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s의 문제점

  -기다리는 동안-

                                                                                                 정국희

어제 Guess 매장에서 산 Guess 상표가 붙은 가죽잠바를 입고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십대나 이십대를 겨냥해서 만든 쇠지퍼가 요란한 옷을 청바지 위에 받쳐 입고 앉아 있

이보다 더 젊게 보일 수는 없다

창문 밖에서 오토바이 탄 보이프랜드가 휘이익 신호를 보내면 바로

튀어나가 뒷자리에 훌쩍 올라탈 기세를 Guess 해 본다

책상 위에 어젯밤 먹다 남은 사과 한 쪽, 볼펜,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손목시계, 물컵, 스테이플러가 각각 보편적인 특징들을 지닌 채 널려 있다

이 작은 것들의 불협화음 속에서

산만한 평온함을 Guess 하는 일은 멍하니 앉아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보편성이 있다

1954년 내가 태어나기 이전, 영국의 뛰어난 수학자인 앨런 튜링은 청산가리를

넣은 사과를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저 사과에 청산가리를 넣으면 어떻게 될까 Guess 해 본다

사과에 청산가리를 넣고 사각사각 넘겨본다

룰루랄라 하늘가는 길이 밝게 보인다

노모와 자식들과 남편 얼굴이 차례로 떠오르면서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괜한 짓을 했구나 막 후회하려는 찰나

어지럼이 치밀면서 구토가 일어나고 입에서 피가 쏟아진다

아무래도 Guess 가죽잠바는 이 나이에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옷을 바꿔 입으려고 일어서는데 카톡,

‘도착했어’

문자가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