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자신을 이기는 일
2014년6월30일(월)/한국일보)
                                      정용진 시인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있다. 바로 스스로 자기 자신을 이기는 일이다.
극기자제(克己自制)가 여기에 해당되는 말이고, 애기애타(愛己愛他)가 이에 연관된 말이다.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인격자가 되어 세상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면 세상은 태평성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것은 인간의 삶 속에는 숱한 유혹들이 항상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3대 욕망은 식욕과 성욕과 명예욕이라고 한다.
그 첫 번째가 식욕이다. 식욕은 생명을 유지하기위한 필수불가결의 요소요, 처자가 배고파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안 아플 가장이 없고, 사흘 굶어 도적질 안할 사람이 없다는 옛말이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돈처럼 필요한 것이 없고, 돈처럼 소중한 것도 없고, 돈처럼 갖고 싶어 하는 것 또한 없다. 김동길 교수는 강연 중에 ‘돈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것.“이라고 해서 청중들을 파안대소(破顔大笑)하게 한일이 있다. 어제까지 이것이 옳다고 하던 사람이 갑자기 오늘은 저것이 옳다고 말을 바꿔한다면 이면에는 받듯이 돈에 얽힌 불결한 흑막과 협잡이 도사리고 있다. 돈은 돌아야 한다 해서 돈이라 하였다는데 한곳에 많이 쌓이면 반드시 부패하고 악취를 풍기고 타락과 변절을 불러온다. 그래서 선인들은 황금만능주의를 경계하라고 일렀다.
두 번째가 성욕이다. 성욕은 인간이나 동물들이 후예를 번식시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지만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분수를 저버리고 도덕과 윤리의 궤도를 벗어나면 사회를 혼란시키고 조소와 지탄의 대상이 되며 종래는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
성욕의 절제는 부자와 권력자들이 특히 조심해야할 덕목이다.
사랑의 여신은 미모가 출중하나 항상 눈을 가리고 있는 맹목(盲目)이다. 그 미모와 향기에 반하여 맹목에 빠져 허우적대다가는 결국 패가망신 하게 된다.
얼마 전 대통령을 수행하고 미국에 온 한국 고위관리가 인턴 여대생과의 성추행 스캔들로 추태를 부린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세 번째가 명예욕(권력욕)이다. 인간이면 하나같이 남의 칭찬을 받고 싶어 하고 타인들의 존경의 상대가 되고 싶어 한다. 이는 아름다운 욕망이요, 인지상정이다.
인간의 명예를 뒷받침해주는 최고의 배경이 권력이다. 수신제가(修身齊家)의 수련 과정을 거치지 아니하고 하루아침에 권력을 얻으면 오만방자해지고 안하무인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남을 다스리고 국가를 통치하는 높고 귀한 자리에 오르려면 우선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의 치세의 덕을 쌓은 이후라야 한다. 옛날에도 용상에 오르려면 먼저 왕세자에게는 군사(君師.王師)를 두어 군왕지도의 서연(書筵)을 가르쳤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아니하고 국방을 수호하고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라는 중차대한 본분을 내던지고 총칼로 하루아침에 국권을 찬탈하면 지존의 국민들은 보이지 아니하고 넓은 땅도 내 것이요, 모든 돈도 다 내 것이요, 천하가 모두 내 것이로다, 망상의 덫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불행의 늪에 빠져 종래에는 멸문지환을 당하게 된다. 영국의 문명비평가 존 액튼 은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라는 명언으로 인류들에게 경고 하였다. 이것이 인류역사가 우리 모두에게 가르쳐준 정답이다.
인간들이 자신을 올바르게 평생을 지키기가 힘들기에 성현 공자께서는 제자들에게  도덕률인 인(仁)은 곧“자기를 극복하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다.”라고 가르쳤다.(克己復禮之 爲仁) 인간은 밖을 나서면 식욕. 성욕. 명예욕. 세 가지의 욕망이 그 사람의 인격을 시험하려고 시험지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 식욕은 생명을 유지하기위한 절대적 요소요, 성욕은 종족을 이어나가기 위한 자연스러운 욕구며, 명예욕은 자기 자신을 아름답고 품위 있게 나타내기 위한 코사지다. 이것을 제대로 충족시킨 사람은 성공자요, 하나라도 미흡한 사람은 실패자에 속한다. 우리들은 이 시험지에 어떤 답안을 써넣어야 하겠는가. 스스로 자신에게 진지하게 물어봐야 한다.
톨스토이의 이반의 바보처럼 땀 흘려 수고한 후 기름진 음식으로 가득한 식탁에 앉기를 노력하자. 삼국지에서 촉한(蜀漢)의 유비(劉備)가 제갈량을 군사(軍師)로 모시려고 찾았으나 세 번씩이나 사양하는 예의를 갖춘 후에 그의 청을 받아드렸다.
이를 후세 사람들이 삼고초려(三顧草廬)의 예라고 칭한다. 이 얼마나 겸손하고 아름다운가. 우리들 주위에서 수시로 찾아오는 온갖 유혹을 과감히 물리치고. 스스로 자신을 이기며 고귀하게 사는 귀생지도(貴生之道)의 아름다운 인생의 길을 성실히 걸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