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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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걷다 오는 행길

2021.05.01 21:34

Noeul 조회 수:334

걷다 오는 행길 - 이만구(李滿九)

허수한 마음 조금은 비워 보려고 혼자서 삼거리까지 걷다 오는 길이다 

언뜻 눈에 비친 하늘 푸르러 흰 구름 떠가고 어느새 나도 모르게 싱그런 하늘빛 젖어간다 

작은 새들이 지저귀는 들 숲이 있고 한가한 길가에는 벤치가 보인다

그 텅 빈자리 누굴 기다리는 건가, 눈길로만 스쳐 가는 허전한 발길이다

행길 공터 빗물 웅덩이 속에는 하늘구름 흐르고 휑 뚫린 다리 밑 길을 통과한다

독수리 허공 맴도는 한적한 대낮, 한 나절 땡볕에 백지의 시간 태우며 간다  

예전에 울 아버지 그랬듯이 하염없이 터벅터벅 걷다가 삼거리 만나면 그냥 돌아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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