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일기/김상권

2012.06.06 08:04

김학 조회 수:285

행복 일기
전주꽃밭정이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김상권

1.

오늘은 행복한 날이었다. 왼쪽 발만 다쳤기 때문이다. 2층에서 내려오다 발을 헛디뎌 사고를 당했다. 참으로 운이 좋은 하루였다. 만일 양쪽 다리나 팔목, 엉덩이, 허리, 머리를 다쳤을 수도 있고, 교통사고를 당해 더 큰 부상을 입었을 수도 있는데, 한쪽 다리만 다쳤으니 이 어찌 행복한 일이 아닌가.

2.

X레이를 찍어보니 발등에 금이 갔다. 깁스를 했다. 뼈가 붙기까지는 5주간이 걸린단다.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는 말처럼 다친 것을 핑계 삼아 푹 쉬는 것도 좋을 성싶다. 재충전하는 계가가 됐으니, 발을 다친 것이 어찌 행복이 아닌가.

3.

다리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목발을 딛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은 매우 불편했다. 계단이 편리한 것으로만 알았는데 다리를 다치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계단이 불편한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다리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디 다리장애뿐인가. 시각장애, 청각장애 등 장애인들을 우리 주위에서 흔히 만난다. 이들을 볼 때, 내 일이 아니라며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장애는 단지 불편할 뿐이지 우리와 다를 바가 없는데 말이다. 편견을 버리는 것이 그들과 함께하는 지름길이려니 싶다.
우리 몸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2년 전에 팔꿈치를 다친 일이 있었는데 그때는 팔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팔이 아니라 발이다. 이처럼 소중한 것도 상황에 따라 바뀌는가 보다. 장애인의 어려움과 우리 몸 모든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해 준 다친 발이 어찌 고맙지 않은가.

4.

한쪽 발만 다친 것은 건강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신호인 것 같다. 쥐구멍 하나가 큰 제방을 무너뜨리는 것처럼 아주 작은 상처가 큰 병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건강에 신경을 쓰라는 뜻이려니 싶다. 며칠 전 친구가 이승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잘못 생각한 것이다. 죽음은 누구도 비켜갈 수 없다. 이번 기회에 내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살펴보라는 뜻은 아닐까. 절주(節酒)와 금연(禁煙)을 작정했으니 발을 다친 것이 오히려 행복이 아닌가.

5.

문우들과 친구들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다. 빠른 쾌유를 빈다는 따뜻한 목소리가 귀에 와 닿았다. 내가 어느 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이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우리네 삶은 서로 얽히고설켜 살아간다. 그러면서 기쁨과 슬픔도 함께 나눈다. 이러는 가운데 믿음과 우정이 쌓인다. 다친 발이 나의 존재감을 새삼스럽게 일깨워주었다. 그러니 발을 다친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6.

  행복은 마음 안에 있다. 동전의 양면 같은 행복과 불행은 자기 스스로가 결정한다.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행복한 것이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

                                    (2012.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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