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환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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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나의 첫번째 시

2021.12.10 01:05

정종환 조회 수:8

나는 고등학교에 들어가려고

학교보다 학원을 더 열심히 다녔다

그러나 눈은 언제나 칠판이나 강사보다

바로 내 앞 여학생, 지안의 머리카락과 어깨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조심스럽던 저녁 무렵이 시끄러운 밤 풍경으로

바뀔 즈음,

수학 훈련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즐거운 시간이 나타났다

나는 적지를 수색하는 초년병처럼

그녀 뒤를 밟았다.

그 향기를 따라갔다

전봇대 뒤에 숨기도 하고

좌우를 살피며.......

지안: 반짝이지 않고 빛나는 얼굴. 얼마나 예쁜지 표현할 수 없음.

분위기, 표정, 웃음, 목소리, 발걸음

나는 적과의 동침을 꿈꾸며

30분 넘게 땅을 밟지 않고 걸었다

이윽고 도착한 그녀의 집:

기차역 앞. 쓰러질 듯한 지붕. 깨진 약국 유리창. 먼지로 찌든 백열전등.

적지를 넘나든지 보름이 되는 날,

친구에게 고백하고 조언을 구했다

"그 아이 집은, 쉽게 말해서, 우리 시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홍등가야."

"뭐하는데야?"

"돈없는 사람들이 와서 풀길 없는 성욕을 푸는 곳이지."

순간, 어지러워졌다,

"불법이지?"

"합법이야."

나는 밤새워 울었다. 울고 또 울었다.

소리없이 다가온

다음 날 저녁,

예전처럼 나는 그녀의 뒤를 밟지 않고

한점으로 사라질 때까지

바라만 보았다

그리고 하얀 눈, 첫 눈, 함박눈이

입술에서 녹기 시작했다. 나의 사랑처럼.

 

        가로등만 삐걱거리고,      

움직일 줄 모르는 내 발끝은

                                  썼다. 아침이 찾아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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