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애의 창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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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로 가는 산길
2008.10.01 06:02
가을로 가는 산길
이 용 애
키 큰 팜츄리
긴 줄서기가 끝난 곳
거기, 크리스탈 호수로 오르는
산길이 있다
그 길로
고이 접어 둔 내 속의 가을이
먼저 가서 나를 불러들여
그리운 가을로 끌고 간다
산 밑 볕살 바른 외딴집 지붕엔
붉은 고추
가을을 낮으막히 태우고
살찐 수수 이삭 다소곳한 기슭엔
크게 입 벌린 밤송이
탐스런 아람 길섶에 떨궈 놓는
내 어릴 적 가을이 거기 있다
그 길 저 안쪽엔
물기 말려 곱게 차려입은 옷
그 마저 하나 둘 벗어 놓은
가을 나무들이 기다리는 곳
그들 외로운 나무끼리
따뜻한 이야기가 흐르는
그 산 어디쯤엔가
하얀 구름 멈춰선
파아란 하늘 끝 향해
아쉬움도 버거움도
훌훌 벗어 놓고
빈 마음으로
포근포근 고운 잎 밟으며
환한 미소로 갈 수 있는
또 다른
가을로 가는 산길이
꼭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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