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 글 - 오랫만에 만난 '정'

2017.10.29 01:53

김영교 조회 수:48

180417 (13).JPG겹벗꽃


친구 책 파티에서 만난 ‘정’ -김영교

 

예상 밖이었다. 친구 책 파티에서 만나다니! ‘정’은 다가와 예의바르게 인사하며 아주 반가워했다. 친근하게 내 소매에 매달리면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아주 오랜 만이었다. 일찍 도착한 나는 편한 좌석을 잡아 뒷켠 벽 쪽으로 앉았다.

'정'은 내 옆 자리에 좌정, 은빛색상의 니트로 성장한 아름다운 모습이 주위를 환하게 했다. 빈번했던 문안도 교신도 접고 서재도 다 닫아 연락처를 알 길이 없었다. 우린 김형석 한의원에서 치료 받으면서도 문우의우정을 쌓아갔다. 서울 문우 숙진 근황을 알고 있을법한 '정'은 그렇게 연락이 되지않았다. 그런 지난 세월이 있었기에 우선 반가웠다.

 

몰려드는 회원들께 자리를 몽땅 내주고 나는 맨 뒷구석 테이블로 옮겨갔다. 혼자 앉은 원길선생 곁으로 갔다. 나중에 서영선생도 합석했다. 정은 사진을 찍자고 했고 셀폰 다루는 솜씨는 민첩했다. 옛정이 밀려와 감회를 다독이는데 원길선생과도 아는 사이 같았다. 함께 찍은 사진을 멜로 보내겠다며 예의 있게 굴었다. 나는 '정'의 출현에 놀라워 하다가 어느 틈에 예배를 겸한 책 출판 축하 분위기에 젖어들었다.

 

약속대로 그날 찍은 사진이 이멜로, 카톡으로 오고 흐린 사진 해명도 잊지 않았다. 오늘 또 이 멜이 뜨고 윗사람 대하는 살가운 대화며 문자 메시지도 호감이 가게 굴었다.

 

이층 샤워장 물이 벽속에서 터졌다. 열흘 넘게 먼지와 소음을 잘 견뎌냈다. 그리고 사흘을 아래 윗층 카펫샴푸했다. 문이란 문을 다 열어놓고 물기와 습기를 몽땅 몰아냈다. 껄끄럽던 생각들도 몰아냈다. 물 터진 집주인의 고충을 이해하는 ' 정'의 배려가 전화목소리를 타고 고맙게 들렸다. 바쁜 나는 얼른 이멜 답장도 뭉개버리고 '정'을 잊었다. 가구와 시시한 필수품등 정크 팀과 바쁘게 뒹굴었다. 물 마시는 것도 잊고 고장 난 허리를 살살 달래가면서...가구를 구석으로 치우고 바닥을 비워주는 일, 아주 힘들었다. 바쁜 나는 문득 내 마음 바닥에 있는 '정'에 대한 나의 생각이 옆으로 밀려나 있는 것을 알고 놀랐다. 나를 찾이하고 있던 그동안의 무관심인가?

 

인간관계를 생각해봤다. 의도적은 아니었다. 건강 우선으로 나만의 골몰한 일상에 주저앉아 있었다. 냉담 했나? 관계의 지평이 편협했나? 집에 돌아와 나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기비판이랄까 그런 기회를 나는 사랑한다. '정'이 자취를 감춘 이유를 알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소문에 귀를 내주지 말고 이해하며 그렇게 대범하게 먼 곳을 바라볼 것이다. 그 사이에 의미 깊은 침묵이 있었던 세월이 그냥 아까울 뿐이다. 내 경험이 아닌 것에 귀를 열었던 시간은 낭비였다. 이렇게 내 생애에 성숙하지 못했던 시간도 흐른다. 나의 겉 사람도 흘러가고 있다. '정'이란 실체가 물 밖으로, 이제는 관계의 방향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나를 직시한다. 지금 이 순간 살아있어 감사하다. 고통을 넘어 호흡이 불편 없다. 인 엔 아웃, 이 in & out... 현제이고 현실이다. 

눈이 떠졌다. 이 깨달음은 한가위 보름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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