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야기 3/ 행복의 느낌
2005.11.03 17:19
이 가을
차고 옆 두 나무가 막무가내로 벗어놓는
빛 고운 낙엽을 쓸다가 문득
내려다 본 빗자루를 든 모습
'바로 행복이 이런 것이구나' 그런 느낌
불평 없이 거처를 떠나 멀어져 가는 잎새들
싸늘한 바람을 함께 뒹구는 가을이
마냥 따스하기만 한 것은
당신의 눈빛이 내 등을 내려 쪼이고 있어
'참, 좋구나' 그런 느낌
이 가을 비어가는 모든 나무들
움츠리는 얇은 어깨, 그 아래 심장 가득 차오르는 충만
변치 않고 늘 거기 있는 당신의 사랑
뿌듯한 느낌이 싸하게 번진다
가을 하늘 맑은 호수에
더러운 세상이 거꾸로 매달려도 아름다워
들여 마시고 또 들여 마셔도 끝이 안 보이는 바닥
시력이 회복되면서
불평의 철조망이 허물어진다
뭉클 행복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가을은
지각으로 돌아가는
자성의 시점
한없이 깊게, 넓게 생각을 바닥으로 모아주는 청소부
마음을 아름답게 채색하는 화가
의식의 숨구멍 마다 변동이 일어난다
열리는 사랑의 바탕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행복을 확인시킨다
이 가을, 느낌은
감사의 색깔 밖에 없음을 정직하게 고백하지 않을 수 없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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