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바랜 시간 / 이혜규

2025.05.01 11:44

미주 조회 수:2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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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바랜 시간

                                                        이혜규

 

멀겋게 바라만 보는 내 그림자

 

늦겨울에 건너뛰는 징검다리

파랗게 질려

미끄러지지나 않을까? 빠지지나 않을까?

콩콩 뛰던 심장 소리

 

구름 속을 헤매던 통증 토해내고 싶지만

마취에 굳어진 펜은 파지만 더해진다

 

나에게 주어진 모래시계

오늘도

쏟아내는 모래알은 멈추지 않고

헤아리고 있는데

 

창가 매서운 추위 털고

툭툭 터져 나오는 호접란의 오진 마음

부끄러움만 더해진다

 

뻐근히 밀려오는 서려진 체증

바라만 보지 말고

하얀 백지에 곱게 담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