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6 16:08

오렌지 향은 편지 되어
이희숙
나뭇가지에 하얀 눈꽃이 내리더니
햇살 한 조각 향기로 피어올라
오렌지에 닿은 시선으로 은은하게 다가온다
지난 시간 속에 갇힌 상념은
쿰쿰한 곰팡이, 썩은 계란, 땀에 절인 고약함
몸이 기억하는 불편함을 떨치고 나와
엄마가 퍼주던 밥 냄새, 흙 묻은 냉이 향 같은
말간 그리움 되어
마음 깊은 곳을 맴돈다
당신 손끝에서 햇살이 껍질을 벗는다
서걱거리는 공기 속을 날으며
한 조각 오렌지 숨결이 떠오르고
혀끝에 머물기도 전 기억은
우리를 꽃내음으로 물들인다
벌들은 사랑을 퍼뜨리려 날아들고
절절히 사모하는 마음은 작은 망울로 맺히는데
하나의 열매는 내일을 먹고 자라
서두르지 않고 달콤하게 익어 간다
한입 베어 물면, 태양이 입안에서 터진다
넉넉한 햇볕은 성숙한 오렌지빛으로
풍성한 삶을 영글게 하고 있는데
마침내 당신의 손길이 닿을 때
나는 어떤 빛으로 날아오를까
오렌지 꽃내음은 편지를 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