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양치기
이월란(10/05/23)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되어 프로방스의 목동에게 갔었어요
뤼브롱 산의 양들은 사람의 그림자를 닮아 있었지요
산 아래에선 누가 누가 잘하나 경연대회가 매일 벌어져도
순한 양들은 앞 짐승의 뒷발에 앞발을 붙이고
느리게 느리게도 풀을 뜯어 삼키지요
보름치의 식량을 기다리듯 목이 늘어지는데
땅끝의 언덕배기로 기어오르는 질긴 설레임
“잘 있거라 목동아” 심장에 떨어지는 건
노새에 차인 돌멩이 같은 “안녕”
두 어깨 위에서 지중해의 강물은 넘치는데
하도 외로워 입을 여는 일이 없었던 그 고독한 입 속에서
벌어지던 별들의 결혼식
오리온의 시곗바늘 아래 마글론의 예복이 입혀질 때쯤
아, 목덜미에 닿는, 다신 오지 않을 순간의 체온
하늘로 하늘로만 가까워지는 감긴 두 눈 옆에서
별 같은 두 눈, 은하수만 홍수처럼 넘쳐서요
* 게오로그 장피르의 [외로운 양치기] 속에 떠 있는
알퐁스 도데의 [별]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