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와 노출

2013.07.10 05:56

백남규 조회 수:246 추천:14

보일듯이 보일듯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름답다고 한다. 인간의 몸과 마음도 마찬가지다. 낯선 사람의 내면이 보일듯 하면서도 안개속으로 사라질 때 신비감을 느끼게된다. 낯선 도시를 거닐 때와 몇 십년 살고 있는 도시를 걸을 때의 느낌은 다르다.



글을 쓴다는 것을 몇 마디로 정의할 때 흔히 쓰는 용어가 몇 가지있다. 감추기와 드러내기. 맻힘과 풀림,다가가기와 멀어지기.막힘과 뚫림. 등장인물을 나눌 때 쓰는 용어도 마찬가지다. 입체적 인물과 평면적 인물.수수께기형과 속담형 등으로 나누는데,대개 인간의 속마음은 감추어져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노출시키고 있느냐가  변별기준이 된다. 속마음을 잘 알 수 없는 인물에 속하는 것이 입체적인물,수수께기형이다.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유형이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누구나 감추고 싶은 것이 있다. 여러가지 이유로 그것을 표현하지 못하고 지낸다.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귀 처럼 표현되지 못하는 것은 인간과 사회를 병들게한다.

임금님이 벌거벗은 것이 분명한데 때묻은 어른들은 그것을 입으로 발설하지 못한다. 용기가 없고 소심하고 발설했을 경우 당할 불이익때문에 못 본척하고 산다. 또한 윤리나 도덕 이런 거추장(?)스러운 것 때문에 속마음을 숨기고 사는 경우도 많다. 이웃집 여자나 친구 애인이   마음속으로는 좋은데 그것을 표현했을 경우 쏟아질 손가락이 무서워서 점잖은 얼굴을 가장하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사랑에는 악행과  일탈의 요소가 그 속에 분명히 있다. 그렇기때문에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실행하지 못하는 그런 사랑을 문학작품이나 영화를 통해서라도 간접적으로경험하고 싶어하는 것이다.대리만족, 혹은 카타르시스라고도 한다. 억압된 감정의 정화를 간접적으로라도 뚫어야  속이 조금이나마 시원해 지는 것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논이나 밭에 가서라도 크게 소리쳐야 살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뿐 아니라 고대에도 원시인들이 제의나 연극행위시 '가면(mask)'이 필수적인 소도구로 등장한 경우가 많은데 이 가면이야말로 일인이역(겉과 속)의 역할을 혼자서 해내고 싶어했던 고대인들의 순수한 본능의 발로라고 하지않을 수 없다. 가면은 은폐와 노출의 이중적 기능이 있다.자기의 신분이나 정체를 숨기고 내면에 억압된욕망을 거리낌 없이 노출시키게 하는 것이 가면이다.



변장의 쾌감은 언제나 우리를 즐겁게한다. 서양의 가면무도회나 우리의 탈춤이 인간의 억눌린 본능을 노출시켜 발휘하게 하여 사회를 건강하게 회복시키는 것이다.  두 얼굴의 사나이.지킬박사와 하이드. 낮에는 숙녀,밤에는 탕녀. 인간의 이중적인,다중적인 모습이 사실은 하나의 얼굴인 것이다.  속마음을 드러내어도 피해를 입지 않은 사회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 피해의 정도를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사회 분위기를 성숙하게 만들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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