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자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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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언더스탠드 / 수필

2021.07.12 14:41

민유자 조회 수:49

언더스탠드

 

 난 언더스탠드라는 말이 참 좋다.

 

 보통 언더스탠드라면 이해한다고 번역된다. 한층 더 나아가면 동의한다는 뜻이 포함되기도 한다. 상호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기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데 더없이 중요한 덕목이다.

 

 언더스탠드는 우리말로 번역된 이해한다는 뜻 외에 한층 더 깊은 뜻이 들어 있다. 언더under와 스탠드stand라는 두 단어의 합성 어이고 보면 그저 알아차린다는 것보다는 실지로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경험해 본다는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깊은 뜻이다.

 

 동병상련이란 말도 있다. 같은 병의 환자끼리 서로 가엽게 여기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끼리 서로 동정하고 는다는 말이다. 우리는 일부러 같은 처지를 만들 수 없다. 그러나 잠시 생각의 깊이를 더할 수는 있겠다. 곤경에 처한 상대방을 돕거나, 상처를 더하여 뼈아프게 만드는 처사를 삼가야 할 의무는 교육받은 성인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자세다. 하지만 나부터 알고도 또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눈멀고 귀먹은 상태로 이를 실행치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하기사 남의 염통이 는 것보다 내 손톱 밑의 가시가 당장 더 생생하게 아픈 법이니까.

 

 천성적으로 태어나기를 자기중심적으로 생겨먹은 것이 동물의 본성이다. 사람도 이에서 그리 멀지 않다. 가정과 사회의 규율 안에서 교육받으므로 지성이 자라서 절제되고 훈련되지만 무너지기 쉬운 것이 지성의 이고 교양의 껍질을 까고 터져 나오는 것이 본능이다.

 

 때로 극한의 상황에서 빛나는 지성의 힘을 발휘하는 영웅이 있다. 허나 보통은 일상에서도 살짝 뒤안으로 돌아가 보면 앞에서 볼 때 보이지 않던 허점이 내비치고 추악하기까지 한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재벌 가정에서 일어나는 갑질의 행태나 정치인들의 이중적인, 눈살 찌푸릴 모습들이 신문에 보도되기도 한다. 이들은 언더under 스탠드를 전혀 못 하고 어버브above 스탠드만 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언더스탠드는 상처를 주는 사람만이 아니고 상처를 받은 사람에게도 필요한 자세가 된다. 나는 “어쩌면 그럴 수 있는가?” 하고 불같이 분노하며 잠 못 이루면서 복수의 칼을 갈고 싶을 때 눈을 질끈 감고 일단 보류의 보자기로 싸서 놓아둔다. 시간이 가면 저절로 삭아 없어지고 누그러지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도 내가 모르는 새에 누구에게 그런 적이 있었을 거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도 잠시 눈멀고 귀먹은 순간이었을 거라는 상황판단이 그려지기도 한다.

 

 언더스탠드는 그 사람의 생각의 깊이와 경험의 넓이, 인품의 성숙도에 비례한다. 성급히 비난하고 정죄하고, 없이 오만하고 자랑하며, 섣부른 결론으로 단정해 버리는 일은 자신을 독선의 함정에 함몰시키고 대인관계를 깨뜨리며 조직의 분열을 초래 한다. 언더스탠드는 지도자에게 특히 더 필요한 덕목이다. 언더스탠드의 자세는 사랑함에도, 사랑을 받음에도 필요하다. 언더스탠드가 전제되면 더 온전하고 지속적인 사랑을 나눌 수 있다. 언더스탠드는 가족은 물론 친구나 일자리에서의 동료 간에도, 아니 모든 대인관계에서 꼭 필요하다. 베푼다고 다 좋기만 할 수 없다는 경우와 받는 것이 반드시 내게 이로운 것이 아닌 경우를 잘 선별하는 지혜를 언더스탠드하면서 터득할 수 있다.

 

 언더스탠드를 타인에게만 요구하기보다 나 자신에게 더 많이 적용할 수도 있겠다. 조용히 스스로를 돌아보고 용서하고 치유하는 과정이 당시의 나를 따로 떼어내어 언더스탠드하면서 이루어질 수 있음을 안다. 이런 성찰로 회복의 기쁨과 함께 밝고 힘찬 발걸음으로 다가오는 새날을 맞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