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부를때
이 건 청
너를 부른다 꽃이여 꽃향기로 와 다오
너를 부른다 꽃이여 아지랑이로 와 다오
내가 너를 부른다 꽃이여 시냇물
가물가물 실낱같이 흘러다오
내가 너를 부른다 꽃이여 새벽이슬
젖은 채 내 창문을 두드려다오
너를 부른다 꽃이여 꽃향기로 와 다오
꽃향기로 와 다오
돌미륵
이 건 청
네가 누구냐고 묻는다,
사시나무냐,
피나무냐,
풋다래냐,
쏙독새냐,
아니면,
보도육교 위에 엎드린
앵벌이냐,
깡통이냐,
깡통 속에 던져진
동전 몇 개냐,
막차 떠난 KTX역
온풍구 옆에서 자고
이른 새벽 깨어
역 화장실에서
양치하는 노숙인,
이따금, 멈춰선 에스컬레이터에
엎드려 글도 끄적이는
나를 보고, 누구냐,
누구냐고 묻고 있는데…
(시인시각.2009. 가을호)
이건청 Profile
경기 이천 출생, 196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소금창고에서 날아가는 노고지리』
『푸른 말들에 관한 기억』,『석탄형성에 관한 관찰 기록』외,
현대문학상, 한국시협상, 한국예술발전상, 녹원문학상 수상.
목월문학포럼 회장, 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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