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다는 생각에/강민경
뉘 집 수도관이 터졌을까!
해변을 끼고 도는 도로 위를
더듬고 두드리며 구불구불 정처 없는
물줄기를 보는데
여기까지 오는 동안 쉼을 잊고 달려온
나 같다는 생각에
지쳐 보이는 물줄기를 따라간다
이곳 저곳에서 수시로 가로막는
돌, 나무등걸 등을 피해 구불구불 돌고 도는
물줄기, 낮과 밤을 가리지 않듯
정읍에서 시작된 바람
풀숲을 헤치고 내를 건너 상주로
상주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태평양 한가운데
하와이까지 흘러와
아들 둘, 딸 하나에, 손자 넷, 손녀 둘,
번창한 혈육 쫓아 캘리포니아까지
세를 늘려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리는 버팀목으로
고향에 형제, 자매 그리운 정을
내 아이에게 쏟아 부으며
거리 거리를 고르고 다독이는 물줄기처럼
흐르는 피땀 알게 모르게 닦아내며
소리소문없이 세월의 강 건너온 오늘까지
곧은 길만은 아니어서 버거웠어도
내 손, 발 닳는 부지런함으로 바다를 이룬
감동의 새삼스러움에는
성실한 내 한평생이 출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