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의 돌고래/강민경
그사이 정들었나
수족관 고래
방생하려는
더부살이
편안한 삶에 제 본향 잊은 걸까
넓고 푸른 세상이 눈앞에 있는데
수족관 문에서 머뭇거리며
자꾸 뒤돌아본다
세상 물정 몰랐을 때
부모 품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던
철없던 내 유년을 보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고 안타깝다
저 고래도 나처럼
세상을 배우고
살아가는 법을 깨우치는구나!
방송으로 보는 풍경에서
지난날의 나를 들여다보며
새날을 설계한다
지금껏 살아오며
한 번쯤 세상 유혹에 흔들린 일 없이
사람이든, 돌고래든, 바닷속 해초든,
제 자리만 지킬 수 있었겠는가
모두가 앞을 보고 또 뒤돌아보면서, 그렇게
저를 지키는 것이다, 저를 키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