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밥
이월란(10/05/28)
살만한 언니들은 언제 밥을 해 먹는건지
미사리에서 단호박해물찜을 먹고
청평댐에서 장어구이를 먹고
서오릉에서 다슬기를 먹고
목동에서 샤브샤브를 먹고
사당에서 오리찜을 먹고
가난한 나의 언니는
어버이날이라고 시골에 들러
시어머니 텃밭에서 무기농 채소와 밑반찬들을 잔뜩 싸선 서울로 왔다
아직도 시골 할머니들은 카스테라를 좋아하시는건지
군농협에서 돌렸다는 어버이날 선물까지 하나 챙겨서 왔다
시아버지, 시어머니, 1인당 한 개씩이었다고, 그래서 한 개를 주시더라고
딸내미 원룸에 있는 대형 냉장고를 가득 채워주고 나선
값을 치르지 않아도 되는, 시간으로 다듬고 씻고 데치고 무치고
바리바리 싸들고 온 햅쌀로 밥을 해서 먹었다
다음에 오면 또 밥 해 줄께
어릴 땐 잡아먹을 듯 싸우기만 했었는데
나의 가난한 언니는 내게 약속했다, 죽은 엄마처럼
밥이 그리운 내게 또 밥을 해 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