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의 바다
이 월란
유년으로 이어진 바닷길이 멀다
빨간 내복을 입어 보고, 장대비 홈빡 맞아도 보고, 내 어미 기분따라 서기도 지기도 했던
오일장터 몸빼걸음 따라 누벼도 보고, 갈래머리 쫑쫑 추억의 손이 떼어낸
하얀 교복칼라 빳빳이 마르던 집
파도같은 세월을 넘어
흩어진 바닷길이 멀다
뗏목처럼 둥둥 떠도는 음유의 가파른 등성이 따라 출렁이는 이름들
여러 해 삼킨 지상의 밤들은 가슴 터지는 인공호흡으로도 깨어나지 못해
푸르게 잠드는 바다
헤치고 헤쳐 낯설지 않은 뭍에 닿아도
그 집은 없네
그 집은 없네
<기내에 두고 내리시는 물건이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돌아오는 길 위에서 다시 머물, 젖은 말(言)들이 사는
검푸른 바다 위의 집
2008-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