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일지-전화번호

2003.09.23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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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더가든에 다니는 둘째아이의 숙제는 전화번호의 번호를 오려 붙이는 것이다. 엄마인 나를 닮아 뺀질뺀질한 아이는 도무지 외우는 걸 싫어한다.
부드럽고 우아하게.."이렇게 하는거지" 하지만 맘에선 화가 불끈 나는 걸 참는다.
그래도 요새 팃낫한 스님의 '화'를 읽고 있는 중인데..
슬기가 숙제를 다하고 제동생을 찬찬히 가르쳐 준다.
나보다 훨씬 자상하고 친절하게..
인내심을 잃은 나는 벌써 악을 쓴다.
"아니 왜 그걸 못외어..외어 봐.."
장난 반으로 외우는 아이에게 약올라 침대에 엎드려 놓고
오동통 살찐 궁뎅이를 퍽퍽 때려 주었다.
깔깔 웃어 재끼는데,
이제 못 외우면 또 궁뎅이를 때려준다니까
아이가 한다는 말이, "아 엄마가 널스(간호원)이면 얼마나 좋아.
911 하면 되는데.."하고 능청을 떤다.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몇 번 더 외우게 하고
오늘 아침 아이에게 다시 다구친다.
"전화번호 외어봐?"
아이가 도망가며 대답한다.
"377-7112"
"아이고 신퉁해라."
쫒아가서 궁뎅이를 토닥거려주고 해피 페이스 스티커를 한장 붙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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