 받은 그는 `꽃'을 소재
로 한 초기시부터, 관념 을 배제하고 사물의 이면에 감춰진 본질을 파악하
고자 한 '무의미시'에 이르기까지 60년 가까이 한국시단에서 모더니스트
시인으로서 위상을 지켜왔다.

그의 문학세계 를 총정리한 `김춘수 전집'(현대문학ㆍ전5권)이 지난 2월
출간됐다. 전집 출간 직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서 만난 김 시인은 대표시
`꽃'에 대해 " 언젠가 연예인들이 좋아하는 시의 1위로 뽑힌 걸 보면 일반
인들은 이 시를 연애시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면서 "사실 이 시는 언어문
제와 실존문제에 대해 쓴 철학적인 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시세계를 `꽃의 소묘'로 대표되는 초기 관념시에서 `무의
미시' 로 일컬어지는 `처용단장' 등 중기시, 관념시와 무의미시의 변증법적
지양을 통해 형성된 `쉰한 편의 비가'등 후기시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시인이 평생 이데올로기가 배제된 `무의미시'를 썼던 것은 일제시대 겪
은 개 인적 체험과 무관하지 않다. 전집 출간을 계기로 만났던 그는 "일제에
저항하거나 본격적인 독립운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니혼(日本)대학 유학시절
인 일제말기에 옥살 이를 했고 이로인해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고 숨은 사연
을 공개했다.

경남 통영의 만석꾼 집안에서 태어난 김 시인은 일본 유학시절, 이웃에 살
던 한 국인 고학생들을 따라 도쿄 인근의 가와사키 항구에 하역작업을 하러
몇 차례 간 적 이 있었다. 돈이 궁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고 한다. 휴식시간에 한국인 7-8명이 모여 일본 천황이나 총독정치 등에 대
해 한국말로 비판한 것이 문제가 됐다. 요코하마 헌병대에서 헌병보로 일하
던 한국인 유학생이 그 자리에 섞여 있었던 것이다. 이로인해 7개월간 옥살
이를 했고, 퇴학을 맞았으며, 고향에 돌아온 뒤에는 불령선인의 딱지가 붙
은 채 살았다. 그는 연작시 `처용단장' 을 통해 당시 수감 경험 등을 일부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일제말기 냉수탕 고문이 두려워 모든 것을 털어놓았던
자신을 보며 기질적 으로 항일운동 등에 맞지 않다는 것을 알고 많이 좌절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함께 수감돼 있던 일본의 유명한 좌파 교수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혼자 먹는 것을 보고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게 됐다고
했다.

그는 "사상가(관념가)와 실천가는 다르다는 것을 그 때 깨달았다. 관념을
배제 한 `무의미시'들은 이런 경험이 바탕이 됐다"면서 "내 또래의 윤동주
시인도 독립운 동을 맹렬히 했다기보다 나처럼 우연히 고역을 치르다 생체
실험의 대상이 된 것"이 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제말의 수감 경험이나
5공 때 전국구 의원이 된 것은 모두 내 의지가 아니었던 인생의 아이러니"
라고 덧붙였다. 김 시인은 5년전 부인과 사별한 뒤 경기도 분당에 사는
큰딸 영희(59) 씨의 아 파트 근처에 살았다. 직장에 다니는 외손녀 두 명
과 함께 살았던 그는 지난 8월 4일 기도폐색으로 쓰러지기 직전까지 시작
(詩作)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전집 발간 이후 써온 시를 엮은 신작시집
`달맞이꽃'이 12월에 출간될 예정이다.

그의 대표적 산문 으로 엮은 단행본도 함께 출간된다. 그는 투병중이던
지난 11일 제19회 소월시문학상 특별상 상금 300만원을 불우이 웃돕기 성
금으로 전액 내놓아 각박한 세상에 훈훈한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큰딸
영희 씨는 "건강하게 생활하다가 갑자기 쓰러졌기 때문에 아버지는 아무런
유언을 남기지 않았다"면서 "평소 입버릇처럼 광주 공원묘지의 친정어머니
(부인) 곁 에 묻어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눈시울에 젖어 드는 이 무명
의 어둠에/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나는 한밤내 운다.//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밤 돌개바람이 되어/탑을 흔들다가/돌에까지 스미면 금(金)이 될
것이 다.//......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여."(`꽃을 위한 서시' 전문)라는
영혼의 울림 을 지상에 남기고 그는 `하늘의 꽃밭'으로 떠났다.

<`꽃'의 시인 김춘수 씨의 삶과 예술>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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