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스라이스의 행복 / 김영교

2017.11.10 10:36

김영교 조회 수:19

몬 스라이스의 행복 / 김영교


추위가 매섭던 서울 체류였다. 지나는 동안 서울은 계절이 깊을 대로 깊어지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소개로 만난 한 여인이 있었다. 카토릭 영세명의 이름을 소개받았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데 성숙해 보였다. 분위기 있는 아름다운 여자, 자연스럽게 대해줘서 초면인데도 아주 편했다. 조용한 목소리며 얼굴 표정 하나하나 손놀림까지도 자연스러웠다. 차 주문이며 셀폰 방해에도 대화를 이끌어 가는 태도가 침착했다. 몇시간 나눈 대화 만으로도 오랜 친구 같았다. 음악이며 문학이며 또 여행이며 음식등 건강관련 대화로 서로의 우정 을 늘여가던 좋은 하루였다. 차를 마시며 자라온 지난 세월을 마시며 나이 사이를 빠져나간 추억을 마실 때 공감대가 생겼다. 죽어있던 감성의 촉각이 활기에 부풀어 마침내 더듬이는 민감하게 움직였다. 맛있는 음식, 분위기 있는 시간, 편안하고 느긋한 대화는 마냥 이어졌다. 오래 보지못한 벗을 만난 것 같았다. 


사실 화요일 강남 청담동 파스타의 집에서 만나자고 했을 때 청담동이 어딘지 모르는 나는 친절 택시에 의존하리라 마음먹었다. 늘 듣곤하던 바로 그 청담동은 귀에 익어 있었다. 남편의 행장친구는 은퇴해서 귀국, 지금 청담동 펜타하우스에 살고 있다. 서울 한 복판에 그것도 그 청담동에 앉아 부르조아 분위기를 누리다니....  Queens Park에서 맛나게 먹었던 빵 맛을 기억에 넣어두었다. 헤어질 때 손에 안겨준 피칸 파이는 나도 좋아하지만 병석의 큰 오라버니가 무척 선호하는 터라 우연한 배려가 병상을 밝게 해주었다. 작은 배려가 지금도 잔잔한 감동의 파도가 되어 출렁인다. 


서울 방문의 금상첨화는 수상 행사였다. 하이라이트는 주위에서 무척 궁금해 한 기사와 사진들. 사진은 어떤 여기자의 디카 솜씨, 기자들은 리포트도 잘 쓰지만 사진 솜씨도 프로급이었다. 밖은 추웠으나 실내는 훈훈했다. 12시 정오 세종 문화회관 세종홀. 행사장을 꽉 매운 축하객과 내빈 - 권위있는 문학상 수상 책은 5번째 나의 <새롭게 떠나는 작은 새>란 시집이었다. 여기자가 사진들 다 기록에 담았다고 했다. 


두번의 투병의 병상을 겪고 받는 상이라 생명처럼 감격이었다. 가문의 영광, 개인의 기쁨, 답답했던 가슴이 뚫리며 이런 기쁜 소식 하나가 나를 눈물에 젖게했다. 꿈만 같았다. 수상 소식 접하고 놀람과 기쁨 참느라 힘들었다. 수상식에 참석하라는 소식에 들떠있던 일주이었다. 국내 원로 심사 위원 및 시인들의 시선이 미국에 사는 니같은 교포시인에게 모아진 것은, 문학상 수상기회를 통하여, '시 더 많이 쓰고 좋은 시 열심히 쓰라' 죽비의 격려로 받고 마음에 색였다. 상금과 상패 시계와 금 열쇠 그리고 꽃다발과 박수... 내 가슴이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으로 젖어들었다. 신문과 동창회보, 잡지, 인터뷰 기사들....동창들과 조카 지영이의 꽃다발을 받았다. 그해 서울의 겨울은 몹시 추웠으나 나는 전혀 춥지 않았다. 푸근한 손아래 친구 하나 얻어서이기도 하지만.....


위에 계신 그 분께 첫번째로 감사했다. 그 다음 남편에게 그리고 사민방께 감사, 온돌방 아랫목이 이런거구나!  오늘 같이 추운 겨울 날이 닥쳐와도 그 감격을 잊지않고 잘 간수하고싶다. 추억할 중요한 대상과 소중한 내용이 있다는 사실은 가슴 설레는 레몬 스라이스의 행복이다.


*노산: 이은상시인의 호 노산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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