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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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8.08.28 14:24

흔적

조회 수 285 추천 수 1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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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이 월란





아리조나주를 달리다 보면
10만년 전의 운석이 떨어진 자리가 프리웨이 선상에서 훤히 올려다 보인다
둥글넙적하게 파여 까맣게 타버린 자국이 낮은산 중턱에 선명히 남아 있다
버림받은 별의 자식같은 운명의 폭탄은 내게도 떨어져
지나칠 때마다 길 꺾어 빙 둘러가던 자리
날으던 별이 날개 꺾이고 누워 있는 자리
내게도 움푹 남아 있다
무엇인가 다 타지 못한 채 운명의 손이 거두어 가버린 불덩이
저렇게 훤히 펼쳐진 가슴 언덜배기에
한번도 인화되지 못했고, 한번도 이름지어지지 못했던
저 불멸의 흔적, 때때로 묻혀진 별똥을 주우러 가는 소녀가 되어
거무튀튀한 상흔을 70마일의 투어버스가 한번씩 손 흔들며 지나가듯이
세월도 내게 한번씩 고개 내밀어 주며 그렇게 지나쳐 갔었다
NASA 본부에서도 수거해 가지 못한 그의 뜨거운 파편은
어느 별에서 떨어진 운석인가
바람 부는 날이면 잿빛 회들이 간간이 날리고
미련마저 다비에 부친 소산터가 되어버린 분화구
숫겅으로 남아있는 불의 추억은 코끝으로 시뻘겋게 달려와
찰칵! 급히 셔터를 누르는데
난 또 흔들리고 말았다

                                                                                 2008-08-28





* 아리조나 운석 구덩이 (Barringer Meteor Crater)
10만년 전에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지름 50m, 무게 300,000톤의 운석이 13km/초의 속력으로 부딪쳐 생긴 구덩이로 직경 1.2km, 깊이
가 170m, 둘레에 쌓인 언덕 높이가 45m 라고 한다. 이 운석 구덩이가 생겼을 때 반경 3~4km 내의 생물은 즉사했고, 반경 10km 까지는
화상을 입었으며, 강도 5.5의 지진을 일으켰다고 한다. 운석은 6.5메가톤의 힘을 가하고 자신은 개스 상태의 불이 되어 전소해 버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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