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울림

2016.08.21 05:10

백남규 조회 수:200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마음이 떨리거나  울리는 경우가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거나  괜찮은 사람이나 글을 만날 때 마음이 떨리고 울린다. 이 떨림이나 울림은 세상과  마주 선 자의 긴장에서 발생한다. 이 긴장은 모든 예술의 공통적인 시금석이 된다. 소월의 시 한수 읽어본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아마도 한국 서정시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시에 속할 이 시에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깊은 울림과 떨림이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언제나 건너야 할 깊은 강이 가로 놓여있다. 타인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사람은 언제나  나라는 감옥에 갇혀서 남을 제대로 보거나  읽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 강을 간신히 건넌 사랑하는 사람사이에도  싫고 좋은 감정은 늘 변한다. 그리하여 기쁨은 눈물로 쉬 바뀌고.../  두 관계가 긴밀하게 유지되려면 늘 긴장이 필요하다. 그렇게 노력하지 않아서 혹은 노력을 해도 사랑은 식을 수 있다. 그 때 사람의 태도가  문제이다. 사랑하다가 한 쪽의 사랑이 식을 때  어떤 이는 억지로 상대방의 마음을 자기에게 돌리려고 한다. 무진 애를 쓴다. 그렇다고 돌아선 사람의 마음이 쉬 돌아오지 않는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억지를 부리는 사람의 마음은 아름답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의 마음이 추해지기 쉬운 건 이 때문이다. 그래서 한 때의 사랑이 끔찍한 범죄로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돌아서서 가는 사람에게 꽃을 뿌리기란 쉽지 않다. 이 경우를 드러내는 시가 진달래꽃이다. 자기가 싫다고 돌아서는 사람을 축복하는 마음-인간으로서 격조 높은 마음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는 눈물겹다. 아름다운 마음은 우리에게 눈물을 흘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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