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09 21:10
한 여름날의 기억 - 이만구(李滿九)
누가 남원이 고향인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지리산 자락, 남도 말씨 쓰는 울 어머니
집안에서 곱게 사시라던 순박한 그 이름
'안순'이라 부르던 이 여인을 누가 모르시나요
논에 흰 벼꽃 피던 어느 한 여름날이었지요
노란 양산 쓴 어머니와 터울 동생과 나는
커플 남방셔츠와 반바지 새 옷을 입고
초산을 넘어 십리길, 지경 장터에 갔습니다
우리는 계집아이처럼 어머니 따라 장 보며
다디단 솜사탕과 풍선을 두 손에 사들고
북적이는 장터식사 후, 사진관 가자던
당신의 속 깊은 마음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기억 속의 가난한 어머니와 어린 두 아들
그날의 나들이가 그렇게도 그리움 될 줄이야
아련히 떠오르는 얼굴, 그 가름한 눈매
당신은 이제 내 가슴속 큰 산이 되었습니다
세월이 흐른 뒤, 다시 꺼내보는 지나간 추억
액자사진 속 미소 머금고 웃으시는 사람은
노암리 출생 안 씨 집안의 세 딸 중 장녀로
높은 산 오를 때면, 늘 생각나는 어머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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