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목(冬木)
이 월란
손 닿으면 시릴까 만지지 못해서
가슴 열면 폭풍일까 마주서지 못해서
골신의 진액을 흘러내려
타인의 사계절을 갈수기로 견뎌 온
기도로 모은 손끝 쇠모루 위에서 한마디씩 멍이 들고
심곡에 내린 다림줄 비켜 한걸음씩 옮겨 선
뜨거운 길아래 어둠을 먹고 자라는 핏줄같은 잔뿌리로
무성히도 연명해 온
부르튼 관절마다 애액이 솟아도
두근두근 뛰는 맥박마다 말뚝이 박힌 장목더미로
누군가의 투병거를 짓더라도
오늘을 소중히 짚어낸 어제의 나이테
기억마다 가지런히 감아쥐고
이 봄에도 가지 속으로 꽃벼락을 맞는
당신은, 겨울나무
2008-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