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2013.03.26 06:44

이용애 조회 수:219 추천:25

<시>

           경계선
            
                  이용애  

병원에 도착 할 때 까지는
의식이 제자리에 있었다

응급실 문턱을 넘는 순간
내 실체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나의 부재 상태가 얼마나 계속 되었을까
아! 얘기 소리가 들린다

내 시야에 들어온 얼굴들 낮 익다
아들이 묻는다 내 말 알아들으면
눈을 두 번 깜빡 깜빡 해 보세요
깜빡! 깜빡!
엄마가 아직 말을 못 알아듣네!
아닌데! 그게 아닌데!

아들아 나 알아 들었어!
그런데 내 목소리는 어디로 갔지?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 거야
나는 지금 경계선에 서 있는 걸까
그 쪽 세상을 볼 수만 있을 뿐
소통이 불가능한 그 경계선에

이렇게 볼 수 있고 들리기도 하는데
옆에 있어도 아주 먼 세상인 그쪽과 이쪽
아직은 경계선 반대편으로
넘어가진 않은 것일까

한 밤중부터 의식을 놓쳤던 하루
그 경계선에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나는
내가 있던 그 자리가 자꾸
머릿속을 파고든다

운 좋게 덤으로 돌려받은 남은 여정旅程이다
새롭게 가꿀 순 없을까
내가 원했던 반짝이는 여정旅程으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1 내 꺼 줄께 이용애 2013.03.26 240
» 경계선 이용애 2013.03.26 219
79 나뭇잎의 항로 이용애 2012.04.17 316
78 숲길에 맴도는 어떤 기원 이용애 2012.01.12 355
77 그 꽃 이용애 2011.04.15 710
76 태평양 물결 위에서 훌라 댄스를 이용애 2011.04.15 777
75 가랑잎의 여망 (餘望) 이용애 2010.10.09 692
74 시(詩)도 주울 수 있을까 이용애 2010.07.08 763
73 세歲밑의 길목에서 이용애 2010.01.09 785
72 이사(移徙) 이용애 2009.07.31 866
71 식물원植物園에서 이용애 2009.01.26 901
70 세 살박이의 신사도 紳士道 이용애 2009.01.26 874
69 양란(洋蘭) 앞에서 이용애 2008.10.26 866
68 잿빛 바다 이용애 2008.10.17 735
67 물안개 이용애 2008.10.17 706
66 가을로 가는 산길 이용애 2008.10.01 636
65 라일락 꽃 향기 이용애 2008.10.01 795
64 빗속의 하얀 묘비 이용애 2008.09.12 644
63 먼 고향 이용애 2008.09.10 588
62 빈터 이용애 2008.06.22 635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0
전체:
27,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