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20 00:11
중국어 현장학습 여행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기초반 최기춘
친한 친구가 중국어를 함께 공부하자는 말에 따라 중국어공부를 시작했다.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에서 매주 금요일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3년이 지났다. 나이 들어 남의 나라말을 배운다는 게 쉽지 않다. 포기하고 싶은 때도 여러 번 있었지만 다정한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고 가르치는 선생님의 열정 때문에 포기할 수가 없었다.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임직원들의 친절하고 자상한 지원도 우리의 향학열에 큰 도움을 주었다.
중국어를 가르치는 독금화 선생님은 귀화한 한국인이다. 중국에서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선생님으로 재직한 경력이 있다고 한다. 선생님을 보면 초등학교시절 6학년 담임선생님 생각이 난다. 수강생을 배려하는 마음,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는 열정, 가르치는 방법까지 꼭 닮았다. 수업시간에 간혹 중국 사람들의 평범한 삶의 이야기와 특이한 문화를 비롯한 고전도 소개하여 수업시간 내내 흥미롭고 즐겁다.
선생님의 열정이 수강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수강생들도 적극적이다. 수강생들이 동아리를 만들어 매주 목요일이면 모여 친목도 다지고 중국어 학습을 보충하기도 한다. 동아리회원들이 모이는 날엔 선생님의 특강과 아울러 회원들과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가기도 한다. 동아리 시간의 수강료는 무료다. 이렇듯 중국어공부를 열심히 하다 보니 이구동성으로 중국어 현장학습을 가자는 의견이 분분하여 1년간 돈을 모아 중국 현장학습 여행을 갔다. 돈을 모으고 여행을 가기까지는 선생님은 물론 동아리 반장(永久班長) 안지은 회원의 열정도 한몫을 했다. 현장학습 여행지는 福建省 厦門 (중국의 표준어로는 샤먼)과 무이산으로 갔다. 여행을 가기 전부터 카톡방을 운영하여 각종 정보를 주고받으며 즐거웠다. 여행을 가서도 즐거웠지만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도 재미있었다. 중국어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하는 계기도 되었다.
샤먼은 중국 남부 해안의 인구 120만 정도의 도시다. 연평균 기온이 21도 정도로 온난한 지역이라 연중 꽃이 피는 해상의 낙원이라 한다. 볼거리도 많았다. 운남현의 토루와 야시장, 무이산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는 천유봉, 남송 유학자 주자와 관련된 문화 유적, 1년 내내 눈이 내리지 않는다는 숙장화원, 피아노박물관, 일광암 등, 가는 곳마다 눈을 즐겁게 했다. 볼거리가 많아 좋기도 했지만 식당이나 거리상점 가는 곳 만나는 사람마다 서툰 중국어로 한마디씩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어 더욱 재미가 쏠쏠했다. 함께 공부한 동아리 회원들과 선생님이 옆에 있으니 말이 안통하면 서로 도와줘서 의사소통이 잘 되었다. 하문에서 무이산 가는 고속 열차에서 중국 국제여행안내원과 동승하게 된 세 시간 동안의 현장학습이 더욱 즐거웠다.
옆자리에 젊은 여성이 동승하여 처음에는 약간 어색했으나 용기를 내어 나는 한국인이라고 소개하고 중국인이냐고 물었더니 웃으며 상냥하게 천천히 알아듣기 쉽게 대답해 주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당신은 미인이고 총명 하다고 칭찬을 했더니 더욱 상냥해진 느낌이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는 말이 맞는 말이다. 말문이 트이자 금방 친숙해졌다. 나 혼자였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지만 우리 동아리에서도 실력이 좋은 양명란 씨와 처음부터 중국어 공부를 함께한 김정수 친구가 옆에 있어 대화가 잘 이루어 졌다. 우리가 서툴게 물어도 곧바로 알아듣기 쉽게 답변을 해주니 갑자기 중국어 실력이 향상된 느낌이 들어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했다. 대화중에 영 말이 통하지 않을 때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기도 하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묻고 대답하니 즐거웠다.
이름은 陳燕, 가족은 시부모님과 남편 그리고 아들이 하나 있다고 소상하게 알려주었다. 국제여행 안내원이라서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등 다섯 나라 말을 한다는 말을 들으니 중국 사람들의 모습이 새롭게 느껴졌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어는 한마디도 못해서 안타까웠다. 한국은 꼭 가보고 싶은 나라여서 앞으로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여 2년 뒤 한국에 오겠다고 해서 한국에 올 때는 반드시 전주를 방문하라고 전주를 소개해 주었다. 우리가 가르쳐준 간단한 인사말을 또박또박 따라 하는 모습을 보니 한국말도 금방 배울 것 같았다. 헤어지면서 미리 준비해간 안동 하회 각시탈 목걸이를 선물했더니 퍽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지금도 탈 목걸이를 매만지며 기뻐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우리의 고유문화를 알리고 정감이가는 선물을 주었다는 마음에 기분이 좋았다. 명암도 전달하고 이메일 주소도 받았다. 2년뒤 우리나라를 방문하면 맛과 멋, 흥이 어우러진 전주의 한옥마을과 깨끗한 바다와 아름다운 섬 제주도를 구경시켜 주고 싶다. 전주의 맛과 멋, 흥에 취하고 깨끗한 에메랄드 빚 바다와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에 틀림없이 감탄사를 연발할 것이다. 陳燕 씨의 한국 방문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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