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 월란
강보에 쌓였던 남루한 어린 영혼 거두셔서
택하신 은혜로 팔다리가 자라고 가슴이 자랐습니다
말씀의 살로 채워주시고 등뼈같은 영광의 직분으로 세워 주셨지요
한치 앞을 몰랐던 우둔했던 두 발
주신 믿음의 혜안으로 밝히 걸어 왔습니다
돌아보건데 실패와 절망의 순간조차 은혜 아닌 것이 없었고
생각해보건데 눈물과 슬픔의 순간조차 축복 아닌 것이 없었습니다
언땅 헌데마다 새생명의 입질로 봄이 싹틀 때마다
얼마나 참으셨고 또한 얼마나 기다리셨나요
넘어지고 깨어졌던 제 혹한의 영토에 늘 봄처럼 오셔서
굳은 가지에 믿음의 꽃을 피우셨고 성령의 열매를 달아 주셨지요
새벽마다 엎드렸던 기도의 시린 두 무릎 위에
끼니 때마다 차려지는 따뜻한 밥상같은 그 날의 축복을 내려 주셨지요
찬양 속에 흐르던 눈물 남몰래 닦아 주셨지요
세파의 안개 자욱했던 날, 청맹과니의 헛손질같은 저의 두 손을 붙들고
햇살 아래로 인도해 주시던 날을
세상 욕심에 충혈된 두 눈 기도의 두 손으로 감겨주셨던 날을
차고 기우는 생명의 순리 앞에서, 오르고 내리는 삶의 여정 앞에서
기울지도, 내리지도 않으시는 사랑의 기억만을 안고 갑니다
이제 주신 직분의 포장을 내려 놓지만
포장 안에 숨겨두신 은밀한 보석같은 주님의 부르심 환히 짊어집니다
내려 놓을 것이 또 있나요, 짊어질 것이 또 있나요
주님의 변함없는 지혜의 가슴으로 마저 내려 놓게 하시고
넘치는 축복의 허리 곧추세워 두 팔로 마저 짊어지게 하옵소서
묻지 않으셔도, 저 이제 대답합니다
주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세 분 장로님의 은퇴예배에 드리는 글
2008-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