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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놀라움> 해야 솟아라
2016.12.25 08:39
<삶의 놀라움>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의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달밤이 나는 싫여······.//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앳되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박두진「해」전문
百 千萬 億겁/찬란한 햇살이 어깨에 내립니다.//자꾸 더 나의 위에/壓倒하여 주십시오.//이리도 새도 없고,/나무도 꽃도 없고,/쨍쨍, 永劫을 볕만 쬐는 나 혼자의 曠野에/온 몸을 벌거벗고/바위처럼 꿇어,//귀, 눈, 살, 터럭,/온 心魂, 全 靈이/너무도 뜨겁게 당신에게 닳습니다./너무도 당신은 가까이 오십니다./눈물이 더욱 더 맑게 하여 주십시오/.땀방울이 더욱 더 진하게 해 주십시오./핏방울이 더욱 더 곱게 하여 주십시오./타오르는 목을 축여 물을 주시고,//피 흘린 傷處마다 만져 주시고,/기진한 숨을 다시/불어 넣어 주시는,/당신은 나의 힘./당신은 나의 主./당신은 나의 生命./당신은 나의 모두….//스스로 버리려는/벌레 같은 이,/나 하나 끓는 것을 아셨습니까.//또약볕에 氣盡한/ 나 홀로의 핏덩이를 보셨습니까./- 박두진「오도」전문
하늘이 내게로 온다./여릿여릿/머얼리서 온다.//하늘은,머얼리서 오는 하늘은/호수처럼 푸르다.//호수처럼 푸른 하늘에/내가 안긴다. 온 몸이 안긴다.//가슴으로, 가슴으로/스며드는 하늘/향기로운 하늘의 호흡//따가운 볕,/초가을 햇볕으로/목을 씻고,//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능금처럼 마음이 익는다.//- 박두진「하늘」전문
「해」에는 해가 솟기를 기다림, 달밤을 싫어함, 청산을 좋아함, 앳되고 고운 날을 누려보고 싶은 자아가 절절히 노래되어 있다. 이것은 한 마디로 광복에의 염원일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기독교의 은혜의 세계에 대한 애타는 갈구이다. 기독교적이라면 그리스도적이요, 메시야적이다. 어둠 속에 억눌린 자의 확실한 해방에의 염원이다. 그러므로 해는 메시야적 절대적 대상이요, 모든 생명체들에게 자유를 부여하는 진리임이 분명하다.
"그 때에 이리가 어린양과 함께 거하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으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있어 어린아이에게 끌리며 암소와 곰이 함께 먹으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엎드리며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을 것이며 젖 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에서 장난하며 젖 뗀 어린아이가 독사의 굴에 손을 넣을 것이라"(사11:6-8).
이는 복음의 예언자로 불려지는 이사야의 예언이다. 그리스도의 통치는 이미 인간 성품의 영역에서 이와 같은 유(類)의 변화를 불러 일으켰으며, 궁극적으로는 전 피조물을 변화시키게 된다(롬18:10이하). 특히 여기 표현된 사실들은 평강의 왕 메시야가 통치하게 될 왕국의 평화로운 모습을 나타낸다. 그러나 우리는 현대에도 우리 마음속에 성령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께서 임재하시면 즉, 해가 솟아오르면 이런 평화를 맛볼 수 있다.
서정적 산문시로 개념어나 추상어의 다양한 구사를 하지 않으면서도, 의성어 의태어 활유법 명령법 반복법 종결어미 사용 등을 통하여 자신이 소망하는 자아실현을 신앙적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오도」에서 볕만 쬐는 나 홀로의 광야(曠野)에 핏덩이로 주님을 향해 꿇어 있는 구도자의 모습(자아)을 본다. 귀, 눈, 살, 터럭, 온 심혼(心魂) 전 영(全靈)이 주님에게 닳는 지극히 간절한 자아, 전지전능, 무소부재하신 하나님과 죄 많은 인간이 만나는 장면의 회화적 감각이 반복되어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땀어린 기도의 모습도 떠오른다. 오직 주님을 향해 있는 인생의 모습이라는 간단한 시상을 바탕으로 이와 같이 절절한 믿음의 읊음을 통해 만백성의 공통된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박 시인은 이 시에서와 같이 절실한 믿음으로 주님을 사모하며 살아온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제목「午禱」는 기도 중에서도 가장 열심 있는 기도(강청기도)를 의미하기 위한 박 시인 나름의 표현이 아니겠는가.
「하늘」은 나(자아)의 신앙적 승화로 하늘 즉, 주님과의 주객일체를 이룬다. 이것이야말로 자아의 승리인 동시에 곧 믿음의 승리이다. 믿음은 너와 내가 하나가 될 때 나타나는 신앙적 신비이다. 즉, 1+1=2이므로 완전한 것이 못된다. 주(1)와 객(1)이 일체가 되는 비결은 1+1로는 될 수가 없다. 1×1=1이 되는 비결을 이루어야 한다. 「하늘」은 이런 이치로 신앙적 자아실현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내가 네 안에 네가 내 안에' 거(존재)해야 한다는 말씀과 같이, 하늘과 내가 하나가 되는 데 초점이 있다. 이에 쓰인 점층적 수법은 매우 적절한 강조법이다. 내가 하늘을 향하여 가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내게로 온다" 시공을 초월한 곳에 계신 하나님이 인간의 몸을 입으시고 우리를 찾아 오셨으니 말이다. 이것이 기독교가 가지고 있는 은혜이다. 그러므로 절대자를 만나는 인생은 자아실현의 승리를 얻게 되는 것이다.
신앙의 영적 세계가 정서로 승화되어 절절히 노래되어 있다. 믿는 자의 간절한 절규이다. 맑고 정갈한 시심(詩心)이 아니면 만나기 어려운 시상(詩想)이다. 시인에게 내리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삶의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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