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와 덕/정용진 시인/중앙일보/

2012.09.24 15:10

정용진 조회 수:212 추천:5

재주와 덕
2012년 9월24일(월)/중앙일보
                                    정용진 시인
  중국의 요임금이 나이가 들어 기력이 허약해지자 천자의 자리에서 물러나려 했다. 그에게는 자신의 아들 단주가 있어 늘 사랑했지만 단주는 나라를 다스릴만한 재목이 못된다고 생각했다.
요임금은 아들대신 현명한 은자 허유(許由)가 있다는 말을 듣고 허유에게 선양하기로 마음먹고 허유를 찾아갔다. 당치 않는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는 허유, “태양이 떴는데도 아직 횃불을 끄지 않는 것은 헛된 일이요, 청컨대 천자의 자리를 받아주시오.” 허유가 사양하며 “뱁새는 넓은 숲속에 집을 짓고 살지만 나뭇가지 몇 개면 충분하며, 두더지가 황하의 물을 마셔도 배만 차면 족합니다. 비록 음식을 만드는 포인이 제사음식을 만들지 아니하더라도 제사를 주관하는 제주가 부엌으로 들어가지 않는 법입니다.” 그 후 허유는 더 깊은 산중 기산으로 거처를 옮겨 갔다.
그러나 요임금은 다시 그를 찾아가 그러면 구주(九州)라도 맡아 달라고 간청 하였으나 단호히 거절 하였다. 세상이 흐려져 권세와 재물에 욕심이 가득 차더라도 이를 멀리하던 허유가 자신의 귀가 더러워졌다고 탄식하며 흐르는 강물에 바가지만한 귀를 씻고 있었다.
때마침 소를 몰고 가던 소부(巢夫)가 허유에게 왜 귀를 씻느냐고 물으니 천하를 맡아달라는 요임금의 말을 들었으니 혹여 내 귀가 더럽혀 졌나 해서 그러오. 하였다. 소부는 파안대소 하며 당신이 숨어산다는 소문을 퍼뜨렸으니 그런 더러운 소리를 듣는 게 당연하오. 은자라는 이름은 밖에 알려 저서는 안 되는 법이오. 당신이 은근히 은자라는 소문을 퍼뜨려 명성을 얻은 게 아니오? 그리고 나서 소부는 소를 몰고 강물을 거슬러 상류로 올라갔다. 아니 소에게 물을 안 먹이고 어디로 올라가시오? 소부가 대답했다.
“그대의 더러운 소리를 들은 귀를 씻은 구정물을 내 소에게 먹일 수 없어서 상류로 올라가는 거요.” 중국은 상고주의(尙古主義) 국가다. 혼탁해진 오늘의 세상 말고 요순(堯舜)시대의 맑고 깨끗한 세상을 그리워한다는 의미다.
성현 공자는 덕본재말(德本財末)을 강조했다. 덕은 근본이고 재주는 말단이란 뜻이다. 명예욕 금전욕 성욕에 빠져 삶이 빗나갈까 하는 진정한 염려다.
요즈음 고국에서는 ‘접시꽃 당신’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던 도종환 시인이 국회의원이 되었다. 이로 인해서 중등교과서에 실린 그의 시를 뽑아내야한다, 그대로 두어야한다. 논란이 한창이다. 시인이 정치인이 됨으로 인하여 문학의 순수성이 오염되고 왜곡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조국이 해방이 되고 미당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 명시가 고등 교과서에 실렸었다. 후에 말썽이 났다. 미당의 과거 친일행적이 문제가 된 것이다.  
문(文)은 곧 인(人)이라고 한다. 진실한 사람이 참된 글을 쓸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땅에 아까운 시인 하나가 죽었다.’ 도종환 시인이 국회에 들어갔을 때 어느 지인이 보낸 조화(弔花)의 내용이다. 도종환 시인은 이 화분을 곁에 놓고 물을 잘 준다니 다행이다. 시의 처리 관계는 담당자들이 알아서 할일이고 임기 만료 후 다시 명 시인이 되어 문단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며 문제의 시 ‘담쟁이’로 이 글을 맺는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그 때/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물 한 방울 없고,/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담쟁이 잎 하나는/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결국 그 벽을 넘는다.<도종환 담쟁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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