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06 20:10
모리아산에서
소담 채영선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말씀
한 마디 대꾸도 못하고
돌아서던 그때
날 선 벼랑 아래로
바람결에 날아가버린
한 가닥 깃털이 되었습니다
약속과 의지 사이
순종과 무의식 사이
의문과 확신 사이에서
차라리 한 마리 까마귀 되어
마른 가지 끝에서
까악까악 토해내고 싶었습니다
긴 침묵의 시간
가룩한 산 녘 하루치 티끌 속에서
모래알처럼 흩어지던 달콤한 속삭임
소문도 없이 찾아와
서로의 눈빛을 두드릴 때
끝이 없는 터널 햇살마저 무디어질 때
밤처럼 젖어들던 두려움
이지러진 변명을 중얼거리며
당신 앞에서
아무것도 아닌 목숨을
새겨 넣을 이름으로 바꾸어야 할 그때
폭포처럼 무너져 내리던 소망을
기억하시나요,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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