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15 07:04
강가(Ganga)에서 바라다 본 삶과 죽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배영순
인도 여행 사흘째 되는 날, 영적인 빛으로 가득한 도시라는 뜻을 지닌 ‘바라나시’에 도착했다. 그리고 릭샤를 타고 인도인들의 성스러운 어머니 강인 강가(Ganga)로 향했다. 강가는 영국식민지시절 영국인들이 갠지스(Ganges)강이라 불렀다. 인도의 도심을 이동하는 교통수단으로는 모터 달린 ‘오토릭샤’와 자전거 같은 ‘사이클릭샤’가 있다. 거리엔 수많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신호도 없고 중앙선도 없는 복잡한 거리를, 나를 태운 인력거꾼 ‘릭샤왈라’는 가벼운 접촉사고 한 번 없이 잘도 달린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자전거를 몰고 가는 늙고 비쩍 마른 릭샤왈라를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어 내려서 걸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경적과 매연으로 요지경속인 바라나시 도심을 통과하여 강가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는 매일 해질 무렵이면 시바신에게 올리는 기도의식인 뿌자가 행해진다. 이 뿌자 의식을 보기위해 어둠이 내린 갠지스강에는 멀리서 온 수 많은 순례객과 여행객들이 탄 보트들로 넘쳐난다. 뿌자가 시작되고 음악이 강가에 울려 퍼지니 종교는 다를지라도 마음이 숙연해진다. 어린 소녀들이 커다란 바구니에 꽃과 초를 팔고 있다. 초를 밝혀 강물에 띄워 보내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종이 그릇에 담긴 촛불들이 저 마다의 소원을 싣고 바람에 꺼질 듯 꺼질 듯 하류로 무심히 흘러간다.
다음 날 새벽 일출을 보기위해 또다시 강가로 향했다. 지난 밤 화려한 기도의식을 뒤로한 채 고요한 갠지스강의 화장터에서는 곡소리 없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갠지스강에는 언덕에서 강물까지 계단으로 이어지는 제방인 60여개의 가트(Ghat)가 있다. 이곳은 화장터이기도하고 목욕탕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목욕을 하는 이유는 자신이 지은 죄를 씻기 위해서이고, 강에 시신을 적셔 화장을 하면 윤회에서 벗어나 영원히 해탈을 얻는다고 믿고 있다. 이곳에서의 죽음은 영원한 이별을 뜻하는 슬픈 일이 아니라 해탈을 얻는 행복한 일이다. 그래서 죽음이 멀지 않은 사람이 먼 곳에서 와서 차례를 기다리기도 한다. 인구의 80퍼센트가 힌두교도인 인도인들은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화장을 하고 싶어 하지만, 나무 값이 비싸 카스트의 최고 계급인 브라만이나 할 수 있다. 귀족이 아닌 사람들은 끝없는 윤회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씁쓸했다.
화장터 주변에서는 개와 소들이 어슬렁거리지만 쫓아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상주 같은 남자는 부지깽이로 땔감을 허적거리며 시신을 태우는 일에만 열중하는 모습이다.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으면 영혼이 해탈을 못한다고 믿기 때문에 우리는 멀리서 바라다보기만 했다.
보트에서 한 아버지가 어린 아들과 함께 물고기를 팔고 있다. 한국인 관광객으로부터 배웠는지 ‘관세음보살’하면서 방생하라고 한다. 1달러에 세 마리 사서 ‘잡히지 말고 다음 생에는 좋은 몸을 받아 태어나라’고 말하면서 방생을 했다.
힌두교는 예부터 내려온 정통사상인 바라문교가 복잡한 민간신앙과 접목하여 발전한 인도의 국교로 기원전 4세기에 나타나 차츰 융성해졌다. 그밖에 인도에는 불교, 자이나교, 시크교, 이슬람교, 그리스도교, 유대교 등 4억이라는 인구만큼이나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있다. 힌두교에서는 많은 신들을 믿는데 대표적인 3대 신으로서 우주의 창조자 브라흐마(Brahma), 평화로운 세계를 유지하는 비슈누(Vishnu), 파괴의 신 시바(Siva)가 있다.
강에서 올라와 미로 같은 길을 통과하여 시내로 나오니 매연과 오물 냄새가 진동한다. 소들의 배설물을 요리 조리 피하며 길을 걷다가 까맣게 그을리고 찌그러진 주전자에 물을 끓이는 찻집 앞에 멈췄다. 홍차에 밀크와 설탕을 넣어 끓인 차인 짜이 한 잔을 마시니 새벽 강바람에 싸늘했던 몸이 따뜻하다. 찻집 이웃 가게에 카레가 한 솥 가득 끓여져있어 판매하는 것이냐고 물어보니 배고픈 자들에게 보시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배가 고파도 동물 먹이부터 챙기면서 인간과 동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나라인 것 같다.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이라서 가난하지만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지도 모르겠다. 거리에서 아기를 안고 나온 어머니로부터 10장 묶어 1달러인 그림엽서를 두 묶음 샀다. 한 묶음은 여행을 사랑하고, 그림과 사진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하면 환하게 웃으면서 반길 것이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바라나시를 보고 ‘역사보다, 전통보다, 전설보다 오래된 도시’라고 말했다. 30여 년 전 법정스님이 쓴 ‘인도 기행’을 읽고서 꼭 가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다녀온 인도여행, 여행을 결정하고 책꽂이에서 다시 꺼내 읽어보니 바라나시는 30여년과 전혀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또 다른 30년, 아니 백년 후에도 그 자리에 그대로 존재할 것 같다. 그곳의 불변(不變)이 죽음 또한 삶의 한 부분임을 몸소 체험하게 한다. 그리하여 내게 무한 매력으로 다가와 또 다시 찾아가고 싶은 곳이다.
(2016.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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