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제 체험기

2008.05.07 20:00

형효순 조회 수:723 추천:6

춘향제 체험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형효순



78살 춘향이의 절개를 기리고자 5월 1일 밤부터 남원의 밤하늘에 화려한 불꽃이 수를 놓았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더 많은 볼거리를 원하고 관계자는 더 많은 관객을 유치하려고 밤잠을 설치며 노력했을 것이다. 조선왕조 숙종 때 인물인 춘향이는 늙어도 한참 늙은 할머니건만 절개를 지키려고 목숨까지 버리려 했던 아름다운 처녀로 우리 마음속에 남아있다. 남원은 그동안 춘향이 때문에 발전해 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우리나라 고전소설의 백미로 꼽히는 춘향전의 무대가 광한루이니 어찌 혜택을 받지 않았겠는가.
예전에는 춘향제 때 먹는장사건 파는 장사건 그때 번 돈으로 일년을 먹고 산다고 할 만큼 성시를 이루었다. 그만큼 다른 지방에 축제가 없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러나 지금은 고을마다 축제가 많다. 살기가 좋아진 탓도 있고 지방마다 잘 살려는 몸부림의 결과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축제는 획일적이다. 어디를 가건 비슷비슷한 형식의 축제여서 사람들은 식상해 한다. 축제마다 가진 특색은 사라지고 잡탕식 짜임새여서 사람들이 축제를 외면하는 실정이다.

나는 우리나라 3대 축제 중 하나인 남원춘향제를 사랑한다. 이 무렵이면 신록이 우거진 광한루원의 풍광이 그만이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먹을거리 장터도 신이 나고, 늘 보던 사람도 축제장에서 만나면 오랫동안 못 만났던 사람인 양 반갑다. 판소리의 고장답게 판소리명창대회h 열리고, 춘향 후예들이 뽑혀 잘 생긴 이 도령과 거리 행진을 하며, 변 사또는 언제나 시민들의 미움을 받으면서도 행진을 한다. 사람들과 시대는 변했어도 그 본래의 마음에는 변함이 없어서 좋다.
구성진 각설이타령은 노인이나 젊은이들을 흥겹게 하고, 오랜만에 만난 고향친구들과 동동주 한 잔 놓고 밀린 정담을 나누며 밤을 보내는 것도 좋다. 파리의 세느강보다 더 아름다운 강이 요천이다. 요천강변에 여뀌꽃이 많이 피어 여뀌꽃 요(蓼)자에 강자를 붙이니 요강이 되어 점잖은 선비고장에서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여 요천으로 불렀다던가. 예전에는 소금배가 여기까지 올라왔다하니 요천은 예나 지금이나 보물 같은 강이 틀림없다. 이 강은 사계절 남원시민의 걱정과 즐거움을 품에 안고 쉼 없이 흐르고 흘러서 섬진강으로 간다.
  
사람들은 해마다 돌아오는 축제이니 뭐 볼 것이 있겠느냐고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온다. 좀 부족하면 어떠랴. 또 외지인이 좀 덜 찾아오면 어떠랴! 우리끼리라도 가슴 탁 터놓고 이야기하고, 어려움이 있으면 서로 도와 해결하며, 고칠 점이 있으면 귀를 기울여 고친다면 앞날이 밝고 희망차 보이지 않겠는가.
춘향이의 일편단심은 지금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고 이 도령처럼 약속을 잘 지키는 사내도 없다고 걱정한다. 변하지 않은 건 변 사또의 고약한 맘씨뿐이라지만 그렇다고 마냥 한탄만 하고 있을 수도 없다. 춘향이의 절개를 본받고 이 도령처럼 약속도 잘 지키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또 변 사또도 욕심을 줄이려고 노력하면서 어우렁더우렁 살아가면 얼마나 좋으랴.

올 춘향제는 사랑을 주제로 4개 분야에 30여 가지 행사들이 진행되었다. 전통과 현대와의  조화를 이루고자 관계자들은 남원의 발전과 전통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허브의 달콤함을 선물하고자 최선을 다했고 지리산 바래봉철쭉의 아름다움과 파란하늘은 덤으로 선사했으며 건강을 위해 미꾸라지의 변신을 시도하기도 했었다.
춘향이가 거느린 식솔들만으로는 찾아오는 손님의 오감만족을 충족시키지 못해 광한루, 사랑의 다리, 섶 다리, 사랑의 광장, 방자놀이마당, 분수대, 국립민속국악원 등 곳곳에 알맞은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5일 동안 볼거리 먹을거리, 체험장 설치 등 다양한 이벤트로 최선을 다했다.

광한루 원내에서 암행어사 복장을 한 어사또가 내게 마패를 보이면서 잘사는 나라를 만들려고 이렇게 순방중이라고 했다. 변 사또처럼 재산을 축적하는 무리들을 없애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니 빈말일지라도 듣기 좋았다. 춘향이를 왜 그리 오래 고생시켰느냐고 묻자 암행어사 왈, 잘 견딜 줄 알았기에 마음 놓고 공부했다고 대답했다. 여전히 있는 사람의 횡포 같지만 이제라도 서민을 위해 일한다니 믿어볼 수밖에. 춘향선발대회에서 춘향으로 뽑혀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사뿐사뿐 걸어오는 춘향이의 발걸음에서 즐거움을 찾고 오늘 하루만이라도 모든 시름을 내려놓고 목이 쉬도록 춘향가 한 대목이라도 부를 일이다.

                          (2008. 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