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
2014년7월11일(금)/중앙일보
                                      정용진 시인

모든 인간들은 저마다의 간절한 욕망을 지니고 살아간다. 젊은이에게는 청운의 꿈 있고. 소박한 사람들에게는 희망 있으며. 믿는 이들에겐 소망 있고, 역동적인 사람에게는 야망 있다. 이것이 선의의 열매로 영글면 사회 번영의 원동력이 되고, 삶의 활력소가 되지만 악의 방향으로 빗나가면 타락과 부패와 악취로 변한다.
공자가어(孔子家語) 나오는 교훈으로 유좌지기(宥坐之器)란 소중한 말이 있다.
항상 곁에 두고 보는 그릇이란 뜻으로 마음을 알맞게 유지하기 위해 곁에 두고 보는 그릇을 의미한다.
공자가 제(齊)나라 환공(桓公)의 사당을 찾아간 일이 있었다. 사당 안에는 의식에 쓰이는 의기(儀器)인 삐딱한 잔이 하나 놓여 있었는데. 이를 이상히 여긴 공자가 사당지기에게 연유를 물었더니, 이 잔은 평소에 환공이 아끼던 잔으로 속이 비면 옆으로 기울어지고, 알맞게 물이 차면 바로 서며 물이 가득차면 다시 엎지러진다고, 하였다.
공자는 이것을 보고 제자들에게 ‘유좌지기의 철리를 가르쳤다.’ 논어 선진편(先進篇)에 보면 공자의 제자 자장(子張)과 자하(子夏)가 있었는데 자장은 활달한 기상과 진보적인 사고를 가진 제자였고, 자하는 만사에 신중하고 현실적인 행동을 하였는데 공자는 이 두 제자 모두가 중용(中庸)의 도가 부족하다고 생각 하였다.
스승인 공자는 이 두 제자를 향하여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일러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철리를 일깨워 줬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도에 넘치는 것을 추구하다보면 과욕에서 헤어나기가 어렵고, 형편에 맞지 않는 것을 가지려고 억지를 부리면 탐욕에 빠지기 쉽고, 분수에 넘치는 것을 욕심내면 허욕으로 병들게 된다.
선인들이 예의를 차림에 있어서도 너무 과한 것은 도리어 예의에 어긋난다고 과공비례(過恭非禮)를 말한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속담에 ‘아흔아홉 섬지기 부자가 백 섬을 채우려고 가난한 한 섬지기의 것을 탐한다.’는 말이 있다. 사회는 수요와 공급의 경제적 원리에 의하여 형평이 이루어지고, 공정한 분배에 의하여 행복한 복지국가가 이룩된다.
미국의 세계적 부호 카네기는 일찍이 역설하기를 ‘부자가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인생의 치욕이다.’라고 하였다. 부자와 가난한자의 상부상조가 곧 행복한 삶의 열쇠다.
해방이 되고서 식량이 부족하여 밥을 못 먹고 죽으로 끼니를 때우던 때에도 여러 형제들은 의리 좋게 함께 살아왔는데, 오늘날 재벌의 형제들이 재산 상속 싸움으로 서로 견원지간(犬猿之間)이 되어 법정 싸움으로 번지고, 종래는 부모들이 뼈를 깎는 수고와 노력으로 평생 이룩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준 기업을 자신들이 이어가지 못하고 타 기업에 합병되어 빼앗기는 현실을 볼 때 가슴이 아프다.
더구나 기업인들이 사업체가 아무리 자신의 자산이라도 수백 혹은 수천억씩 비자금으로 빼돌려 세금을 포탈하고 흥청망청 자산을 낭비하는 것은 패륜아의 망동 이다.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부자는 배 터져 죽고 가난뱅이는 배 골아죽는 불공정한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선인의 말씀에 보면 부귀공명은 뜬 구름과 같다(富貴功名 如浮雲)고 하였다.
중국을 여러 날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느낀 점은 고궁의 모습이나 많은 관례들이 과거 우리나라가 이들의 것을  많이 본받았구나, 생각하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수복강녕(壽福康寧)이라하고 이들은 복수강녕(福壽康寧) 이라고 하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우리 민족은 무조건 오래살고. 복을 받고, 강건하고. 평안하기를 바랐는데, 이들은 복 받기를 오래 살기보다 앞에 놓은 것이다. 우리는 수분(守分)의 삶을 살아야 한다.
가난하고 구질구질하면서 오래 살기보다는 복스럽게 굵고 짧게 살아도 된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는 듯해서다. 춥고 지루한 겨울철이 지나고 울 가에 개나리 진달래가 만발하면 우리 선조들은 대문 좌우에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을 써 붙이고 길함과 경사가 오기를 기원하였고, 연로하신 부모님이 거하시는 안채 기둥에는 좌우로 위 어른들은 머리털이 학의 깃털처럼 희게 오래사시고, 슬하의 자손들은 만대에 이르도록 영화가 있으라(堂上鶴髮 千年壽 膝下子孫萬代榮)고 써 붙이고 가문의 번영을 빌었다. 인간의 삶 속에 진정한 행복은 나 홀로만은 안 된다. 반드시 우리와 함께 라야 된다. 이봄 우리 모든 해외동포들에게도 이와 같은 큰 복이 내리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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