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땡감 / 성백군
우리 이제 가을이라
자식들 다 분가시키고 손자 손녀도 여럿
단풍 들만 한데
금방 잊어버리고, 아무 생각도 안 나고
“영감, 나 땡감 된 것 아니냐”고
자기 머리를 쥐어박는 아내
봄, 여름, 지나면서
때 이른 반시, 홍시, 단맛에 취해서
가을이 오기도 전에 아내를 과식한 것 아닐까
갑자기 땡감이 되다니……
다 내 탓인 것만 같다
괜찮아
땡감이면 어때
깎아 문설주에 달아놓고
들며 나며 사모하다 보면
겨울에는 속이 빨간 달콤한 곶감이 되겠지
아내는 하얗게 웃고
나는 입맛을 다시지만
마누라는 마누라대로 서방은 서방대로
백치처럼 찔끔찔끔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