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닮은

2019.01.12 22:24

정용진 조회 수:17

자연을 닮은

정용진 시인 2010 1월호 샌디에고 한인뉴스 김미경기자

육신의 눈으로 바라다 본 사물의 세계를 사유 의체로 걸러서 탄생시킨 생명의 언어를 경작하는 농부!

성실의 모자를 쓰고, 정직의 허리띠를 두르고,

근면의 신을 신고,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정 시인으로 묘사된 정용진 시인.

양손에 흙과 문학만을 움켜쥐고 70평생을 살아온 시인의 가슴에는 우주가 숨 쉬고 있다.

어두움이 채 가시기도 전 이른 새벽, 이슬을 머금은 장미들의 웅장한 사열을 받으며 하루를 여는 시인은 20에이커에 달하는 농장 곳곳마다 사랑을 나누는 나무들과의 교감으로 시작한다.

미주문단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한인들에게도 유명세를 타고 있는 시인을 글로 형상화 하는 것은 언어의 한계를 넘어야 하는 고된 작업으로 다가 온다.

정 시인의 수직과 수평을 넘나드는 다양하고 깊이 있는 대화는 고전과 한학에서 빛을 발하며 그의 독특한 해석은 강의를 듣기위해 모인 문학도들을 매료시킨다.

경기도 여주에서 출생한 정시인은 성균관대에서 법학을 전공하며 법관을 꿈꾸던 청년 이었으나 1971년 유학행을 선택하면서 우드버리대학에서 경영학을 수학하게 됐다.

그는 가장으로서 생계도 책임져야 했기에 그로서리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되었고 온타리오 인근에서 30에이커에 달하는 대지에 배추, , 고추 등을 재배해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야채농장의 수익이 증가하자 많은 한인들이 동 업종에 뛰어들게 되고 그는 같은 한인들과의 경쟁을 꺼려해 1983년 폴부룩( Fallbrook) 으로 둥지를 옮겨 거대한 장미농장을 일구게 된다.

그가 허름한 농부시인으로각인 된 것은 그의 두툼해진 손과 은빛 찬란히 쏟아내는 언어들이 설명해준다.

육신은 농사를 짓고 영혼은 시를 쓴다는 정 시인은 자연의 리듬과 함께하는 삶을 살며 강마을장미 밭에서금강산’ ‘빈 가슴은 고요로 채워두고한영 시선집 너를 향해 사랑의 연을 띄운다, ‘설중매등의 시집과 에세이집 마음 밭에 삶의 뜻을 심으며’ ‘시인과 농부를 출간했다.

그이 작품에는 자연과 동화된 시인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정 시인은 시는 언어로 그리는 영혼의 그림이며 육신의 눈으로 바라다 본 사물의 세계를 사유의 체로 걸러서 탄생시킨 생명의 언어인 동시에 영혼의 메아리라고 정의한다.

수필에 대한 그이 지론은 주관성을 초월한 객관성 차원으로 승화되고 격상되는 시와 산문의 성숙된 생활 표현양식 이라고 말한다.

정 시인은 오랜지 카운티와 샌디에고 지역에서 오랜 세월 문장교실을 열고 영혼의 메아리를 울리기 위해 찾아든 사람들과 문학의 밭을 일구고 있기도 한 타고난 농부이다.

그의 농부기질은 자식농사 역시 성공을 거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큰아들 지신씨는 UC 얼바인을 나와 미국 경제신문 비지니스 와이어의 수퍼맨으로, 큰 자부는 미국 경제신문사 Nasdaq수퍼바이져 로, 작은아들 지민씨와 자부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재원으로 지민씨는 이베이 프로덕트 매니져를 거쳐 인테넷 회사를 설립하였고 자부는 골드만싹스 부사장을 거쳐 다지 앤 콕스 애널리스트로 근무하고 있으며 지민씨는 폴부룩 고교 졸업당시, 학교개교이래 최고의 성적으로 전교수석을 차지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

정 시인은 능력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녀들이 공부에 취미가 없다고 해서 걱정하지 말고 부모가 모범을 보여주고 기본 틀만 잡아주면 성공은 언제나 가능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너무 닦달하지 말라고조언한다.

그는 농장에서 하루 종일 농부의 고된 삶에 충실하고 밤이 내리면 안경 너머로 밀려오는 문학의 세계로 초빙되어 글을 쓰는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 왔기에 삼부자 모두 다른 직업을 가진 문학도의 길을 가고 있다.

정시인의 남동생은 치악산시인으로유명한 정용주 시인이며(시집, 인디언의 여자, 산문집, ‘고고춤이나 춥시다) ‘그림자 된 그리움’ ‘단비를 기다리며’‘화단 주인의 취향, 등의 시집을 출간한 정양숙 시인 역시 그의 여동생으로 한국 문단의 한 획을 긋는 인물들로 점철되어 있다.

그이 농장에는 이른 아침이면 농장 전체를 아우르는 무지개가 걸린다. 아침 햇살을 받아 스프링 클러에서 물안개가 형형색색 무지개로 어깨를 맞대고 소년 같은 정 시인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이다.

따라서 정 시인의 에덴장미 농장은 우주의 긴 호흡이 산이 되고 달이 되어, 자연을 닮은 정시인과, 하나 되어, 매일 밤 산고의 고통으로 물을 거슬러 차오르는 물고기의 비늘과 같이 싱그러운 언어들을 출산하고 있다.

<김미경 기자> (샌디에고 한국일보. 한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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