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07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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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과 나의 가족들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강 양 순
나는 15년 전에 허리에 쇠심을 박는 큰 수술을 했기 때문에 야외 활동이나 사회생활을 하는데 부적합한 몸을 가졌다. 늘 집에만 있어야 하는 나날이 지겹고 권태스러웠다. 나의 입에서는 가족을 향해 심심하다는 소리를 늘 달고 살았다. 내가 수필을 쓰게 된 동기는 2011년쯤 어느 화창한 봄날 내 생일날이었다. 단독주택 3층에 사는 큰아들은 어머니 생신 선물로 29인치짜리 컴퓨터를 사 주었다. 처음엔 뭐가 뭔지 몰랐지만 손가락 하나로 성경을 쓰기 시작했다. 키보드가 익숙해지자 두 손으로 워드를 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끊임없는 나의 노력의 결과였다. 다행히도 전에 피아노를 쳤기 때문에 왼손 사용에 큰 불편은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나에겐 큰 즐거움 이었다. 워드를 자신 있게 치게 되자 글쓰기에 도전했다. 마침 그때 내 친한 친구가 김학 선생님이 가르치는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반에 등록하자고 하며 내 손을 끌었다. 처음으로 쓰는 글은 너무 유치하고 동화 같은 글이 되고 말았다. 선생님은 그래도 그 글을 첨삭해 주시며 나에게 더 도전해 보라고 용기를 주셨다. 지루했던 나날은 글쓰기로 채워졌고, 내 얼굴은 웃음으로 빨개졌으며,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이 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수필의 힘이 큰 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글쓰기 횟수가 늘어감에 따라 나의 글솜씨는 물만 뿌려도 자라는 콩나물처럼 하루가 다르게 늘었다. 어느 날은 글을 쓰고 있는데 컴퓨터가 작동이 안 될 때도 있었고, 스팸 광고가 많아짐에 따라 컴퓨터의 속도는 더뎌졌다. 그때마다 내 곁엔 사랑하는 가족들이 나를 삥 둘러싸서 울타리가 되어 주었다. 글은 내가 썼지만 컴퓨터가 고장이 난다거나, 내 철자법이 엉망이 되면 3층에 사는 두 손자는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내가 부를 때마다 달려와 나를 도와주었다. 작은손자는 컴퓨터에 다양한 기술이 있다. 내 하모니카 카페에 내 곡을 올리고 싶다고 하면 바로 내 일을 도와주었다. 작은손자는 예비 웹툰 만화작가이기도 하다. 내가 컴퓨터를 다루는데 모르는 것이 있으면 나의 선생님이 되어 준다. 큰손자 역시 내가 모르는 것이 있어서 부르면 쏜살같이 달려와서 나의 모르는 부분을 가르쳐 준다. 그래서 인터넷도 익히게 되고, 컴퓨터에 관한 많은 정보를 가지며 살 수 있다. 어느 날엔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였다. 글을 쓰는데 컴퓨터가 갑자기 멈춰버렸다. 아침엔 비가 내리지 않아서 학교에 간 손자는 우산을 가지고 가지 않았는데 내가 핸드폰으로 손자를 불러내니 비를 철철 맞으며 가방도 벗지 않고 비 맞은 옷 그대로 컴퓨터에 앉아 고장 난 부분을 고쳐 주었다. 남편 또한 늘 통증을 달고 사는 아내를 위해 좋은 글을 쓰라고 마트에 반찬거리를 사러 가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딸이나 며느리들도 내가 글을 쓰면 좋은 평을 해 준다. 미국에 사는 딸은 우리가족 카페에 내 글을 올리면 꼭 댓글을 달아주며 ‘엄마, 파이팅!’을 외친다. 수필이야말로 움츠러들었던 내 자긍심을 회복시켜 준다. 자긍심이란 인간이 자기 자신과 자기의 활동능력을 고찰하는데서 생기는 기쁨이라고 어느 철학자는 말했다. 봄 햇살이 겨우내 쌓였던 눈을 녹이는 것처럼, 그렇게 수필은 내게 열정으로 다가왔고, 나의 아픔을 조금씩 치유해 주었다. 수필은 나의 삶의 목표이고, 나를 일으켜 세우는 희망이 될 것이다. (2016. 1.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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