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종말은 다가오는가 / 허영섭

2011.01.25 03:55

김영교 조회 수:231 추천:49

새해 벽두부터 종말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우선은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벌어진 새와 물고기들의 떼죽음 탓입니다. 미국 곳곳에서 찌르레기 새떼가 비가 오듯이 땅바닥으로 쏟아져 내렸고 물고기들이 허연 배를 드러낸 채 물위에 떠올라 해변을 뒤덮었습니다. 브라질과 뉴질랜드에서도 물고기들의 떼죽음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니 종말론이 고개를 쳐들고 있는 것입니다. 거기에 급격한 기후변동으로 인한 재앙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호주와 브라질, 파키스탄 등에서는 폭우가 쏟아져 막대한 피해를 냈으며, 유럽 각국에도 눈사태에 폭풍까지 몰아쳐 적잖은 불편을 안겨주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중국 북동부 지역과 한반도에 엄습해온 강추위도 예사로 넘길 일은 분명 아닙니다. 더욱이 최근 세계 각지에서 지진과 해일이 잦은 데다 화산도 자주 폭발하는 추세입니다. 일단은 이런 현상에 대해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과학자들의 얘기를 믿고 싶습니다. 열흘 전인가, 중국 장춘에서 나타난 ‘환일(幻日) 현상’만 해도 그렇습니다. 해가 세 개로 보이는 현상이 목격됐다는 것이지요. 대기에 떠 있는 미세한 얼음조각에 햇빛이 굴절되고 반사되어 마치 하늘에 태양이 무리지어 떠오른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입니다. 그렇지만 종말론자들은 이런 현상이 모두 지구 멸망의 징조라며 은근히 불안을 들쑤시고 있는 것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 종말의 시기가 2012년, 그러니까 바로 내년이라는 주장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당초 1999년으로 예견되었던 그의 종말론이 빗나가게 되자 다시 해석한 결과 내년이 최후의 시점이라는 얘기가 나돌기 시작한 것이지요. 태양과 지구를 포함한 행성들이 십자가 모양으로 배열되는 ‘그랜드 크로스’ 현상으로 강력한 태양풍이 불어와 지구를 파멸로 몰아넣는다는 것이 그 내용입니다. 이처럼 단순히 하늘에서 불이 쏟아지는 묵시록의 아마겟돈이 아니라 그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보태지고 있다는 점이 요즘 종말론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2009년에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 ‘2012’도 내용은 비슷합니다. 태양 흑점이 폭발하면서 한꺼번에 튀어나온 중성미자가 지구 내부에서부터 끓어오르게 만들고 이에 따라 급속한 지각변동이 일어나 마침내 지구가 멸망한다는 것이지요. 이밖에 혜성과 충돌한다거나 지구 자기장의 변동으로 극이 이동하기 때문에 종말이 초래된다는 주장도 없지 않습니다. 종래의 핵무기로 인한 3차대전설이나 석유 고갈로 인류문명의 종말이 초래된다는 얘기들보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간 듯합니다만, 대체로는 각 주장이 뒤섞여서 결국 서로 비슷한 내용을 이루고 있습니다. 물론 그 가운데는 과학적으로 신빙성이 떨어지는 주장이 상당히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요즘은 고대 마야족의 종말론이 떠돌아다닌다고 합니다. 마야력이 2012년 12월 21일에서 끝난다는 데 바탕을 둔 내용입니다. 그들에게는 2013년이 없다는 것이며, 결국 지구 종말을 암시한다는 것이지요. 마야력이 과거와 미래의 태양 궤도까지 내다보고 만들어진 정교한 달력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특히 종말론자들의 눈길을 끄는 모양입니다. 사실, 종말론은 기독교를 비롯한 대부분의 종교에서 거론되는 것으로 인류 역사에서 급변기마다 대두되곤 했습니다. 세기말인 1999년에는 휴거소동으로 뒤숭숭했고, 역시 2000년 새 밀레니엄을 맞으면서는 컴퓨터의 오작동으로 예기치 못한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는 ‘Y2K 종말론’이 제기됐었습니다. 우리 민족종교에서 전해내려오는 개벽사상과 정감록이나 격암유록에서 거론되는 내용들도 종말론의 범주에 포함됨은 물론입니다. 이처럼 종말론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원천적으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사회가 혼란할수록 종말론이 더욱 기세등등해지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서로가 종말론에 휩쓸려 집단최면을 걸듯이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종말론자들이 주장하는 내년의 시점도 무사히 지나간다면 그들은 또 어떤 핑계를 대고 멸망의 시점을 늦춰 잡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어떤 경우에도 종말론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이 세상의 종말은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종말론을 믿는 사람들에게 그 이후의 내일은 없을 것이며,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내일의 태양은 하늘에 빛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노라”던 17세기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의 성찰은 종말론으로 신음하는 이 시대의 모든 사람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소중한 교훈입니다. 그렇다고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여러 자연현상들에 대해 뒷짐을 지고 지내도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최근 곳곳에서 나타난 동물의 떼죽음은 앞으로 그런 현상이 인간에게도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힐지 모른다는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는 것입니다. 국내에서 퍼져가는 구제역이나 조류 인플루엔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연 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인간이 마지막 포식자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어떤 형태로든 그 영향이 사람에게 미칠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여기에 기후온난화로 인한 재앙도 시시각각으로 펼쳐지는 중입니다. 백두산의 화산 폭발도 이미 기정사실로 예고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앞서서 대비하면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막대한 피해를 안겨줄 것이 뻔합니다. 세계의 종말을 재촉하거나 피해갈 수 있는 방안이 인간의 능력과 의지의 범주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 모두가 지구촌의 책임있는 구성원으로서 재앙을 줄이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 필자소개: 허영섭 2007년 경향신문에서 논설위원으로 퇴직하기까지 26년간을 신문기자로 지냈다. 그 전에는 '뿌리깊은나무' 잡지와 전경련에서 근무. 저서: '50년의 신화'(현대그룹 창업기의 주역들), '법이 서야 나라가 선다'(이회창 평전), '조선총독부, 그 청사 건립의 이야기'와 그 개정판인 '일본, 조선총독부를 세우다' 등. [출처: www.freecolumn.co.kr 자유칼럼그룹, 201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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