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시인의 기념시, 축시, 조시
2013.05.20 22:51
정용진 시인의 기념시, 축시, 조시
시에는 시조, 정형시, 자유시, 와 서정시, 서사시, 극시, 가 있지만 그 작법의 형태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다시 세분되기도 한다.
여기에 모은 시들은 국가와 민족이 영원히 기려야할 중요한 행사들과 기억해야할 일들 중에서 사회의 요청에 의하여 쓴 시들과, 나 스스로 구분하여 우리 모두에게 스승이 될 만한 분들에게 드린 헌시 등 30여 편의 시들 중에서 먼 후일에도 참고가 될 만한 명편들을 자선하여 모은 것이다.
기념 시, 축시, 조시 등으로 구분하여 올렸다.
1) 기념시
<미국 독립 2백주년 기념축시>
우정의 종(鐘)
정용진 시인
태평양의 물보라가
새 하늘과 땅을 향하여
줄기차게 솟아오르는 이아침
너와 나는
마음의 문을 열고
산페드로
포트 맥아더로 가자.
삼국통일의
굳은 신념과
호국 발원의
숭고한 얼이
하나로 응혈져
에밀레 에밀레
고향과
너무나 머 언 거리에서
겨레의 음성을 더듬는
우리는 빛나는
코리언의 후예들
반만년의 슬기와
오천만의 정성이여
이백년 번영의 대륙위에
길이길이 울려 퍼지거라.
자유를 위하여
생명도 다하고
신의 영광을 부르며
황무지를 갈고 닦던
청교도들의 뜨거운 열기
그들의
인내와 정열을
오늘도 기억하며
대서양을 향하여
미소짓는 자유의 여신처럼
이제
제3세기
새 역사의 장을 여는
우리의 맹방(盟邦)
아메리카를 위하여
네 겨레의
참 맘을 전하라
우정의 종이여
온 백의민족의 뜻이
새 하늘과 땅을 우러러
줄기차게
솟아오르는 이아침에.
<서시>
한얼의 횃불을 높이 들며
<미주한인 이민백년에 부쳐> 정용진 시인
조국이
가시밭길을 걸으매
님도 개척의 험한 길을 택하시고
1903년 1월 13일
102명의 선조들이
민족의 한을 가슴에 안고
하와이
사탕수수밭에 닻을 내리시니
님들께서
이민자의 설움
이민자의 고통
이민자의 눈물을 뿌리시며
아메리카 신대륙에
뿌리를 내리실 때
“나는
밥을 먹어도 대한의 독립
잠을 자도 대한의 독립
죽을 때까지 대한의 독립“
우리 민족의 선각자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씀을
민족의 경전처럼
가슴 깊이깊이
아로새기시고
손 찔려 오렌지를 따시고
사탕수수 밭에서
흘리시던 피와 땀
그 거친 손으로
떨며 바치신 독립자금으로
저희들은 비로소
조국광복을 얻었나니
님들은
민족의 얼 이십니다
민족의 힘 이십니다
민족의 뿌리십니다.
그 기쁨
그 감격
그 영광을
이민 백년을 맞는
오늘
님들께 드리나니
기뻐하옵소서.
우리 모두는
경천애인
홍익인간의 빛나는 후예들...
저희들이 님들의 뜻을 받들어
젊은 대륙 황량한 벌판에
믿음의 영토
지식의 영토
경제의 영토를 넓히며
한민족의 힘을 기르겠습니다.
이제
갈라진 조국을
하나로 모아
통일을 이룩하오리다
축배에 넘치는 잔을
님들께 바치오리다.
우리 모두는
한의 얼
한의 꿈
한의 혈맥
승리의 노래를
힘차게 부르오리다.
* 이 시는 미주한인 이민백년사에 서시로 수록되어있음.
<축시>
오렌지카운티 한인 이민 30년사 발간에 부쳐
정용진 시인
여기
동해의 푸른 물굽이가
태평양을 힘차게 달려와
뉴포트 비치에 굽이치는
미 서부대륙 황금벌
오렌지카운티에
이민 정착의 닻을 내린
백의민족의 후예들
우리 모두는
메말라 시들어가던
가든 그로브거리에
물을 주고 씨를 뿌려
상록수의 거리로 바꿔놓은
저력의 코리안들
한얼의 백성들이여!
청교도들이
믿음으로 건국한
이 광활한 신대륙에
우리의 선조들이 물려준
은근과 끈기로 땀 흘려
민족혼의 푸른 꿈을 심자.
보라!
이 시각에도
부모들이 심어준
코리안의 긍지를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진리의 얼을 캐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들
이들은 먼 후일
우리가 정성으로 심은
향기로운 오렌지를 수확하며
승리의 노래를 부르리라.
지금은 힘겹고
오늘은 벅차고
눈물겨울지라도
정성과 신념을 다하여
한민족의 얼
한민족의 땀
한민족의 힘으로
이 젊은 대륙
넓은 가슴에
새로운 조국
우리들의 고향을 건설하자.
웅대한 백두산의 정기를 품고
힘차게 달려 온 개척자들이여
이 나라 이 땅에
위대한 주인이 되자. (2006년4월25일)
<미주문협 창립 30주년 기념 축시>
문학은 언어로 그리는 영혼의 그림
정용진
1982년 9월2일
미주에 한국 문인들은
펜을 들어
미주대륙에 큰 문학 기념비를 세웠다.
ㄱ ㄴ ㄷ ㄹ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한글과
장차 우리의 후손들이 뿌리를 내릴
아메리카의 A B C D로 아로새긴
시 수필 소설 아동문학 희곡 평론이
미주문단 30년의 긴 시간들 속에서
수정같이 맑고 알차게 영글어간다.
우리 모두에게는
조국의 숭고한 얼과
민족의 원대한 꿈과
해외 동포들에게
성공적인 미래의 희망을 제시할
고귀한 사명이 기다리고 있다.
미주에 작가들은
지식의 영토를 넓히는 지혜의 사자(使者)들
내안에 고인 운율(韻律)의 정수(精髓)를 길어 올려
미 대륙에 아름다운 문학의 광장을 마련하자.
지성이 침묵하면 사회가 암울해지고
문사(文士)가 붓을 놓으면 역사가 빛을 잃는다.
문학은
어두운 역사의 내일을 밝히는 등불
언어로 그리는 영혼의 그림이다.
< 미주평통 30주년 서시>
금강산
정용진
해동의
슬기 기(氣)로 뭉쳐
춘하추동
금강
봉래
풍악, 개골산으로
한얼 백성들의
우람한 가슴에
빛으로 솟아 영롱하구나
하룻밤 자고 나면
동해 운무로
머리를 감고
칠보단장한
새 신부가 되어
칠천만 연인들을
설레게 하나니
저마다 보석으로
찬란히 버티고선
만물상.
겨레의 꿈처럼
아름다운
팔선녀(八仙女)의 그윽한 전설이
넘쳐흐르는 옥류동 계곡
민족의 기상으로
요동치는
구룡의 용트림
밤 낯으로
하늘과 땅을
뒤흔드는
구룡폭포의
우레와 같은 함성이
우리 한민족의
얼을 깨우는구나.
봄빛, 여름 볕
가을 단풍
겨울 눈발 속에서도
억 년 세월을 초연히
한민족의 기상으로
솟아오르는
백두대간의 젖꼭지
금강산.
2) 창간 축시
<크리스천 포스트 창간 축시>
어두운 곳에 그리스도의 빛을
정용진 시인(장로)
여기
“너희는 땅 끝까지 이르러
나의 증인이 되라‘
이르시는
주님의 말씀을 받들어
선교 길을 예비하는
손길이 있다.
너는 귀가 있으되
복음을 듣지 못하여
죄인이 된 형제들과
사랑을 구하되
따사로운 손길이 없어서
외로운 영혼들
빵을 구하되
베푸는 마음이 고갈되어
주리는 생명들의
길잡이가 되라.
모세가
시내 산에서
돌판 을 손에 들고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는
그 마음
그 겸손
그 감격으로
어두운 곳에는
그리스도의
생명의 빛을
눌린 곳에는
그리스도의
고귀한 자유를
닫히고 막힌 곳에는
그리스도의
부활의 십자가를 증거 하라.
지금 이 시각에도
말씀에 목마른 절규가
러시아에서
중국 대륙에서
북한의 우리 형제들에게서
들려오고 있다.
네가 가는 곳을
“밤에는 불기둥으로
낮에는 구름기둥으로“
주님이
지켜주시리라
너희 힘이 되어 주시리라
크리스천 포스트여.
어두운 곳에
그리스도의 빛을 전하는
이 시대의
위대한 사명 자가 되라.
<미주목회창간 축시>
새 일을 행하리라
정용진 시인(장로)
온 세상이 어두워
점 점 더 어두워
아픔과 분노로 가득 차
땅이 흔들리고
쓰나미가 흉 흉이 넘쳐
아비규환으로 방황하는
길 잃은 양떼들을 보라.
저들은
얼마나 간절하게
그리스도의
고귀한 사랑과
거룩한 희생과
부활의 소망을 갈망하는가.
여기는
너와 내가 신을 벗고
바로서기로 다짐하는
청교도들의 간절한 기도와
수고의 땀이 배인
거룩한 영토.
이 광활한 대륙에
우리의 후손들을
믿음의 씨앗으로 뿌려
생명의 열매로 거두자.
우리 모두는
새 하늘과
새 땅을 갈망하는
믿음의 형제들...
주님의 사랑을 전하기로
부름 받은 목자들이여
죽음을 넘어
생명의 참 빛이 저기 있다고
모세의 지팡이를 들어
힘차고 당당하게 알리 거라.
이 아침 너는
홰를 치고 일어나
어두움을 깨쳐 여명을 알리는
장엄한 나팔이 되어
주님의 복음을 땅 끝까지 전하는
승리의 사자가 되라.
회개를 통한
사죄의 은총과
구원의 약속과
영생의 축복이
어디서 어떻게 오는가를
힘써 알리 거라.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려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의 그 빛이 얼마나
아름답고 거룩하냐.
<팔로마한인교회 창립 15주년 축시>
주님의 영광을 위하여
정용진 시인(장로)
주님
여기 모인 팔로마 성도들은
주님의 말씀이 그리워 15년 전에
신앙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샌디에고 북부에
기도의 제단을 쌓았습니다.
어두운 곳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의 빛을
비춰주시고
목마른 자들에게는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영생의 샘물을 부어주시며
길을 잃어 방황하는 저희들을
푸른 초장의 길로 인도하여 주옵소서.
팔로마 제단은
저희들이 이민생활로
심신이 지쳐있었을 때
영혼의 안식처가 되었고
자녀들의 미래가 막막하였을 때
주님의 말씀으로 양육할 수 있는
교육의 둥지가 되었으며
외로운 교우들 사이에 아름다운
대화의 광장이 되었습니다.
주님
여기모인 성도들 모두에게
오순절 다락방의
뜨거운 성령의 불을 부어 주시고
간절히 당부하신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는
명령을 정성을 다하여 실천하는
복음전파의 사자들이 되게 하옵소서.
믿음이 약한 성도들에게
사죄의 은총과
구원의 약속과
영생의 복을 내려 주옵소서.
저희들은 이 시간에도 주님이 주실
굳건한 믿음과 소망을 간구하옵나이다.
오. 오. 사랑의 주님.
<필자 시인. 전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미주동아 창간 축시> 1973년 1월5일(금)
미주동아를 위하여
정용진 시인
여기
오천만 겨레의 가슴을
맥맥히 흐르는
혈맥이 있다.
바다의 포효보다 더
우렁찬 함성으로
민족의 가슴에 점철된
쉰셋의 연륜
그것을 뚫고선
한얼의 분노
굽힐 줄 모르는
푸로메테우스의 의지
불의를 고발하려는
민중의 외침이 있다.
하나의 태양이
하늘과
땅
그리고 온 누리를 밝히듯
너는
방황하는 이 사회에
정의와 진리를 간파하는
용기의 나팔이 되라
한강의 물굽이가
나성으로 굽이치는
이 뜨거운 아침에
칼보다 더 예리한
펜의 혁명으로
조국의 내일을 증언하라.
오천만 겨레의 가슴을
도도히 흐르는
대한의 혈맥
동아일보여.
<축시 미주 중앙일보>
고향을 심는 사람들
정용진 시인
태평양
푸른 물결을 넘어
낯익은
고향 하늘이
캘리포니아
기름진 들에
드높게 열리는 이 가을.
황량한 벌판에 서서
하늘의 뜻을
가늠하던
청교도들의
겸허한 믿음과
따가운 사막 위에
개척의 힘찬
깃발을 세우며
부강의 내일을
스스로 다짐하던
카우보이들의
힘찬 맥박.
지금은 작고
오늘은 가난하고
눌려 살아도
우리에게는
5천년을 한결같이
굽이쳐 흐르는 인내와
착하고 슬기로운
백의민족의
연면한 전통이 있다.
여기는
영원한 승리를
다짐하면서
너와 내가 신념의 닻을 내리는
기항지(寄港地).
우리는 구경꾼이 아니다
남의 행랑채에
유숙하는
길손이 아니다.
지금은 힘겹고
오늘은 벅차고
눈물겨울지라도
우리 모두는
한민족의 땀
한민족의 피
한민족의 얼로
이 젊은 대륙
넓은 가슴에
고향을 심자.
저
지칠 줄 모르고 치솟는
젊음의 투지를 보라
하버드에서
버클리에서
줄리아드에서
진리의 얼을 캐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들.
거친 들을 갈아
민족혼이 잉태된
푸른 생명수를 심으러
온타리오로 가자
베이커스 필드로 가자
뉴저지로 가자.
우리는
반만년 역사의
정신의 아들들
언론은 살아서
빼어난 모국어로
우리가
역사의 주역임을
아로 새기라.
태평양
푸른 물결을 넘어
낯익은
고향 하늘이
캘리포니아
기름진 들에
드높게 열리는
이 가을에.
<미주 한국일보 창간 38주년>
한얼의 종소리로 울려라
정용진 시인
미주 한인들 모두는
승리의 꿈을 안고
신대륙에 닻을 내린
코리안 파이어니어들...
창사 38년!
장년의 중후한
언품(言品)으로 자라
훈민정음으로
민족혼을 일깨우는
자랑스러운 한국일보여.
이제 너는
한국인의 힘
한국인의 정신
한국인의 끈기가
그로벌 시대를 이끌어가는
이민 성공의 원동력임을
세계에 당당히 알리 거라.
어제는
우리 모두가 힘겹고
벅차게 살아왔을 지라도
오늘은
이웃을 위하여
조국을 위하여
미국을 위하여
지혜와 능력과 경제력을
되돌려 주어야 할 때이다.
한얼의 형제들은
이민 백년의 맥박 속에
땀 흘려 갈고닦은
명철한 지성으로
겸양의 덕성으로
투쟁의 야성으로
이 땅에 바르게 정착하자.
이른 아침마다
고속 윤전기의
짙은 잉크냄새가 배인
새 소식을 기다리는
해외동포들의 사랑과
간절한 기다림을
너는 항상 기억하여라.
이민 개척의 삶이 답답할 때
네 가슴을 두드려
새 힘을 공급받고 해답을 얻는
동족들의 신문고(申聞鼓)가 되어라.
이 푸르고 광활한 대륙에
한민족이 내일의
역사 창조의 주역임을 알리며
더 높고, 넓고, 멀리
한얼의 종소리로 울려라
미주 한국일보여! (시인. 전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3) 조시
헌시(제3회 애국선열 추모식)
빛과 길이 되신 애국선열들께
정용진 시인
국운이 쇠하여
타의로 조국을 떠나
산 설고 막막한 이국땅
하와이
사탕수수 밭에서
리버싸이드
오렌지 농장에서
멕시코 유카탄
용설란 필드에서
뿌리를 내리시느라
이마에는 먼지 땀이
손에는 사나운 가시의 상처가
발에는 피멍이 들어
영육의 아픔에 잠 못 이루셨음은
내나라 내 민족 사랑하심 이었네
철모르는 사진신부를 아내로
낮 설은 얼굴을 남편으로 섬기며
어린 후예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일깨워 주셨나니
님 들은 저희들의 혼이요 뿌리이십니다.
그 큰 고통의 멍에 속에서도
도산 안창호 선생이 내세운
조국 독립의 깃발아래
흥사단우로
국민회 회원으로
여자애국단 멤버로
구국투쟁의 열과 성을 다하셨으니
님 들은
한민족의 빛
한민족의 꿈
한민족의 길이셨습니다.
거친 이민의 백년이 지나고
새로운 희망의 백년을 향하는
이아침에
감격에 벅찬 마음으로
옷깃을 여미고
애국선열들 묘 앞에
고개 숙여 헌시와 잔을 올립니다.
이제 저희들은
님 들께서 평생을 간구하시던
아메리카 신대륙에
꿈으로 키우신 후손들이
바르고 깊게 뿌리를 내리게
정성을 다하고
독립된 조국에 통일을 이룩하도록
신명을 다 바치겠습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동산에서
편히 쉬옵소서
빛과 길이 되신
애국 선열 들이시여.
* 이 시를 제3회 애국선열 합동추모제에 바칩니다.
<조시>
김대중 전 대통령 영전에
정용진
한 생의 삶이
거칠고 험난하여
태산(泰山)을 넘으면
교악(狡惡)이 버텨섰고
민주주의를 향한 길목마다
걸림돌이 가로 놓여
치어죽이겠다
빠쳐죽이겠다
매달아 죽이겠다.
당근과 채찍 속에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험난하게 넘으신 인동초(忍冬草).
님은
화해와 용서
평화와 화합의 상징
행동하는 양심이십니다.
통일을 향한 일념은
한반도의 남단 하의도에서
대동강변 평양에 이어지고
6.15 공동선언을 통하여
조국통일의 꿈을 보여주신
민족의 위대한 스승이시여.
남은 과업은
지혜로운 후예들에게 맡기시고
이제
노벨 평화상의 아름다운 영광을
뜨거운 가슴에 않고
후광(後廣)의
간절한 염원을 이룩하소서.
편히 잠드소서.
사랑합니다.
* 후광은 김 전 대통령의 아호임.
<추모시>
스님은 좋으시겠습니다.
秀峯 鄭用眞 拜
極樂世界 蓮花臺
往生의 축복을 누리시고
법정스님은 참 좋으시겠습니다.
세속의 온갖 번뇌
아득히 잊으시고
一切衆生 皆苦
거운 인생의 짐을
다 내려놓으시고
天上天下 唯我獨尊
황금빛 미소로
고요히 웃으시는
부처님의 품안에서
涅槃에 드시고
法悅을 들으시다
다시 幻生 하소서.
사리도 줍지 마라.
헌옷을 입혀라
비석도 세우지 말고
내 책들은 다시 펴내지 마라.
스님 불 들어갑니다
뜨거워요 어서나오세요
중생들의 오열 속에
無所有
빈 맘 빈손으로
바람처럼 구름처럼
훌훌히 떠나가신 스님.
合掌하노니
無爲寂靜
寂滅의 세계에서
부디 極樂往生하소서.
<조시>
함석헌 옹(翁) 영전에
정용진 시인
들풀 같은 민중을
種子로 키우시고
씨알로 정의를 내리신
옹(翁)은 백의민족의
상징이십니다.
흰 바지저고리에
두루마기를 걸치시고
세계를 돌아보신 후
김포공항에 내리실 때
“할아버님” 세관법상
가방은 좀 보여주셔야 겠는데요.“
그 속에는 때 묻은 한복 수십 벌
세상구경 잘 하셨습니까? 하며
겸연쩍어 웃으니
“세상 구경을 해?
나를 세상에 구경 시켰지“
대쪽 같은 성품에
화롯불 같이
따사로운 유모어.
‘내 한마디 할까
남한은 북한보고 괴뢰라 하고
북한은 남한보고 괴뢰라 하면
바다 건너 가보면
두 놈 다 괴뢰지“ 하셨다가
자유당시절
반공법 위반으로
감옥에 가 앉으시고
“자유는 감옥에서 알을 까고 나온다.”고
당당하시던 그 모습
박 정권 시절
칼을 휘두르며
군정을 4년 연장한다.
서슬이 퍼럴 때에
“솔개도 대낮에 병아리를 채 가는데
너라고 못할 것 없지
계엄령을 펴고 백년이라도 해‘
그런데
“왜 두루마기 속에 칼을 찿나”
정곡을 찌르실 때
우리 민중들은 씨알의 설어움으로 울고
모두가 사시나무 떨 듯
못 싣는
김지하 시인의 “오적”을
사상계에 싣고 감방에 가 앉아있는
장준하를 찾아가
‘이 사람은 바쁜 몸이니
내가 대신 들어가 앉고
준하는 풀어주지“
하시던 의인의 모습
옹은
들풀 같은 민중을
종자로 키우시고
씨알로 정의를 내리신
백의민족의 상징 이십니다.
이제는 궤를 달리하셔
혼불로 살아서
저희들을 씨알로 자자라고
영원히 일깨우실
그 뜨거운 마음, 크신 사랑.
“그러면 젊은 혼들아 일어나라.
이 고난의 짐을 지자. 위대한 사명을
받으면서, 거룩한 사랑에 불타면서
죄악에 더럽힌 이 지구를 메고
순교자의 걸음으로 고난의 연옥을 걷자.
그 불길에 이 살이 타고, 이 뼈가 녹아서
다 하는 날, 생명은 새로운 성장을 할 것이다.
진리는 새로운 광병을 더할 것이다.
역사는 새로운 단계에 오를 것이다.“
그 유언을 가슴에 키우며
살아 움직이겠사오니
옹이시여
영원의 불길로 솟아
끝없이 밝혀 주옵소서.
<조시>
늦봄 문익환 목사님 영전에
정용진 시인
조국이 힘을 잃은
칠흑의 밤
동토 북간도에서
꿈길을 열어
송몽규, 윤동주, 김정우와
가슴 깊이 지펴온
애국의 혼불.
갈한 박토
거친 들길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시며
한의 빛이여 깨어나라
한의 얼이여 숨트거라
통일의 그날을 맞이하자
안방은
칼 쥔 자에 내어주고
골방에서 밤샘하며
“꿈을 비는 마음”으로
이 나라 사랑하셨네
이 겨레 사랑 하셨네.
한생을 기다리며
망울 없는 강산에서
꽃을 피우려
피맺혀, 피맺혀
부르시던 늦봄이
이제 겨우 문턱에 다다른
문민(門民)의 언덕에서
홀연히 떠나가시니
님은
저 외로운 투쟁의 삶이
진실 된 민족의 얼로
어떻게
살아남는가를
민중의 마음속에
혈서로 새겨주신
통일 꾼 이십니다.
조국의 허리
판문점을 흐르는
임진강 물결이
끈임 없이 용솟음치듯
한(恨)으로 서린
칠천만 겨레의 염원이
가슴 가슴
문을 열어
통일을 이루는 그날
님의 묘전에
한빛의 불을 밝히고
“꿈을 비는 마음”으로
이 기쁜 소식에
가슴 벅찬 술잔을
올리오리다.
그렇게 사랑하시던 조국
겨레의 마음속에
늦봄으로
영원히 사시옵소서.
<조시>
장준하님 영전에
정용진 시인
자유를 잃은 자
살았어도 죽음이요
자유를 위하여 죽은 자
죽음 속에서 다시 살리니
남이시여 어이
가셨다 믿으오리있까,
서슬이 퍼어런
왜정의 칼날이
조국을 난마 할 때
중원의 넓은 땅에서
독립의 그날 향해
돌베개 베고 잤음은
이 나라 사랑하심이었네.
부정과 부패
독선과 아집이
강산을 누비던 그 시절
홀로 안방(감옥)에 앉아
사상계 권두언 난을
하얗게 비워 두시고
이 난을 메울 수 있는
자유가 없어서 죄송합니다.
하시던 그 모습
우리는 그때 사랑방에서 울었나이다.
당신은
반 독재투쟁의 용장
민족정신의
금자탑이셨습니다.
우리는 굳게굳게 다짐합니다.
한 알의 밀알이 죽어
만폭이 자유의 푸른 싹이
돋아 오르리라고,
민주회복의 그 큰 과업
언론투쟁의 드높은 고개를 향하여
지친 몸을 잠시나마
쉬시자던 등산길이
영민의 길이 될 줄은...
슬픔이 강을 이루나이다.
가슴 가슴마다 응혈져
당신을 부르는 마음마다
못 이루신 그 과업
한처럼 타고 있으니
잘린 조국을 하나로 모으고
민주의 질서를 되찾는 날,
당신의 묘전에 향을 돋우며
승리의 잔을 부어올리리다.
조국을 위하여
바위처럼 살다가
외롭게 떠가신 별
어두운 하늘에
빛이 되어 나리소서
편히 쉬옵소서. (필자. 전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조시>
민주주의자 김근태님 영전에
정용진
진리를 찾아가는 길은 험난하고
정의를 따라 가는 길은 풍파로 덮여있기에
님께서 가신 길도 고난의 가시밭 길 이었네.
민주, 민족, 민중. 민(民)자만 보아도 사지 육신이 떨리고
사대주의에 머리를 조아리던 독재자들이
민청련의 푸르고 그 힘찬 깃발을 보았으니 광기가 발동하지 않았으랴.
제적, 강제징집, 수배, 투옥. 온갖 만행으로 점철된 뼈아픈 일생.
이 세상
근대사에
안 태어나야 될 인간 말종, 고문기술자 이근안
전기고문, 물고문에 날바닥을 벌개 벗은 채 기며
살려 달라 울부짖는 끔직한 비명소리가 아직도 들려오는
남영동 분실 515호실, 물고문용 욕조가 눈을 뜨고 있다. 시퍼렇게,
쥐꼬리만 한 뉘우침이라도 있어, 죄스러운 마음으로
어느 경찰관이 갖다놓은 꽃다발은 향기는 있는가, 참회는 있는가,
민주주의자 김근태 시퍼런 젊음을 강제로 끌어다가
바닥에 깔아놓은 빨래처럼 전기다리미로 문질러대던 악마는
지금, 어느 골목에서 찌그러진 깡통을 주워 담으며, 파지를 모으는가
인간이 이성을 잃고 광기가 발동하면 동물의 차원으로 전락하는 것
너의 망동이 그러하였음을 하늘과 땅과 인간들은 다 안다.지옥은 죽어서만 가는 곳이 아니다. 살아서도 간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남은 삶을 살이 오그라들고, 뼈가 마르도록 아프게 느끼며 통회하거라.
김근태 민주 열사여!
이 나라 이 민족의 양심이여!
영원토록 활활 타오를 정의의 횃불이여!
수난 받아 전신에 멍이 들고, 고문으로 갈 갈이 찢어진
병들고 피곤한 알츠하이머의 육신은 모란공원에 뉘이시고,
평소 즐겨 부르시던 “사랑으로”를 노래 부르며 편히 쉬옵소서.
그 아픈 영혼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
모란꽃으로 피시오라. 피시오라. 영원히 피시오라.
“인간의 가치는 그가 품고 있는 희망에 의해 결정된다고” 외치시라
님을 사랑하는 우리 국민들은
송(宋)나라 충신 악비(岳飛)를 모함하여 죽게 한
진회(秦檜), 그 부인 왕씨, 만준(萬俊), 장준(張俊), 간신들을
악비의 무덤 앞에 동상으로 만들어 무릎을 꿇리고,
손을 뒤로 묶어 놓고. “여기에 침을 뱉지마시오.” 써놓았듯이
그렇게 하오리다, 그렇게 하오리다.
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으로, 그렇게 하오리다.
<추모시>
김필례 교장선생님 영전에
정용진(시인)
민족이 힘을 잃어 조상들이 물려준
삼천리강산을 왜적에게 빼앗기고
몇 천년을 지켜온 배달겨레의 터전을
못내 지키지 못하고 잃은 채 통분하였던 우리들
임께서는 뜻이 높으시고 민족과 딸들을
사랑하시는 마음이 남다르시어 기독교 정신으로
1922년 김활란. 유각경. 선지자들과 힘을 모아
여성들의 개척의 첩경인 YWCA 를 창설하시고
김활란 박사가 이화(梨花)를 다시 세우실 때
정신(貞信)을 복교하여 이 나라 이 딸들을 키우셨네.
굳건한 믿음
고결한 인격
희생적 봉사
이 얼마나 거룩한 외침이요
민족의 뼈에 사무치는 가르침인가.
여기에서 한국 여성의 기둥 김마리아가나오고
수피아등 전국 도처에서 여성 지도자들이
이 조국 이민족을 선도(善道) 함이여!
전심을 기우려 나라를 염려하시고
정성을 다하여 딸들을 키우심은
이 나라 이 겨레 사랑이시었네.
종로구 연지동 옛 정신의 터전에
하늘을 향해 천년을 우람히 솟은
거대하고 뿌리 깊은 회나무처럼
그 사랑, 그 의지, 그 정열로
가득히 넘치는 님의 거룩하신 정성이여.
정신의 아름다운 딸들이여
만년을 무궁도록 푸르거라.
길이 길이 빛나거라.
이 나라 이 겨레의 영원한 내일을 위하여
빛나는 조국의 위대한 어머니들이 되거라!
*김필례 선생님은 일제의 강압으로 폐교된 정신여고를 재건 하셧음.
<필자. 전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4) 나의 귀거래사(歸去來辭)
秀峯 歸去來辭
秀峯 鄭用眞
나 이제 추계동(秋溪洞)
새 고향에 짐을 풀고 살리라
한 때는 온 세상이 다 내 것인 양
날뛰고 방황하였으나
이 모두가 헛꿈이요
헛일이로다.
마음을 펴려 하여도
펼 자리가 없고
선을 행하려하나
악의 뿌리가 너무 깊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서
험한 인생의 밭을 갈면서
삶의 고귀함을 배웠고
이웃과 더불어 정을 나누며
후회 없이 살아보려고
동산에 해가 뜨면 일어나
서산에 황금빛 노을이 걸릴 때까지
땀 흘려 일하고
손발이 부르트도록 애를 썼나니
어느 누가 나를 탓하며
내 누구를 원망하랴
부귀를 원하였으나
이 모두 부질없고
공명을 바랬으나 허사임을
이제 늦게 깨달았노라.
내 인생에서
지금 이 시간이 참 나의 시간이요
오늘 내 모습이 참 나 자신이로다.
내가 남을 향하여
웃음을 보내면
남도 나에게 미소로 화답하고
내가 남을 향하여 얼굴을 붉히니
남도 나에게 화를 내는 구나.
나의
진정한 고향은
경기도 여주군(驪州郡) 여주읍 가업리(稼業) 50번지
북성산(北城山)과 구곡산(舊谷山)이 마주보고
연하천(煙霞川)이
마을 심장을 굽이도는 황금들
송진덩이 같이 찰진
자채쌀이 풍년인
청명한 땅 이지마는
하늘이 내게 명하여
San Diego County Fallbrook(秋溪洞)에
아브라함처럼 옮겨와서
아내와 함께 자식들을 키우며
시심(詩心)을 닦았나니
이 땅 여기가 바로
나의 새로운 고향이로구나.
나는 이 새 터전에
인생의 닻을 내리고
남은여생
창작의 밭을 갈아
씨를 뿌리고
열매를 거두며
후회 없는 삶을 엮으리로다.
내가 남을 탓하니
남도 나를 원망 하는 도다
어허!
이 모두가 빈 꿈이요
허영에 찬 가식이로다.
하늘은
땅을 향하여 빛을 발하고
산천초목들은 단비를 맞으며
춤을 추는 구나
철따라 백화가 만발하고
그 향기가 울안에 가득 하여라.
여름에는
곡식과 과목에
물과 거름을 주고
가을에는
주렁주렁 열린
과일들을 거두어 드리며
찾아오는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리라.
그러나 나는
신륵사(神勒寺) 종소리가
여강(驪江)에 울려 퍼져
푸른 물굽이로 요동치고
백자를 굽는 학동(鶴洞)의
저녁연기를 잊을 수가 없구나.
어릴 때 벌거벗고 미역을 감던
고향의 정겨운 친구들
이제는 머리에 서리가 내려
하나 둘 이승을 떠나가고
어린것들이 미루나무처럼 자라서
눈앞에 가득하니
이제 무엇을 더 바라며 원하랴
참으로 가슴 벅차고
감사가 넘쳐나네.
떠나온 조국이 하도 그리워
문 앞에는 우리나라 국화(國花)
무궁화를 심었고, 울 가에는
산수유, 대추, 사과, 배, 밤, 자두, 포도, 앵두,
석류, 감, 오렌지, 레몬, 자몽, 목련, 개나리,
장미, 국화와 세한삼우(歲寒三友)를 심었도다.
이들이 철따라 꽃을 피우고
향기를 발하며 열매를 맺으니
참으로 고향인 듯싶구나.
미주문협에서 문우들과 시심을 논하고
오렌지 글 사랑 모임에서 후진들의
창작지도에 힘을 쏟으니 이보다 더한
삶의 보람이 어디 있으랴
나 이제 새 고향에 머물며
미주의 문물을 더욱 익히고
성경을 읽고, 공맹(孔孟)의 덕을 쌓으리라
날이 맑으면 과원에 나가
과목을 다듬고
날이 흐리면
벽난로에 불을 지피고
고전을 읽고, 시를 쓰면서
고금의 진리를 깨우치리니
내 고향 여주인(驪州人)
목은(牧隱) 이색(李穡)과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의
시심을 닮기를 원하노라.
나 그동안
한얼의 민족혼을
일깨우는 심정으로
시를 짓고 글을 썼으며
동포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으로
꽃을 심고 과목을 다듬으며
농작물을 길렀도다.
추계동산가에는
봄에는 장미주가
가을에는 국화주가
숙성하여 향을 발하나니
함께 나누어드세나
천명이 다하여
이 세상을 떠나는 날
나의 육신은
Rose Hills Memorial Park
Adoration Meadow 3435-3,4에 쉬며
영혼은 천국에 들어가 주님을 섬기면서
영생의 축복을 누리고
밤에는 은빛으로 쏟아지는
달빛을 받으며 별을 헤이고
낮에는 태평양 넘어 떠나온
조국을 바라보면서
후예들을 위하여 기도하리라
조국과 미국과 이웃을 사랑하리라. <大尾>
시에는 시조, 정형시, 자유시, 와 서정시, 서사시, 극시, 가 있지만 그 작법의 형태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다시 세분되기도 한다.
여기에 모은 시들은 국가와 민족이 영원히 기려야할 중요한 행사들과 기억해야할 일들 중에서 사회의 요청에 의하여 쓴 시들과, 나 스스로 구분하여 우리 모두에게 스승이 될 만한 분들에게 드린 헌시 등 30여 편의 시들 중에서 먼 후일에도 참고가 될 만한 명편들을 자선하여 모은 것이다.
기념 시, 축시, 조시 등으로 구분하여 올렸다.
1) 기념시
<미국 독립 2백주년 기념축시>
우정의 종(鐘)
정용진 시인
태평양의 물보라가
새 하늘과 땅을 향하여
줄기차게 솟아오르는 이아침
너와 나는
마음의 문을 열고
산페드로
포트 맥아더로 가자.
삼국통일의
굳은 신념과
호국 발원의
숭고한 얼이
하나로 응혈져
에밀레 에밀레
고향과
너무나 머 언 거리에서
겨레의 음성을 더듬는
우리는 빛나는
코리언의 후예들
반만년의 슬기와
오천만의 정성이여
이백년 번영의 대륙위에
길이길이 울려 퍼지거라.
자유를 위하여
생명도 다하고
신의 영광을 부르며
황무지를 갈고 닦던
청교도들의 뜨거운 열기
그들의
인내와 정열을
오늘도 기억하며
대서양을 향하여
미소짓는 자유의 여신처럼
이제
제3세기
새 역사의 장을 여는
우리의 맹방(盟邦)
아메리카를 위하여
네 겨레의
참 맘을 전하라
우정의 종이여
온 백의민족의 뜻이
새 하늘과 땅을 우러러
줄기차게
솟아오르는 이아침에.
<서시>
한얼의 횃불을 높이 들며
<미주한인 이민백년에 부쳐> 정용진 시인
조국이
가시밭길을 걸으매
님도 개척의 험한 길을 택하시고
1903년 1월 13일
102명의 선조들이
민족의 한을 가슴에 안고
하와이
사탕수수밭에 닻을 내리시니
님들께서
이민자의 설움
이민자의 고통
이민자의 눈물을 뿌리시며
아메리카 신대륙에
뿌리를 내리실 때
“나는
밥을 먹어도 대한의 독립
잠을 자도 대한의 독립
죽을 때까지 대한의 독립“
우리 민족의 선각자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씀을
민족의 경전처럼
가슴 깊이깊이
아로새기시고
손 찔려 오렌지를 따시고
사탕수수 밭에서
흘리시던 피와 땀
그 거친 손으로
떨며 바치신 독립자금으로
저희들은 비로소
조국광복을 얻었나니
님들은
민족의 얼 이십니다
민족의 힘 이십니다
민족의 뿌리십니다.
그 기쁨
그 감격
그 영광을
이민 백년을 맞는
오늘
님들께 드리나니
기뻐하옵소서.
우리 모두는
경천애인
홍익인간의 빛나는 후예들...
저희들이 님들의 뜻을 받들어
젊은 대륙 황량한 벌판에
믿음의 영토
지식의 영토
경제의 영토를 넓히며
한민족의 힘을 기르겠습니다.
이제
갈라진 조국을
하나로 모아
통일을 이룩하오리다
축배에 넘치는 잔을
님들께 바치오리다.
우리 모두는
한의 얼
한의 꿈
한의 혈맥
승리의 노래를
힘차게 부르오리다.
* 이 시는 미주한인 이민백년사에 서시로 수록되어있음.
<축시>
오렌지카운티 한인 이민 30년사 발간에 부쳐
정용진 시인
여기
동해의 푸른 물굽이가
태평양을 힘차게 달려와
뉴포트 비치에 굽이치는
미 서부대륙 황금벌
오렌지카운티에
이민 정착의 닻을 내린
백의민족의 후예들
우리 모두는
메말라 시들어가던
가든 그로브거리에
물을 주고 씨를 뿌려
상록수의 거리로 바꿔놓은
저력의 코리안들
한얼의 백성들이여!
청교도들이
믿음으로 건국한
이 광활한 신대륙에
우리의 선조들이 물려준
은근과 끈기로 땀 흘려
민족혼의 푸른 꿈을 심자.
보라!
이 시각에도
부모들이 심어준
코리안의 긍지를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진리의 얼을 캐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들
이들은 먼 후일
우리가 정성으로 심은
향기로운 오렌지를 수확하며
승리의 노래를 부르리라.
지금은 힘겹고
오늘은 벅차고
눈물겨울지라도
정성과 신념을 다하여
한민족의 얼
한민족의 땀
한민족의 힘으로
이 젊은 대륙
넓은 가슴에
새로운 조국
우리들의 고향을 건설하자.
웅대한 백두산의 정기를 품고
힘차게 달려 온 개척자들이여
이 나라 이 땅에
위대한 주인이 되자. (2006년4월25일)
<미주문협 창립 30주년 기념 축시>
문학은 언어로 그리는 영혼의 그림
정용진
1982년 9월2일
미주에 한국 문인들은
펜을 들어
미주대륙에 큰 문학 기념비를 세웠다.
ㄱ ㄴ ㄷ ㄹ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한글과
장차 우리의 후손들이 뿌리를 내릴
아메리카의 A B C D로 아로새긴
시 수필 소설 아동문학 희곡 평론이
미주문단 30년의 긴 시간들 속에서
수정같이 맑고 알차게 영글어간다.
우리 모두에게는
조국의 숭고한 얼과
민족의 원대한 꿈과
해외 동포들에게
성공적인 미래의 희망을 제시할
고귀한 사명이 기다리고 있다.
미주에 작가들은
지식의 영토를 넓히는 지혜의 사자(使者)들
내안에 고인 운율(韻律)의 정수(精髓)를 길어 올려
미 대륙에 아름다운 문학의 광장을 마련하자.
지성이 침묵하면 사회가 암울해지고
문사(文士)가 붓을 놓으면 역사가 빛을 잃는다.
문학은
어두운 역사의 내일을 밝히는 등불
언어로 그리는 영혼의 그림이다.
< 미주평통 30주년 서시>
금강산
정용진
해동의
슬기 기(氣)로 뭉쳐
춘하추동
금강
봉래
풍악, 개골산으로
한얼 백성들의
우람한 가슴에
빛으로 솟아 영롱하구나
하룻밤 자고 나면
동해 운무로
머리를 감고
칠보단장한
새 신부가 되어
칠천만 연인들을
설레게 하나니
저마다 보석으로
찬란히 버티고선
만물상.
겨레의 꿈처럼
아름다운
팔선녀(八仙女)의 그윽한 전설이
넘쳐흐르는 옥류동 계곡
민족의 기상으로
요동치는
구룡의 용트림
밤 낯으로
하늘과 땅을
뒤흔드는
구룡폭포의
우레와 같은 함성이
우리 한민족의
얼을 깨우는구나.
봄빛, 여름 볕
가을 단풍
겨울 눈발 속에서도
억 년 세월을 초연히
한민족의 기상으로
솟아오르는
백두대간의 젖꼭지
금강산.
2) 창간 축시
<크리스천 포스트 창간 축시>
어두운 곳에 그리스도의 빛을
정용진 시인(장로)
여기
“너희는 땅 끝까지 이르러
나의 증인이 되라‘
이르시는
주님의 말씀을 받들어
선교 길을 예비하는
손길이 있다.
너는 귀가 있으되
복음을 듣지 못하여
죄인이 된 형제들과
사랑을 구하되
따사로운 손길이 없어서
외로운 영혼들
빵을 구하되
베푸는 마음이 고갈되어
주리는 생명들의
길잡이가 되라.
모세가
시내 산에서
돌판 을 손에 들고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는
그 마음
그 겸손
그 감격으로
어두운 곳에는
그리스도의
생명의 빛을
눌린 곳에는
그리스도의
고귀한 자유를
닫히고 막힌 곳에는
그리스도의
부활의 십자가를 증거 하라.
지금 이 시각에도
말씀에 목마른 절규가
러시아에서
중국 대륙에서
북한의 우리 형제들에게서
들려오고 있다.
네가 가는 곳을
“밤에는 불기둥으로
낮에는 구름기둥으로“
주님이
지켜주시리라
너희 힘이 되어 주시리라
크리스천 포스트여.
어두운 곳에
그리스도의 빛을 전하는
이 시대의
위대한 사명 자가 되라.
<미주목회창간 축시>
새 일을 행하리라
정용진 시인(장로)
온 세상이 어두워
점 점 더 어두워
아픔과 분노로 가득 차
땅이 흔들리고
쓰나미가 흉 흉이 넘쳐
아비규환으로 방황하는
길 잃은 양떼들을 보라.
저들은
얼마나 간절하게
그리스도의
고귀한 사랑과
거룩한 희생과
부활의 소망을 갈망하는가.
여기는
너와 내가 신을 벗고
바로서기로 다짐하는
청교도들의 간절한 기도와
수고의 땀이 배인
거룩한 영토.
이 광활한 대륙에
우리의 후손들을
믿음의 씨앗으로 뿌려
생명의 열매로 거두자.
우리 모두는
새 하늘과
새 땅을 갈망하는
믿음의 형제들...
주님의 사랑을 전하기로
부름 받은 목자들이여
죽음을 넘어
생명의 참 빛이 저기 있다고
모세의 지팡이를 들어
힘차고 당당하게 알리 거라.
이 아침 너는
홰를 치고 일어나
어두움을 깨쳐 여명을 알리는
장엄한 나팔이 되어
주님의 복음을 땅 끝까지 전하는
승리의 사자가 되라.
회개를 통한
사죄의 은총과
구원의 약속과
영생의 축복이
어디서 어떻게 오는가를
힘써 알리 거라.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려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의 그 빛이 얼마나
아름답고 거룩하냐.
<팔로마한인교회 창립 15주년 축시>
주님의 영광을 위하여
정용진 시인(장로)
주님
여기 모인 팔로마 성도들은
주님의 말씀이 그리워 15년 전에
신앙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샌디에고 북부에
기도의 제단을 쌓았습니다.
어두운 곳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의 빛을
비춰주시고
목마른 자들에게는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영생의 샘물을 부어주시며
길을 잃어 방황하는 저희들을
푸른 초장의 길로 인도하여 주옵소서.
팔로마 제단은
저희들이 이민생활로
심신이 지쳐있었을 때
영혼의 안식처가 되었고
자녀들의 미래가 막막하였을 때
주님의 말씀으로 양육할 수 있는
교육의 둥지가 되었으며
외로운 교우들 사이에 아름다운
대화의 광장이 되었습니다.
주님
여기모인 성도들 모두에게
오순절 다락방의
뜨거운 성령의 불을 부어 주시고
간절히 당부하신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는
명령을 정성을 다하여 실천하는
복음전파의 사자들이 되게 하옵소서.
믿음이 약한 성도들에게
사죄의 은총과
구원의 약속과
영생의 복을 내려 주옵소서.
저희들은 이 시간에도 주님이 주실
굳건한 믿음과 소망을 간구하옵나이다.
오. 오. 사랑의 주님.
<필자 시인. 전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미주동아 창간 축시> 1973년 1월5일(금)
미주동아를 위하여
정용진 시인
여기
오천만 겨레의 가슴을
맥맥히 흐르는
혈맥이 있다.
바다의 포효보다 더
우렁찬 함성으로
민족의 가슴에 점철된
쉰셋의 연륜
그것을 뚫고선
한얼의 분노
굽힐 줄 모르는
푸로메테우스의 의지
불의를 고발하려는
민중의 외침이 있다.
하나의 태양이
하늘과
땅
그리고 온 누리를 밝히듯
너는
방황하는 이 사회에
정의와 진리를 간파하는
용기의 나팔이 되라
한강의 물굽이가
나성으로 굽이치는
이 뜨거운 아침에
칼보다 더 예리한
펜의 혁명으로
조국의 내일을 증언하라.
오천만 겨레의 가슴을
도도히 흐르는
대한의 혈맥
동아일보여.
<축시 미주 중앙일보>
고향을 심는 사람들
정용진 시인
태평양
푸른 물결을 넘어
낯익은
고향 하늘이
캘리포니아
기름진 들에
드높게 열리는 이 가을.
황량한 벌판에 서서
하늘의 뜻을
가늠하던
청교도들의
겸허한 믿음과
따가운 사막 위에
개척의 힘찬
깃발을 세우며
부강의 내일을
스스로 다짐하던
카우보이들의
힘찬 맥박.
지금은 작고
오늘은 가난하고
눌려 살아도
우리에게는
5천년을 한결같이
굽이쳐 흐르는 인내와
착하고 슬기로운
백의민족의
연면한 전통이 있다.
여기는
영원한 승리를
다짐하면서
너와 내가 신념의 닻을 내리는
기항지(寄港地).
우리는 구경꾼이 아니다
남의 행랑채에
유숙하는
길손이 아니다.
지금은 힘겹고
오늘은 벅차고
눈물겨울지라도
우리 모두는
한민족의 땀
한민족의 피
한민족의 얼로
이 젊은 대륙
넓은 가슴에
고향을 심자.
저
지칠 줄 모르고 치솟는
젊음의 투지를 보라
하버드에서
버클리에서
줄리아드에서
진리의 얼을 캐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들.
거친 들을 갈아
민족혼이 잉태된
푸른 생명수를 심으러
온타리오로 가자
베이커스 필드로 가자
뉴저지로 가자.
우리는
반만년 역사의
정신의 아들들
언론은 살아서
빼어난 모국어로
우리가
역사의 주역임을
아로 새기라.
태평양
푸른 물결을 넘어
낯익은
고향 하늘이
캘리포니아
기름진 들에
드높게 열리는
이 가을에.
<미주 한국일보 창간 38주년>
한얼의 종소리로 울려라
정용진 시인
미주 한인들 모두는
승리의 꿈을 안고
신대륙에 닻을 내린
코리안 파이어니어들...
창사 38년!
장년의 중후한
언품(言品)으로 자라
훈민정음으로
민족혼을 일깨우는
자랑스러운 한국일보여.
이제 너는
한국인의 힘
한국인의 정신
한국인의 끈기가
그로벌 시대를 이끌어가는
이민 성공의 원동력임을
세계에 당당히 알리 거라.
어제는
우리 모두가 힘겹고
벅차게 살아왔을 지라도
오늘은
이웃을 위하여
조국을 위하여
미국을 위하여
지혜와 능력과 경제력을
되돌려 주어야 할 때이다.
한얼의 형제들은
이민 백년의 맥박 속에
땀 흘려 갈고닦은
명철한 지성으로
겸양의 덕성으로
투쟁의 야성으로
이 땅에 바르게 정착하자.
이른 아침마다
고속 윤전기의
짙은 잉크냄새가 배인
새 소식을 기다리는
해외동포들의 사랑과
간절한 기다림을
너는 항상 기억하여라.
이민 개척의 삶이 답답할 때
네 가슴을 두드려
새 힘을 공급받고 해답을 얻는
동족들의 신문고(申聞鼓)가 되어라.
이 푸르고 광활한 대륙에
한민족이 내일의
역사 창조의 주역임을 알리며
더 높고, 넓고, 멀리
한얼의 종소리로 울려라
미주 한국일보여! (시인. 전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3) 조시
헌시(제3회 애국선열 추모식)
빛과 길이 되신 애국선열들께
정용진 시인
국운이 쇠하여
타의로 조국을 떠나
산 설고 막막한 이국땅
하와이
사탕수수 밭에서
리버싸이드
오렌지 농장에서
멕시코 유카탄
용설란 필드에서
뿌리를 내리시느라
이마에는 먼지 땀이
손에는 사나운 가시의 상처가
발에는 피멍이 들어
영육의 아픔에 잠 못 이루셨음은
내나라 내 민족 사랑하심 이었네
철모르는 사진신부를 아내로
낮 설은 얼굴을 남편으로 섬기며
어린 후예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일깨워 주셨나니
님 들은 저희들의 혼이요 뿌리이십니다.
그 큰 고통의 멍에 속에서도
도산 안창호 선생이 내세운
조국 독립의 깃발아래
흥사단우로
국민회 회원으로
여자애국단 멤버로
구국투쟁의 열과 성을 다하셨으니
님 들은
한민족의 빛
한민족의 꿈
한민족의 길이셨습니다.
거친 이민의 백년이 지나고
새로운 희망의 백년을 향하는
이아침에
감격에 벅찬 마음으로
옷깃을 여미고
애국선열들 묘 앞에
고개 숙여 헌시와 잔을 올립니다.
이제 저희들은
님 들께서 평생을 간구하시던
아메리카 신대륙에
꿈으로 키우신 후손들이
바르고 깊게 뿌리를 내리게
정성을 다하고
독립된 조국에 통일을 이룩하도록
신명을 다 바치겠습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동산에서
편히 쉬옵소서
빛과 길이 되신
애국 선열 들이시여.
* 이 시를 제3회 애국선열 합동추모제에 바칩니다.
<조시>
김대중 전 대통령 영전에
정용진
한 생의 삶이
거칠고 험난하여
태산(泰山)을 넘으면
교악(狡惡)이 버텨섰고
민주주의를 향한 길목마다
걸림돌이 가로 놓여
치어죽이겠다
빠쳐죽이겠다
매달아 죽이겠다.
당근과 채찍 속에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험난하게 넘으신 인동초(忍冬草).
님은
화해와 용서
평화와 화합의 상징
행동하는 양심이십니다.
통일을 향한 일념은
한반도의 남단 하의도에서
대동강변 평양에 이어지고
6.15 공동선언을 통하여
조국통일의 꿈을 보여주신
민족의 위대한 스승이시여.
남은 과업은
지혜로운 후예들에게 맡기시고
이제
노벨 평화상의 아름다운 영광을
뜨거운 가슴에 않고
후광(後廣)의
간절한 염원을 이룩하소서.
편히 잠드소서.
사랑합니다.
* 후광은 김 전 대통령의 아호임.
<추모시>
스님은 좋으시겠습니다.
秀峯 鄭用眞 拜
極樂世界 蓮花臺
往生의 축복을 누리시고
법정스님은 참 좋으시겠습니다.
세속의 온갖 번뇌
아득히 잊으시고
一切衆生 皆苦
거운 인생의 짐을
다 내려놓으시고
天上天下 唯我獨尊
황금빛 미소로
고요히 웃으시는
부처님의 품안에서
涅槃에 드시고
法悅을 들으시다
다시 幻生 하소서.
사리도 줍지 마라.
헌옷을 입혀라
비석도 세우지 말고
내 책들은 다시 펴내지 마라.
스님 불 들어갑니다
뜨거워요 어서나오세요
중생들의 오열 속에
無所有
빈 맘 빈손으로
바람처럼 구름처럼
훌훌히 떠나가신 스님.
合掌하노니
無爲寂靜
寂滅의 세계에서
부디 極樂往生하소서.
<조시>
함석헌 옹(翁) 영전에
정용진 시인
들풀 같은 민중을
種子로 키우시고
씨알로 정의를 내리신
옹(翁)은 백의민족의
상징이십니다.
흰 바지저고리에
두루마기를 걸치시고
세계를 돌아보신 후
김포공항에 내리실 때
“할아버님” 세관법상
가방은 좀 보여주셔야 겠는데요.“
그 속에는 때 묻은 한복 수십 벌
세상구경 잘 하셨습니까? 하며
겸연쩍어 웃으니
“세상 구경을 해?
나를 세상에 구경 시켰지“
대쪽 같은 성품에
화롯불 같이
따사로운 유모어.
‘내 한마디 할까
남한은 북한보고 괴뢰라 하고
북한은 남한보고 괴뢰라 하면
바다 건너 가보면
두 놈 다 괴뢰지“ 하셨다가
자유당시절
반공법 위반으로
감옥에 가 앉으시고
“자유는 감옥에서 알을 까고 나온다.”고
당당하시던 그 모습
박 정권 시절
칼을 휘두르며
군정을 4년 연장한다.
서슬이 퍼럴 때에
“솔개도 대낮에 병아리를 채 가는데
너라고 못할 것 없지
계엄령을 펴고 백년이라도 해‘
그런데
“왜 두루마기 속에 칼을 찿나”
정곡을 찌르실 때
우리 민중들은 씨알의 설어움으로 울고
모두가 사시나무 떨 듯
못 싣는
김지하 시인의 “오적”을
사상계에 싣고 감방에 가 앉아있는
장준하를 찾아가
‘이 사람은 바쁜 몸이니
내가 대신 들어가 앉고
준하는 풀어주지“
하시던 의인의 모습
옹은
들풀 같은 민중을
종자로 키우시고
씨알로 정의를 내리신
백의민족의 상징 이십니다.
이제는 궤를 달리하셔
혼불로 살아서
저희들을 씨알로 자자라고
영원히 일깨우실
그 뜨거운 마음, 크신 사랑.
“그러면 젊은 혼들아 일어나라.
이 고난의 짐을 지자. 위대한 사명을
받으면서, 거룩한 사랑에 불타면서
죄악에 더럽힌 이 지구를 메고
순교자의 걸음으로 고난의 연옥을 걷자.
그 불길에 이 살이 타고, 이 뼈가 녹아서
다 하는 날, 생명은 새로운 성장을 할 것이다.
진리는 새로운 광병을 더할 것이다.
역사는 새로운 단계에 오를 것이다.“
그 유언을 가슴에 키우며
살아 움직이겠사오니
옹이시여
영원의 불길로 솟아
끝없이 밝혀 주옵소서.
<조시>
늦봄 문익환 목사님 영전에
정용진 시인
조국이 힘을 잃은
칠흑의 밤
동토 북간도에서
꿈길을 열어
송몽규, 윤동주, 김정우와
가슴 깊이 지펴온
애국의 혼불.
갈한 박토
거친 들길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시며
한의 빛이여 깨어나라
한의 얼이여 숨트거라
통일의 그날을 맞이하자
안방은
칼 쥔 자에 내어주고
골방에서 밤샘하며
“꿈을 비는 마음”으로
이 나라 사랑하셨네
이 겨레 사랑 하셨네.
한생을 기다리며
망울 없는 강산에서
꽃을 피우려
피맺혀, 피맺혀
부르시던 늦봄이
이제 겨우 문턱에 다다른
문민(門民)의 언덕에서
홀연히 떠나가시니
님은
저 외로운 투쟁의 삶이
진실 된 민족의 얼로
어떻게
살아남는가를
민중의 마음속에
혈서로 새겨주신
통일 꾼 이십니다.
조국의 허리
판문점을 흐르는
임진강 물결이
끈임 없이 용솟음치듯
한(恨)으로 서린
칠천만 겨레의 염원이
가슴 가슴
문을 열어
통일을 이루는 그날
님의 묘전에
한빛의 불을 밝히고
“꿈을 비는 마음”으로
이 기쁜 소식에
가슴 벅찬 술잔을
올리오리다.
그렇게 사랑하시던 조국
겨레의 마음속에
늦봄으로
영원히 사시옵소서.
<조시>
장준하님 영전에
정용진 시인
자유를 잃은 자
살았어도 죽음이요
자유를 위하여 죽은 자
죽음 속에서 다시 살리니
남이시여 어이
가셨다 믿으오리있까,
서슬이 퍼어런
왜정의 칼날이
조국을 난마 할 때
중원의 넓은 땅에서
독립의 그날 향해
돌베개 베고 잤음은
이 나라 사랑하심이었네.
부정과 부패
독선과 아집이
강산을 누비던 그 시절
홀로 안방(감옥)에 앉아
사상계 권두언 난을
하얗게 비워 두시고
이 난을 메울 수 있는
자유가 없어서 죄송합니다.
하시던 그 모습
우리는 그때 사랑방에서 울었나이다.
당신은
반 독재투쟁의 용장
민족정신의
금자탑이셨습니다.
우리는 굳게굳게 다짐합니다.
한 알의 밀알이 죽어
만폭이 자유의 푸른 싹이
돋아 오르리라고,
민주회복의 그 큰 과업
언론투쟁의 드높은 고개를 향하여
지친 몸을 잠시나마
쉬시자던 등산길이
영민의 길이 될 줄은...
슬픔이 강을 이루나이다.
가슴 가슴마다 응혈져
당신을 부르는 마음마다
못 이루신 그 과업
한처럼 타고 있으니
잘린 조국을 하나로 모으고
민주의 질서를 되찾는 날,
당신의 묘전에 향을 돋우며
승리의 잔을 부어올리리다.
조국을 위하여
바위처럼 살다가
외롭게 떠가신 별
어두운 하늘에
빛이 되어 나리소서
편히 쉬옵소서. (필자. 전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조시>
민주주의자 김근태님 영전에
정용진
진리를 찾아가는 길은 험난하고
정의를 따라 가는 길은 풍파로 덮여있기에
님께서 가신 길도 고난의 가시밭 길 이었네.
민주, 민족, 민중. 민(民)자만 보아도 사지 육신이 떨리고
사대주의에 머리를 조아리던 독재자들이
민청련의 푸르고 그 힘찬 깃발을 보았으니 광기가 발동하지 않았으랴.
제적, 강제징집, 수배, 투옥. 온갖 만행으로 점철된 뼈아픈 일생.
이 세상
근대사에
안 태어나야 될 인간 말종, 고문기술자 이근안
전기고문, 물고문에 날바닥을 벌개 벗은 채 기며
살려 달라 울부짖는 끔직한 비명소리가 아직도 들려오는
남영동 분실 515호실, 물고문용 욕조가 눈을 뜨고 있다. 시퍼렇게,
쥐꼬리만 한 뉘우침이라도 있어, 죄스러운 마음으로
어느 경찰관이 갖다놓은 꽃다발은 향기는 있는가, 참회는 있는가,
민주주의자 김근태 시퍼런 젊음을 강제로 끌어다가
바닥에 깔아놓은 빨래처럼 전기다리미로 문질러대던 악마는
지금, 어느 골목에서 찌그러진 깡통을 주워 담으며, 파지를 모으는가
인간이 이성을 잃고 광기가 발동하면 동물의 차원으로 전락하는 것
너의 망동이 그러하였음을 하늘과 땅과 인간들은 다 안다.지옥은 죽어서만 가는 곳이 아니다. 살아서도 간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남은 삶을 살이 오그라들고, 뼈가 마르도록 아프게 느끼며 통회하거라.
김근태 민주 열사여!
이 나라 이 민족의 양심이여!
영원토록 활활 타오를 정의의 횃불이여!
수난 받아 전신에 멍이 들고, 고문으로 갈 갈이 찢어진
병들고 피곤한 알츠하이머의 육신은 모란공원에 뉘이시고,
평소 즐겨 부르시던 “사랑으로”를 노래 부르며 편히 쉬옵소서.
그 아픈 영혼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
모란꽃으로 피시오라. 피시오라. 영원히 피시오라.
“인간의 가치는 그가 품고 있는 희망에 의해 결정된다고” 외치시라
님을 사랑하는 우리 국민들은
송(宋)나라 충신 악비(岳飛)를 모함하여 죽게 한
진회(秦檜), 그 부인 왕씨, 만준(萬俊), 장준(張俊), 간신들을
악비의 무덤 앞에 동상으로 만들어 무릎을 꿇리고,
손을 뒤로 묶어 놓고. “여기에 침을 뱉지마시오.” 써놓았듯이
그렇게 하오리다, 그렇게 하오리다.
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으로, 그렇게 하오리다.
<추모시>
김필례 교장선생님 영전에
정용진(시인)
민족이 힘을 잃어 조상들이 물려준
삼천리강산을 왜적에게 빼앗기고
몇 천년을 지켜온 배달겨레의 터전을
못내 지키지 못하고 잃은 채 통분하였던 우리들
임께서는 뜻이 높으시고 민족과 딸들을
사랑하시는 마음이 남다르시어 기독교 정신으로
1922년 김활란. 유각경. 선지자들과 힘을 모아
여성들의 개척의 첩경인 YWCA 를 창설하시고
김활란 박사가 이화(梨花)를 다시 세우실 때
정신(貞信)을 복교하여 이 나라 이 딸들을 키우셨네.
굳건한 믿음
고결한 인격
희생적 봉사
이 얼마나 거룩한 외침이요
민족의 뼈에 사무치는 가르침인가.
여기에서 한국 여성의 기둥 김마리아가나오고
수피아등 전국 도처에서 여성 지도자들이
이 조국 이민족을 선도(善道) 함이여!
전심을 기우려 나라를 염려하시고
정성을 다하여 딸들을 키우심은
이 나라 이 겨레 사랑이시었네.
종로구 연지동 옛 정신의 터전에
하늘을 향해 천년을 우람히 솟은
거대하고 뿌리 깊은 회나무처럼
그 사랑, 그 의지, 그 정열로
가득히 넘치는 님의 거룩하신 정성이여.
정신의 아름다운 딸들이여
만년을 무궁도록 푸르거라.
길이 길이 빛나거라.
이 나라 이 겨레의 영원한 내일을 위하여
빛나는 조국의 위대한 어머니들이 되거라!
*김필례 선생님은 일제의 강압으로 폐교된 정신여고를 재건 하셧음.
<필자. 전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4) 나의 귀거래사(歸去來辭)
秀峯 歸去來辭
秀峯 鄭用眞
나 이제 추계동(秋溪洞)
새 고향에 짐을 풀고 살리라
한 때는 온 세상이 다 내 것인 양
날뛰고 방황하였으나
이 모두가 헛꿈이요
헛일이로다.
마음을 펴려 하여도
펼 자리가 없고
선을 행하려하나
악의 뿌리가 너무 깊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서
험한 인생의 밭을 갈면서
삶의 고귀함을 배웠고
이웃과 더불어 정을 나누며
후회 없이 살아보려고
동산에 해가 뜨면 일어나
서산에 황금빛 노을이 걸릴 때까지
땀 흘려 일하고
손발이 부르트도록 애를 썼나니
어느 누가 나를 탓하며
내 누구를 원망하랴
부귀를 원하였으나
이 모두 부질없고
공명을 바랬으나 허사임을
이제 늦게 깨달았노라.
내 인생에서
지금 이 시간이 참 나의 시간이요
오늘 내 모습이 참 나 자신이로다.
내가 남을 향하여
웃음을 보내면
남도 나에게 미소로 화답하고
내가 남을 향하여 얼굴을 붉히니
남도 나에게 화를 내는 구나.
나의
진정한 고향은
경기도 여주군(驪州郡) 여주읍 가업리(稼業) 50번지
북성산(北城山)과 구곡산(舊谷山)이 마주보고
연하천(煙霞川)이
마을 심장을 굽이도는 황금들
송진덩이 같이 찰진
자채쌀이 풍년인
청명한 땅 이지마는
하늘이 내게 명하여
San Diego County Fallbrook(秋溪洞)에
아브라함처럼 옮겨와서
아내와 함께 자식들을 키우며
시심(詩心)을 닦았나니
이 땅 여기가 바로
나의 새로운 고향이로구나.
나는 이 새 터전에
인생의 닻을 내리고
남은여생
창작의 밭을 갈아
씨를 뿌리고
열매를 거두며
후회 없는 삶을 엮으리로다.
내가 남을 탓하니
남도 나를 원망 하는 도다
어허!
이 모두가 빈 꿈이요
허영에 찬 가식이로다.
하늘은
땅을 향하여 빛을 발하고
산천초목들은 단비를 맞으며
춤을 추는 구나
철따라 백화가 만발하고
그 향기가 울안에 가득 하여라.
여름에는
곡식과 과목에
물과 거름을 주고
가을에는
주렁주렁 열린
과일들을 거두어 드리며
찾아오는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리라.
그러나 나는
신륵사(神勒寺) 종소리가
여강(驪江)에 울려 퍼져
푸른 물굽이로 요동치고
백자를 굽는 학동(鶴洞)의
저녁연기를 잊을 수가 없구나.
어릴 때 벌거벗고 미역을 감던
고향의 정겨운 친구들
이제는 머리에 서리가 내려
하나 둘 이승을 떠나가고
어린것들이 미루나무처럼 자라서
눈앞에 가득하니
이제 무엇을 더 바라며 원하랴
참으로 가슴 벅차고
감사가 넘쳐나네.
떠나온 조국이 하도 그리워
문 앞에는 우리나라 국화(國花)
무궁화를 심었고, 울 가에는
산수유, 대추, 사과, 배, 밤, 자두, 포도, 앵두,
석류, 감, 오렌지, 레몬, 자몽, 목련, 개나리,
장미, 국화와 세한삼우(歲寒三友)를 심었도다.
이들이 철따라 꽃을 피우고
향기를 발하며 열매를 맺으니
참으로 고향인 듯싶구나.
미주문협에서 문우들과 시심을 논하고
오렌지 글 사랑 모임에서 후진들의
창작지도에 힘을 쏟으니 이보다 더한
삶의 보람이 어디 있으랴
나 이제 새 고향에 머물며
미주의 문물을 더욱 익히고
성경을 읽고, 공맹(孔孟)의 덕을 쌓으리라
날이 맑으면 과원에 나가
과목을 다듬고
날이 흐리면
벽난로에 불을 지피고
고전을 읽고, 시를 쓰면서
고금의 진리를 깨우치리니
내 고향 여주인(驪州人)
목은(牧隱) 이색(李穡)과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의
시심을 닮기를 원하노라.
나 그동안
한얼의 민족혼을
일깨우는 심정으로
시를 짓고 글을 썼으며
동포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으로
꽃을 심고 과목을 다듬으며
농작물을 길렀도다.
추계동산가에는
봄에는 장미주가
가을에는 국화주가
숙성하여 향을 발하나니
함께 나누어드세나
천명이 다하여
이 세상을 떠나는 날
나의 육신은
Rose Hills Memorial Park
Adoration Meadow 3435-3,4에 쉬며
영혼은 천국에 들어가 주님을 섬기면서
영생의 축복을 누리고
밤에는 은빛으로 쏟아지는
달빛을 받으며 별을 헤이고
낮에는 태평양 넘어 떠나온
조국을 바라보면서
후예들을 위하여 기도하리라
조국과 미국과 이웃을 사랑하리라. <大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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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3 | 괴로워하는 신사임당/ 정용진 시인/한국일보 | 정용진 | 2014.09.13 | 9702 |
| 162 | 행복은 내가 만드는 것/정용진 시인/중앙일보 | 정용진 | 2014.08.28 | 922 |
| 161 | 다시 맞는 광복절/정용진 시인/한국일보 | 정용진 | 2014.08.13 | 731 |
| 160 | 秀峯 明心寶鑑(2) | 정용진 | 2013.05.30 | 1148 |
| 159 | 秀峯 明心普鑑(1) | 수봉 | 2013.05.25 | 1163 |
| » | 정용진 시인의 기념시, 축시, 조시 | 정용진 | 2013.05.20 | 1155 |
| 157 | 개성공단 폐쇄를 보면서/정용진 시인/한국일보 | 정용진 | 2013.05.15 | 713 |
| 156 | 북유럽( 러시아. 핀랜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기행/정용진 시인 | 정용진 | 2014.07.01 | 1314 |
| 155 | 한민족의 살 길/정용진 시인/한국일보 | 정용진 | 2014.07.24 | 697 |
| 154 | 날로 심각해지는 아동학대/정용진 시인/ 한국일보 | 정용진 | 2014.04.18 | 834 |
| 153 | 스스로 자신을 이기는 일/정용진 시인/한국일보 | 정용진 | 2014.04.10 | 868 |
| 152 |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정용진 시인/중앙일보 | 정용진 | 2014.04.10 | 9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