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들이/양희선
2010.04.15 07:40
봄나들이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양희선
4월은 아름다운 꽃의 계절이다. 소생하는 만물은 어김없이 질서를 지키며 때를 맞춘다. 오늘은 한식날이기에 친정집 형제자매가족들이 모여 부모님 산소에 들러 성묘를 하고 우리가족 13명은 승용차 3대에 나누어 타고 1박 2일 여행길에 올랐다. 막내 여동생이 여행일정을 사전 답사까지 하면서 여고 선생님답게 꼼꼼히 계획을 세워놓았다. 남원을 지나 인월에서 점심을 먹고 뱀사골, 노고단, 천은사, 화엄사, 쌍계사, 사성암 등 빡빡한 일정으로 짜여 있었다.
인월 두꺼비집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우리 일행은 남녘으로 달렸다. 전주 남원 간 국도변은 벚나무가 없는 듯 벚꽃은 눈에 띄지 않고 노란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차속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며 어느새 인월 두꺼비집에 도착했다. 식당은 유명세를 탔는지 사람들이 꽤 많았다. 요즘은 시골 음식점도 깨끗하고 메뉴도 다양하며 요금도 비슷했다. 메기탕을 시켜 먹으면서 인솔대장의 오후 일정 설명을 귀담아 들었다. 웅장한 지리산 줄기를 바라보며 섬진강을 끼고 달려 뱀사골로 갔다. 상쾌하고 산세 좋은 계곡에 듬성듬성 피어있는 진달래꽃이 우리를 반기는 듯하였다. 졸졸졸 소살 대는 물소리를 벗 삼아 물길을 거슬러 산책을 했다. 흘러가는 물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으면 물은 낮은 곳으로 소리 없이 흘러가겠지. 하지만 바위에 부딪치는 물소리가 산천의 고요를 깨드리고 있었다. 푸른 물결이 바위에 부서져 색의 조화를 이룬다.
지리산은 많은 사연을 품고 있으련만, 말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노고단 길을 꼬불꼬불 올라갔다. 휴게소에서 아름답게 펼쳐질 산 아래 전경을 보려고 했는데, 운무가 밀려와 하늘과 땅이 잿빛으로 하나가 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노고단은 봄에는 철쭉, 여름은 원추리, 가을엔 단풍, 겨울에는 설화가 아름다운 곳이다. 철따라 변하는 자연 생태를 볼 수 있다.
흐리고 바람이 불어 쌀쌀하더니 해가 비쳐 따스해졌다. ‘천은사’로 갔다. 극락보전 앞뜰에 있던 샘물이 감로와 같다고 하여 ‘감로수’라고 했단다. 875년 도선 대사가 증축한 뒤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숙종 4년에 중건하였는데, 그 사이 샘물이 자취를 감추자 절 이름이 천은사(泉隱寺)로 바뀌었다는 유래를 알게 되었다. 샘물이 마른 것을 사찰 앞 저수지가 대신해주는 듯 푸른 물이 출렁이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오늘 일정을 마치고 예약해 놓은 지리산 한화리조트에서 밤 깊은지를 몰랐다. 부모님은 9남매 자식을 낳아 고생만 하시다가 여행 한 번 못하시고 돌아가셨다. 부모님 덕에 동기간이 많아 매년 정기행사처럼 이곳저곳을 1박 2일 예정으로 관광 겸 여가를 즐긴다. 어렸을 때에 장난치면서 싸우고, 때리고, 맞고, 울면서 큰소리가 나면 어머니는 시끄럽다고 ‘밖에 나가 놀라’고 야단을 치셨다. 한 방에서 함께 먹고 자고 부대끼며 지냈던 일들이 정을 쌓고 우애를 돈독하게 하였나보다. 요즘 아이들은 장난을 치고 싸울 형제자매가 없어 홀로 방에서 컴퓨터 나 공부밖에 모르니 안쓰럽다.
전남 구례는 지금 벚꽃에 묻혀 있다. 흐드러지게 핀 분홍 벚꽃에 노란 개나리가 구색이 되어 더 아름답다. 꽃잎 하나하나는 눈에 확 띄지 않지만, 송이송이 꽃들이 함께 어우러져 눈부시게 화사하다. 어울림의 극치이다. 큰길가마다 탐스럽게 활짝 핀 벚꽃들이 길게 줄을 서서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화엄사로 갔다. 반듯한 화강암 돌계단을 올라 단청하지 않은 순수 목조건물이 한 눈에 들어왔다. 국보급인 대웅전을 보고, 또 돌계단을 조심스럽게 올라가 원통전 앞 사 사자삼층석탑을 보았다. 국보 35호로 높이 6.7m이다. 암수 네 마리의 사자를 각 모퉁이에 기둥으로 세워 놓은 구조로 모두 앞을 바라보며 입을 벌려 이를 드러내고 있다. 중앙에 합장하고 서있는 스님상은 연기조사의 어머니라 전한다. 사 사자석탑 앞에 야릇한 이형탑(비정상인 탑)이 있었는데 석등을 이고 어머니께 차를 공양하는 연기조사의 지극한 효성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홀로 외로이 서있는 모습에서 모자지간의 애틋한 정을 엿볼 수 있었다.
각황전 앞 석등은 국보 12호로 높이 6.4m 직경 2.8m의 큰 석등이다. 정교하게 조각된 석등은 전기가 없던 그 시절에 산사의 적막과 어두움을 밝혀 주었으리라. 선조들의 지혜와 찬란한 조각예술의 진가를 볼 수 있었다. 돌계단을 내려오려는데 진한 핑크색 꽃이 유난히 고왔다. 시선을 끌어당기는 진분홍 꽃이 홍매화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수령이 250~300년 정도인 홍매화는 우리나라에 세 그루가 있는데 그 하나가 화엄사의 것이다. 꽃이 검붉어 흑매화라고도 불리며 고목이 된 고고한 자태가 멋스러웠다.
셔틀버스로 갈아타고 산허리를 돌고 돌아 흔들거리면서 산머리로 올라갔다. 인기드라마 ‘추노’ 촬영지로 더 유명해진 사성암을 보기 위해서였다. 오산 위에 있는 암자로 고승들이 수도했던 곳으로 연기조사, 원효대사, 도선국사, 진각선사 네 명의 고승들이 이곳에서 수도했다하여 사성암이라고 부른다. 산꼭대기 수직 절벽에 세워진 암자가 아슬아슬하게 보였다. 오래 전엔 건축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지었을까?
가파른 돌계단을 조심조심 올라갔다. 기암괴석이 통째로 서있는 것 같았다. 좁다란 바윗길을 돌아가니 ‘소원바위’가 있었다. 관광객들은 수직으로 된 바위에 동전을 간신히 붙이고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여 소원을 빌고 있다. 오산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섬진강과 어우러진 구례마을 전경이 평화롭고 정갈하게 보였다. 오묘하고 아름다운 풍광과 자연의 신비는 마음을 정화시켜주었다. 섬진강가 높이 솟은 기암괴석의 비경의 도량에서 참선을 하면 도통할 것 같았다.
벚꽃으로 널리 알려진 쌍계사 입구로 접어들었다. 화려한 벚꽃 터널에서 환영의 사열식을 하는 것 같아 환호성이 저절로 나왔다. 모든 사람들에게 꽃은 기쁨이 되어 다이돌핀을 많이 생성하게 하여 활기찬 하루가 되지 않을까. 만개의 때를 놓치지 않으려고 구름처럼 몰려드는 인파들, 행여 바람이 불까 비가 내릴까 마음을 졸인다.
4월은 꽃의 계절, 산과 들에 온갖 꽃들이 우리네 마음을 착하게 한다. 꽃은 항상 웃고 있으니까. 꽃은 모두에게 내리는 하느님의 선물이다. 시간이 갈수록 차량의 행렬이 불어났다. 꽃구경이 사람구경 되기 전에 얼른 빠져나왔다. 우리 형제자매들은 즐거운 여행을 마치고 또 내년을 기약하는 포옹을 하고 헤어졌다.
(2010. 4. 10.)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양희선
4월은 아름다운 꽃의 계절이다. 소생하는 만물은 어김없이 질서를 지키며 때를 맞춘다. 오늘은 한식날이기에 친정집 형제자매가족들이 모여 부모님 산소에 들러 성묘를 하고 우리가족 13명은 승용차 3대에 나누어 타고 1박 2일 여행길에 올랐다. 막내 여동생이 여행일정을 사전 답사까지 하면서 여고 선생님답게 꼼꼼히 계획을 세워놓았다. 남원을 지나 인월에서 점심을 먹고 뱀사골, 노고단, 천은사, 화엄사, 쌍계사, 사성암 등 빡빡한 일정으로 짜여 있었다.
인월 두꺼비집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우리 일행은 남녘으로 달렸다. 전주 남원 간 국도변은 벚나무가 없는 듯 벚꽃은 눈에 띄지 않고 노란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차속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며 어느새 인월 두꺼비집에 도착했다. 식당은 유명세를 탔는지 사람들이 꽤 많았다. 요즘은 시골 음식점도 깨끗하고 메뉴도 다양하며 요금도 비슷했다. 메기탕을 시켜 먹으면서 인솔대장의 오후 일정 설명을 귀담아 들었다. 웅장한 지리산 줄기를 바라보며 섬진강을 끼고 달려 뱀사골로 갔다. 상쾌하고 산세 좋은 계곡에 듬성듬성 피어있는 진달래꽃이 우리를 반기는 듯하였다. 졸졸졸 소살 대는 물소리를 벗 삼아 물길을 거슬러 산책을 했다. 흘러가는 물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으면 물은 낮은 곳으로 소리 없이 흘러가겠지. 하지만 바위에 부딪치는 물소리가 산천의 고요를 깨드리고 있었다. 푸른 물결이 바위에 부서져 색의 조화를 이룬다.
지리산은 많은 사연을 품고 있으련만, 말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노고단 길을 꼬불꼬불 올라갔다. 휴게소에서 아름답게 펼쳐질 산 아래 전경을 보려고 했는데, 운무가 밀려와 하늘과 땅이 잿빛으로 하나가 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노고단은 봄에는 철쭉, 여름은 원추리, 가을엔 단풍, 겨울에는 설화가 아름다운 곳이다. 철따라 변하는 자연 생태를 볼 수 있다.
흐리고 바람이 불어 쌀쌀하더니 해가 비쳐 따스해졌다. ‘천은사’로 갔다. 극락보전 앞뜰에 있던 샘물이 감로와 같다고 하여 ‘감로수’라고 했단다. 875년 도선 대사가 증축한 뒤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숙종 4년에 중건하였는데, 그 사이 샘물이 자취를 감추자 절 이름이 천은사(泉隱寺)로 바뀌었다는 유래를 알게 되었다. 샘물이 마른 것을 사찰 앞 저수지가 대신해주는 듯 푸른 물이 출렁이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오늘 일정을 마치고 예약해 놓은 지리산 한화리조트에서 밤 깊은지를 몰랐다. 부모님은 9남매 자식을 낳아 고생만 하시다가 여행 한 번 못하시고 돌아가셨다. 부모님 덕에 동기간이 많아 매년 정기행사처럼 이곳저곳을 1박 2일 예정으로 관광 겸 여가를 즐긴다. 어렸을 때에 장난치면서 싸우고, 때리고, 맞고, 울면서 큰소리가 나면 어머니는 시끄럽다고 ‘밖에 나가 놀라’고 야단을 치셨다. 한 방에서 함께 먹고 자고 부대끼며 지냈던 일들이 정을 쌓고 우애를 돈독하게 하였나보다. 요즘 아이들은 장난을 치고 싸울 형제자매가 없어 홀로 방에서 컴퓨터 나 공부밖에 모르니 안쓰럽다.
전남 구례는 지금 벚꽃에 묻혀 있다. 흐드러지게 핀 분홍 벚꽃에 노란 개나리가 구색이 되어 더 아름답다. 꽃잎 하나하나는 눈에 확 띄지 않지만, 송이송이 꽃들이 함께 어우러져 눈부시게 화사하다. 어울림의 극치이다. 큰길가마다 탐스럽게 활짝 핀 벚꽃들이 길게 줄을 서서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화엄사로 갔다. 반듯한 화강암 돌계단을 올라 단청하지 않은 순수 목조건물이 한 눈에 들어왔다. 국보급인 대웅전을 보고, 또 돌계단을 조심스럽게 올라가 원통전 앞 사 사자삼층석탑을 보았다. 국보 35호로 높이 6.7m이다. 암수 네 마리의 사자를 각 모퉁이에 기둥으로 세워 놓은 구조로 모두 앞을 바라보며 입을 벌려 이를 드러내고 있다. 중앙에 합장하고 서있는 스님상은 연기조사의 어머니라 전한다. 사 사자석탑 앞에 야릇한 이형탑(비정상인 탑)이 있었는데 석등을 이고 어머니께 차를 공양하는 연기조사의 지극한 효성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홀로 외로이 서있는 모습에서 모자지간의 애틋한 정을 엿볼 수 있었다.
각황전 앞 석등은 국보 12호로 높이 6.4m 직경 2.8m의 큰 석등이다. 정교하게 조각된 석등은 전기가 없던 그 시절에 산사의 적막과 어두움을 밝혀 주었으리라. 선조들의 지혜와 찬란한 조각예술의 진가를 볼 수 있었다. 돌계단을 내려오려는데 진한 핑크색 꽃이 유난히 고왔다. 시선을 끌어당기는 진분홍 꽃이 홍매화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수령이 250~300년 정도인 홍매화는 우리나라에 세 그루가 있는데 그 하나가 화엄사의 것이다. 꽃이 검붉어 흑매화라고도 불리며 고목이 된 고고한 자태가 멋스러웠다.
셔틀버스로 갈아타고 산허리를 돌고 돌아 흔들거리면서 산머리로 올라갔다. 인기드라마 ‘추노’ 촬영지로 더 유명해진 사성암을 보기 위해서였다. 오산 위에 있는 암자로 고승들이 수도했던 곳으로 연기조사, 원효대사, 도선국사, 진각선사 네 명의 고승들이 이곳에서 수도했다하여 사성암이라고 부른다. 산꼭대기 수직 절벽에 세워진 암자가 아슬아슬하게 보였다. 오래 전엔 건축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지었을까?
가파른 돌계단을 조심조심 올라갔다. 기암괴석이 통째로 서있는 것 같았다. 좁다란 바윗길을 돌아가니 ‘소원바위’가 있었다. 관광객들은 수직으로 된 바위에 동전을 간신히 붙이고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여 소원을 빌고 있다. 오산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섬진강과 어우러진 구례마을 전경이 평화롭고 정갈하게 보였다. 오묘하고 아름다운 풍광과 자연의 신비는 마음을 정화시켜주었다. 섬진강가 높이 솟은 기암괴석의 비경의 도량에서 참선을 하면 도통할 것 같았다.
벚꽃으로 널리 알려진 쌍계사 입구로 접어들었다. 화려한 벚꽃 터널에서 환영의 사열식을 하는 것 같아 환호성이 저절로 나왔다. 모든 사람들에게 꽃은 기쁨이 되어 다이돌핀을 많이 생성하게 하여 활기찬 하루가 되지 않을까. 만개의 때를 놓치지 않으려고 구름처럼 몰려드는 인파들, 행여 바람이 불까 비가 내릴까 마음을 졸인다.
4월은 꽃의 계절, 산과 들에 온갖 꽃들이 우리네 마음을 착하게 한다. 꽃은 항상 웃고 있으니까. 꽃은 모두에게 내리는 하느님의 선물이다. 시간이 갈수록 차량의 행렬이 불어났다. 꽃구경이 사람구경 되기 전에 얼른 빠져나왔다. 우리 형제자매들은 즐거운 여행을 마치고 또 내년을 기약하는 포옹을 하고 헤어졌다.
(2010. 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