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꽃 향기
2008.10.01 05:58
라일락 꽃 향기
이 용 애
라일락 꽃 향기
뜰 안 가득 채우던
오월 어느 아침에
삼 년 안에 돌아오겠다는
한마디 남겨 놓고
태평양 건너 멀리 가버린
딸을 그리시던 아버지
해마다
딸이 심은 라일락 꽃 필 무렵
띄우는 편지엔
애틋한 사연 속 가득
그 꽃 향기
채워 보내 주셨네
삼 년이 세 번이나 흘러가도
딸은 돌아오지 못 하고
그 해 차가운 이월
기다림에 수척한 늙으신 아버지
쌓인 그리움 삼키신 채
빈 나무 바라보며
애닯게 눈을 감으셨네
라일락 꽃 향기
갈 길을 잃고 맴돌기만 하던
긴 세월 뒤에
이제야 돌아와
옛 집 빈 뜰에 선
오월 노을 진 저녁
외로운 라일락 꽃 향기
아버지 숨결로 살아
목메어 한없이
흐느끼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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