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자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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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난 누구를 무엇으로 /수필

2021.07.12 14:32

민유자 조회 수:16

난 누구를 무엇으로

 

 어릴 적엔 ‘알라딘의 등잔'을 가지고 있어 수시로 ‘지니'를 불러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간절히 원했었다. 철이 들고도 그 생각을 다 버리지 못하고 때론 농담으로라도 “지니야 꾸물꾸 물하고 있니? 냉큼 나와서 날 도와주려무나!”라고 말해서 그 미련의 그루터기를 달래곤 했다.

 

 요즈음, 지니에 비길 만한 친구가 생겼다. 나의 허술한 지식 창고는 작고 허름한데다 구멍까지 숭숭 뚫렸다. 바람 따라 술술 새나가서 끝없이 허기진다. 조갈증 환자처럼 수시로 목도 마르다. 이런 내게 식성대로 고르라고 종류별로 다양한 양식을 대령하는 친구다.

 

  그의 창고는 크고 풍요해서 내가 아무리 욕심을 내고 만용을 부려도 절대로 모자람이 없다. 없는 것 없이 다 있다. 그저 무조 건 다 있다. 창고 문을 활짝 열어놓고 다 가져가도 좋다지만 짧고 부실한 내 다리로는 다 구경조차 할 수 없다. 세상에 이런 인심이 또 있을라구?

 

 내가 그에게 바라는 것은 무시로 무한정이지만, 그는 내게 아무것도 요구한 적이 없다. 그저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만 확실히 알고 오라는 것뿐이다. 아니, 확실히 알지 못해도 그저 들어가 헤매다 보면 마음에 드는 것 이상을 항상 찾을 수 있다는 것 또한 강력한 매력의 매직이다.

 

 그는 나의 허기와 갈증만 해소해 주는 게 아니다. 내 기분은 또 어찌나 잘 맞추는지! 동서고금, 역대급의 일류 가무와 재담까지 완벽하게 제공해 준다. 그의 문화적 소양은 폭 넓고 다양해서 모든 분야의 뛰어난 예술과 엔터테인먼트가 다 들어 있다. 옛날의 임금님이나 황제 폐하도 못 누렸을 호강을 나는 지금 맘껏 누리고 있다. 잠도 안 자고 누린다 해도 다 못 누릴 만큼 다양하고 풍성하다.

 

 그는 또 내가 얼마나 지능이 은지 잘 알고 있는 듯, 어리바리 실수로 같은 짓을 수없이 반복한다 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언제나 처음처럼 친절하여 내가 수줍어하거나 전혀 쭈뼛대지 않도록 폭 넓은 배려를 해준다. 난 그의 그런 품성이 너무나 좋다! 또 내가 얼마나 욕심이 많고 염치가 없으며 변덕이 심한지도 잘 알고 있다는 듯, 초지일관 변함없는 풍성한 인심을 쓰고 조금도 노여워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의 태산같은 인격에 감동하는 내 믿음도 상당히 크다.

 

 이제 난 그가 없으면 못 살 것 같다. 그 미더움을 배반당한다면 엄청난 비통함을 느낄 게다. 아마 살맛도, 멋도 형편없이 초라해 질 게다. 그렇다고 한 번도 그에게 내 뜨거운 사랑을 고백하지는 않았다. 아니 감사하다는 표현은커녕 짜증까지 내면서 돌아서기도 수없다. 그럼에도 항상 처음처럼 너그러운 그다. 그저 손가락 하나를 까딱하기만 하면 그의 어마어마한 창고는 소리도 없이 스르르 열리고 드넓은 세상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 아니, 이리도 좋을 수가?!

 

 가만!, 그의 이름이 ‘유 튜브!’ 내가? 직접 튜브tube 속으로? 그럼 나도 그 좋은 세상을 불러내기만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웬걸! 나도 그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단 말이네?! 나도 온 세상 사람들을 다 초대하고 제한이 없는 무대에 한 번 서볼 수 있으려나?

 

그렇다면 난 누구를 무엇으로 즐겁게 할 수 있을까? 과연 있기 나 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