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23 06:51
7-7-2016
강신용 CPA, 수필가
내려놓고 얻는다
대형 버스 안에는 설레임이 가득하다. 모두들 가벼운 복장에 밝은 표정으로 여유있는 얼굴들이 보기에 좋다. 미국 전체에서 테니스를 사랑하는 동호인들이
라스베가스에 모여든다. 2박3일동안 벌어지는 한인들의 테니스 잔치에 주연으로
참석하는 것이다. 호텔과 만찬도 재미 대한테니스협회에서 제공한다니 동호인들의 즐거운 여행길이다.
유혹의 잭팟벨소리가 팰래스호텔안에 가득하다.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날아오는 슬랏머신 소리에 인솔자의 목소리는 귓전으로 들리고 잿밥에 신경이 곤두선다. 호텔 등록차례를 기다리는 마음이 급해지는 것은 프리웨이 트래픽만큼이나 느리게 느껴진다. 짐을 풀고 내려오니 곳곳에서 슬럿머신을 붙잡고 경제 활동에 여념이 없다. 라스베가스는 테니스와 더불러 엑스트라 즐거움을 준비하고 있다.
누구나 돈을 따는 방법을 안다. 아니다 다를까 라스베가스가 가까와지자, 너도 나도 100% 돈따는 방법을 설명한다. 그래도 혹시하고 백발백중 돈따는 비법에 귀가 솔깃하다. 누구나 크고 작게 따기도하고 잃기도 한다. 땄을 때 일어서면 위너가 되는 것이다. 모두가 그렇다고 박수를 쳐댄다. 그러면 위너가 되는데 ,요상한 유혹에 넘어가다보면 혹시 혹시하다가 역시 라스베가스에 저축하고 일어나는 것이 돈 잃는 길이다.
다음날 아침인사가 “땄어요”이다. 산산한 바람에 실려온 사막의 아침이 맑다. 밤 늦도록 숫자 공부하고, 수년동안 갈고 닦은 기량으로 낮선 선수들과 한판 시합을 기다린다. 하나 둘 모여던 남녀선수 삼백여명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돈다. 전날 밤 전수받은 백발백중 비법 덕에 밥값은 챙겨서인지 은근히 발걸음이 가볍다. 밤에는 기계와 돈내기하고 아침에는 한판 시합을 이기려고 긴장된 순서를 기다린다.
발품 팔아서 뛰는게 운동이다. 품앗이를 하면 할 수록 내 농사도 짓고 일당도 챙기는 것이 발품 파는 것이다. 건강의 첫째는 운동하는 행보(行補), 둘째는 밥이 보약이라고 식보, 끝으로 약으로 먹는 약보라 하지 않는가. 뛰고 움직여서 흘리는 건강한 땀내가 20여개 테니스 구장에 기합소리와 가득하다. 건강한 다리가 의사라고 든든하게 받쳐주는 하초근육들이 보기에도 아름답다. 시대가 바뀌어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겨도 건강한 육신은 돈으로도 살 수 없다.
알파고는 인공지능 바둑기사이다. 세계 최고수가 천여대의 인공지능앞에 완패를 당했다. 프로그램으로 만든 슬랏머신을 이기는 것도 어렵다. 말하자면 불도저 앞에서 삽질하기 식이다. 맘과 달리 쉽게 나가 떨어지는 이세돌 기사의 나약한 모습에 부아가 치민다. 감정도 없고 지칠 줄도 모르는 알파고의 실수를 은근히 기대해 보지만 빈틈이 없다. 테니스 코트에도 알파고같은 뛰어난 선수들이 여기저기에 보인다. 오감을 즐기며 쳐대는 선수들이 부럽고 존경스럽다.
밤의 유혹에 날새는 줄 모른다. 네온사인 숲속에 라스베가스 밤풍경은 어쩌면 그 옛적 소돔과 고모라성에 가까운 곳은 아닐까 여긴다. 돈 놓고 돈 따는 도박도 자유이고 심지어 섹스도 합법적으로 사고 판다. 이제 마리화나도 자유롭게 사고 피우며 즐길수 있는 환락의 도시가 될 거란다.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고 본선을 앞두고도 오기로 머신과 밤새 싸웠다고들 한다. 넌센스와 유혹에 너무 쉽게 빠져든다.
덤으로 이십년을 더 산단다. 얼마전에 “내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가 사랑에는 나이도 국경도 없다고 인기짱이였다. 요즈음은 건강하게 잘살자는 “백세인생”이 덤으로 사는 현대인에게 어울린다. 세계 방방곳곳을 여행한 은퇴자한 선배는 남가주 이곳이 천국이란다. 백세시대에 가족과 벗이 함께하는 삶이 진정한 덤이라 한다.
자연스러워야 멋지고 아름답다. 나는 새는 먹거리를 탐내지 않는다. 건강한 땀으로 격려하는 모습에 지고도 행복하면 좋다. 혼자서는 안된다.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자연스런 팀웍에 박수가 터진다.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어깨짐은 발걸음도 가볍다. 은퇴한 덤 인생 선수들의 웃음소리가 테니스 코트에 소박한 미소로 가득하다. 욕심을 내려놓고 기쁨을 얻는 얼굴위에 행복이 피어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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