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03 00:27
침묵 앞에서 - 이만구(李滿九)
고요함이 흐르는 마음속은 생각 끝에 텅 빈자리로 남아 아래로 더 아래로 가라앉는다. 온전히 휑하니 비운 병 속처럼 바람결에 맑은 속삭임 있다
삶 속에서 하고픈 말 넘칠 때 다 털어내는 분주한 마음속에는 실없이 허전한 부풂이 있어 다음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나무는 태생이 싹틀 때부터 살아 나갈 생명의 시간표대로 철 따라 혼자서 묵묵히 살아간다.
바람 앞에서 할 말 있다 해도, 잠재우는 무언의 참을성으로 다음 해의 풍성한 열매 위하여, 안으로 뿌리로 동면을 준비하고 그 열매는 침묵의 무게로 답하리라
나목의 가지 사이로 갈라진 밤하늘 본다. 캄캄하고 머나먼 우주의 깊이는 태초의 폭풍이 지난 후, 다가서는 절전된 고요함 속에 감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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