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에 대하여 / 김영교


소금 때문에 

속살 싱싱한 배추밭은 기 죽어

한 참을 엎드려 침묵한다


머리 푼 빨간 매운 양념이 막무가네로 몸 섞을랴 치면 

그 때는 아우성이다

손끝이 가슴과 힘을 모아 달래고 어루만지는

절묘한 배합의 껴안음에 누글어지는 한 나절


숙성되어야 김치가문으로 신분상승 

그 날을 위해

참는다, 아침이슬 영롱함도 별밤도 기어이 잊는다

더디어 자신을 버린다 그 때 이웃과 손잡는 생

엎드린 사귐이 그제서야 맛대로에 진입한


연한 피부 밑에 뻣뻣한 진흙 고집 그대로 

털어내지 못한 저 들판 거친 바람이 아직 이 몸속에 

숨 죽지 않아 소금 따로 양념 따로 

맛 부재의 사람 김치, 나 


기성복 김치가 판을 치고

조미료가 입맛을 부추기는 세상 멀리

투명한 유리병에 엎드린 채로

그 계절이면 태고적 식탐과 뜨겁게 만나 

숨 죽어서까지 바치는 저 헌신을

먹어치우는 이 몰입의 염치

  

자신을 버릴 때 일어서는 맛 맛 맛

이천년 죽어서 사는 너

드디어

밥천국을 간다 



*이태영동창 댁 2017년 김치행사99F11F335A1BB73525F5C9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05 요절夭折의 특권 - 2017 12 11 [2] 김영교 2018.03.18 55
1404 바람의기억 [3] 이상태 2017.12.28 39
» 시 창작 - 김치에 대하여 / 김영교 김영교 2017.11.28 27
1402 시 창작 - 눈부신 이 아침 - 감사절 / 김영교 [2] 김영교 2017.11.23 73
1401 레몬 스라이스의 행복 / 김영교 김영교 2017.11.10 28
1400 쪽지 글 - 오랫만에 만난 '정' 김영교 2017.10.29 44
1399 창작 시 - 둥둥 북이 울린다 / 김영교 9/23/2017 [2] 김영교 2017.09.23 51
1398 정현종시인 -사물의 꿈 시집 1972 김영교 2017.09.09 58
1397 등은 그리움으로 운다 -작가 황미경에게- 김영교 2017.09.04 44
1396 성은 비요, 이름은 둘기 1 - 김영교 김영교 2017.07.30 33
1395 [인물 오디세이] 김영교 시인…병마의 고통 속에서 '시' 를 만나다 김영교 2017.05.04 35
1394 김영교 글 밭에서 [1] 지/필/묵 2017.04.17 83
1393 오랜만의 글 문안 [1] 홍인숙(Grace) 2017.04.15 53
1392 이승신의 컬쳐에세이 - 아도리브 アドリブ 김영교 2017.04.12 34
1391 이승신의 컬쳐에세이 - 호세 카레라스 김영교 2017.03.08 37
1390 저도 진짜 한국 사람 맞습니다! [1] 미미박 2017.01.25 44
1389 깃발을 흔들다!^^ [1] file 오연희 2017.01.20 104
1388 ‘梨大사태’를 보는 시각 [4] Chuck 2016.08.06 216
1387 김선생님,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3] 미미 2015.08.15 49
1386 반갑습니다! [2] 최영숙 2015.03.25 60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145
어제:
188
전체:
249,645